어느 완벽한 하루
멜라니아 마추코 지음, 이현경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하루를 지겹게 생각하고, 반복되는 일상에서의 지겨움을 다른 무엇으로 달래고자 늘 새로운 것을 나를 발견할 때가 있다. 하지만, 나에게만 반복되는 일상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 순간, ‘모두 똑같구나.’ 하는 안도의 한숨과 함께 마음을 쓸어내리기도 한다. 하루를 알차게 보낼 수 없을까? 혹은 하루를 색다르게 보낼 수 없을까? 하는 생각은 나처럼 반복되는 일상을 경험한 사람의 머릿속 한구석에 조용히 자리 잡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다람쥐 쳇바퀴처럼 늘 반복의 연속에서 어떠한 사건이 생긴다면, 어떤 느낌과 생각이 들까? 반가운 느낌이 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사건’이기에 긍정적인 반응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사건’이 일어난 하루를 담아낸 책을 만났다. 반복되는 삶에서 반가운 책이었다. 「어느 완벽한 하루」라는 책이었다. 책 제목처럼 하루를 완벽하게 보내는 것일까? 라는 생각해 보았다. 물론, 그런 것이 아님을 책의 첫 장을 넘겨 읽으면서 알았지만. 

 이 이야기는 로마에서 하루 동안에 일어나는 일과 사건으로 전개된다. 하루 동안의 일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이기에, 하루가 무척 길고 많은 사람에게 똑같이 주어진 하루를 다들 제각각 생활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처음 접해 본 ‘이탈리아’의 소설이었고, 작가 역시 처음 만나보는 작가였다. 작가 ‘멜라니아 마추코’라는 작가였다. 그렇기에, 그 기대는 더욱 컸다. 이야기의 시작은 새벽 1시, 카를로 알베르토 가에서 총소리를 듣고 누군가가 신고를 한다. 그리고 경찰은 어떤 범죄가 일어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조사하기 시작한다. 본격적인 내용은 총소리가 나기 전의 24시간 이전으로부터 시작된다. 이야기의 중심은 두 가족이 주를 이루고 있다. 우선, 직업이 경찰인 ‘안토니오 부오노코레’와 그의 아내 ‘엠마’, 그리고 딸인 ‘발렌티나’, 아들 ‘케빈’의 가족과 국회의원인 ‘엘리오 피오라반티’와 그의 아내 ‘마야’ 그리고 딸 ‘카밀라’의 가족으로 두 가족이 축을 이루고 있다. 이들 두 가족을 둘러싼 얽히고 얽혀 있는 이야기로 전개된다. 그리고 가족의 이야기가 아닌 개인의 일로도 전개되기도 한다. 이런 그들의 이야기는 퍼즐을 맞추듯이 일어나는 사건을 하나씩 맞추어나가는 재미를 안겨준다. 

 두 가족이 축을 이루고 있지만, ‘안토니오 부오노코레’ 가족의 삶은 서민층의 어려운 삶을 살고 있고, ‘엘리오 피오라반티’는 부유한 삶을 살아가고 있기에, 두 가족은 삶은 극과 극이지만 이 책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얽히고 얽혀 있는 이야기, 그리고 개개인의 사연을 읽는다면, 부유한 생활을 하는 ‘엘리오’의 가족을 결코, 부럽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다. 하루 동안에 이처럼 많은 일과 제각각 사연을 가지고 이야기는 전개되지만, 결단코 하루 동안에 일어난 일이라고 믿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의 행동과 선택을 해야만 하는 갈림길에 서고,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나며 안타까운 결말일 거로 생각했지만, 이야기는 더욱 흥미롭게 전개된다. 

 이탈리아의 소설이라고 해서 어떨지 생각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이탈리아 소설도 재미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처음 이 작가의 작품을 만났지만, 다른 작품도 읽어보고 싶었다. 일상적인 하루를 색다르게 표현했고, 극과 극의 두 가족의 이야기를 사건과 개인적인 일로 퍼즐 조각을 맞추듯이 전개되는 이야기에, 삶에 대해서 혹은 무심코 지나가는 하루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였다. 그리고 이 책에서의 하루가 현실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로마나 내가 사는 곳에서의 모습과 비슷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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