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인문학 수업 : 연결》 초판 한정 박스 특별판 - 오늘의 지식을 내일의 변화로 이어가기 퇴근길 인문학 수업
이종관 외 지음, 백상경제연구원 엮음 / 한빛비즈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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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인문학 수업-연결>은 '한빛비즈'에서 출간한 인문학 베스트셀러 시리즈인 '퇴근길 인문학 수업'의 시즌2 두 번째 책이자, 시리즈 다섯 번째 책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수는 아니지만, 알아두면 좋은 인문학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3장(인문학 코드·리더의 교양·시장과 문화)-12강으로 되어있고, 각 강은 30분 정도 읽을 내용을 담은 5개의 요일(월-금)을 가진 구성으로 되어있습니다. 

 

Part1. 인문학 코드의 제1강 '인간의 삶과 미래 기술(by 이종관)'은 21세기 최고의 화두인 4차 산업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전반적으로 매튜 그레이브스를 비롯한 기존 이론들과 비슷한 부분이 많아 그다지 새롭거나 하진 않지만, 인공지능의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인간으로서, 어떠한 점에 주목해야 하는가에 대한 적절한 의문 제기와 생각거리를 제공합니다. 

 

제2강 '이야기는 어떻게 산업이 되었나(by 정창권)'는 스토리텔링과 결합된 비즈니스와 문화의 흐름을 보여주고, 이를 통해 어떠한 방식으로 연계되어야 하는지 간단한 방법론을 제시합니다.

 

제3강 '성공하는 마케팅에 숨은 인문학(by 박정호)'은 담론 문화가 제대로 발달하지 못한 국내에서 네트워크 효과 마케팅에 관한 문제를 제기하며, 담론을 활성화시키는 공간 디자인에 내포된 경쟁력의 중요성을 이야기합니다.

 

제4강 '러시아 문학의 생명력(by 신영선)'에서는 러시아 작가들을 통해(푸시킨·레르몬토프·고골·도스토옙스키·톨스토이) 풍요로운 러시아의 강력한 문학 전통을 읽어갑니다. 그들은 어떻게 인류 공동의 유산인 고전 문학의 대가들이 되었을까요? 시인으로만 알고 있던 푸시킨이 100여 편이 넘는 오페라의 원작자라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원소스멀티유즈의 러시아 문학으로 안내합니다.

 

제5강부터는 Part2. 리더의 교양이 시작되는 강입니다. 리더십의 시작을 알리는 '세종의 원칙(by 박영규)'을 통해 진정한 리더십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특히 '시간은 백성의 것'이라는 시간 철학으로 물시계와 해시계를 통해 백성에게 시간 자원을 분배한 세종은 문자를 모르는 사람들이 소외당하는 일이 없도록 시간을 십이간지 같은 그림으로 표시한 세심한 면을 가지고 있었다고 해요. '무위의 리더십'-방향을 제시하고 책임을 나누는 세종의 리더십은 지금의 리더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많은 울림을 주고 있습니다. 

 

성공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대화 습관에는 뚜렷한 차이가 있다.  그 차이점이 무엇인지 단 하나만 꼽으라고 한다면 나는 주저 없이 경청하는 습관을 들 것이다.(by 스티븐 코비, 175쪽) 

 

제6강은 아마 가장 많은 분들이 흥미롭게 읽지 않았을까 하는 부분인데요, 바로 영화를 보는 새로운 시각 '다섯 명의 영화감독, 다섯 개의 세계(by 박일아)'입니다. 저자는 보편성과 대중성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은 다섯 명의 감독(크리스토퍼 놀란·다르덴 형제·알폰소 쿠아론·이창동·쿠엔틴 타란티노)을 통해 감독의 특징과 추천작들을 설명하며 감독 큐레이터의 역할을 충실히 해주고 있습니다. 여기 실린 감독의 작품 중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 나이트', 다르덴 형제의 '더 차일드', 알폰소 쿠아론의 '칠드런 오브 맨', 이창동의 '밀양', 쿠엔틴 타란티노의 '저수지의 개들'을 추천합니다.

 

제7강은 '르네상스 미술의 한 장면(by 이화진)'으로 미술과 건축을 통해 르네상스 시대를 조명합니다.

 

제8강 '인물로 이해하는 춘추전국시대(by 공원국)'는 동양 고전을 통해 진정으로 백성을 위한 통치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찰과 올바른 관리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Part.3 시장과 문화의 제9강 '키워드로 보는 중국 비즈니스 문화(by 이욱연)', 제10강 '시간이 만든 명품의 비밀(by 민혜련)', 제11강 '명의열전(by 김형찬)', 제12강 '알고 보면 재미있는 미술 시장(by 백지희)'을 통해 인간의 의식과 사회의 변화, 브랜드 가치 등을 통해 문화와 결합된 현대 시장 경제의 판도를 재미있게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특히 <퇴근길 인문학 수업-연결>에는 QR코드를 이용하여 외부 정보를 읽을 수 있도록 스마트한 기능도 수록되어, 동영상이나 여러 지식백과를 통해 자세한 관련 사항을 찾아보기 쉽게 해주는 기능도 있어요. 이 멋진 신세계! 

 

지금은 인문학의 시대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수많은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에 대한 학문인 '인문학'은 당장 쓸데는 없더라도, '나'에 대한, 내가 속한 '인간'에 대한 많은 유산을 통해 우리가 가야 할 곳과 방법을 알려주는 나침반과 같은 학문입니다. 어차피 우리는 가야 할 곳으로 가겠지만, 샛길로 빠지지 않고, 조금 더 올바른 방향으로 가기 위해 우리에 대해 공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의무적으로 하는 일이 아니라 오롯이 나의 숨통을 틔우기 위한 한 가지가 필요할 때, <퇴근길 인문학 수업-연결> 속에서 방향을 잡아보시길 바랍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저녁은 도스토옙스키의 '아저씨의 꿈'을 읽기 시작해야겠어요.

 

인문학이란 무엇일까요? 예전에 제가 살짝 끄적거려본 글이 생각나서 옮겨봅니다. '인문학은 가장 아름다운 학문이다. 과학이 존재하기 전, 인간이 존재했다. 아니, 인간보다 먼저 세상이 존재했기에 과학이 우선일 수도 있겠지만, 학문적으로 따져볼 때, 과학은 인간이 발견하고, 사용해줬기에 그 가치를 발할 수 있었다. 블라블라' 한창 sketicism에 홀릭 중일 때라 '종교는 왜 과학이 되려 하는가?' 그런 종류의 책들을 많이 읽으면서 나름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하던 이불킥 역사의 추억도 떠오르네요.

 

시간이 좀 흐른 지금에 이르러 같은 질문을 받는다면, '모든 것'이라 답하려 합니다. 언제부턴지 모르겠지만, 어느 순간부터 '인문학'이란 단어가 일상적으로 들려오기 시작하면서 유행처럼, 액세서리처럼 돼버린 바람에 뭔가 진지함이 사라진 것 같아 좀 아쉽긴 하지만요. 

 

인문학엔 수없이 많은 갈래가 있습니다. 물론 그 갈래를 모두 따라가고 다 습득해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 모든 길 중에서도 특히, 내가 몰랐던, 나의 흥미를 유발하는 갈래길이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그 갈래길을 찾을 수 있도록 방향 지시등이 되어줄 책, <퇴근길 인문학 수업-연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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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왜 이러나 싶을 땐 뇌과학 - 뇌를 이해하면 내가 이해된다
카야 노르뎅옌 지음, 조윤경 옮김 / 일센치페이퍼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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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어요-뇌와 친해지는 가장 재미있는 안내서

 

<내가 왜 이러나 싶을 땐 뇌과학>은 어찌 보면 참 멋대가리 없는 책입니다. 아련한 추억이나 애틋한 감정들이 대뇌피질, 전두엽, 해마의 '작업'에 불과하다고 얘기하니까요. 낭만적이지 못해요. 그런데 말이죠, 이 책 참으로 재미있습니다. 10장으로 구성되어 각각 3-9개 정도의 짧은 이야기(보통 3-5장, 6-10쪽 정도)로 구성된 '내 머릿속'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인간의 뇌는 수많은 영화와 문학에서 소재로 쓰일 정도로 엄청나게 미스테리어스한 기관입니다. 하다못해 고대 이집트 왕들은 환생을 꿈꾸며 뇌를 보관했을 정도니까요. 기존에 많은 심리·뇌 과학 도서에 비해 전문용어에 대한 설명이 산뜻하게 되어 있고요, 읽다 보면 피식피식 웃게 하는 유머 감각도 장착되어 있어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에요. 그리고 우리가 궁금해 마지않던 치매·사람의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이유·내가 여기 왜 왔더라? 등 실생활에서 한 번 이상은 느껴봤던 감각들에 대해서도 재미있게 설명해 주고 있기도 하고요. 뜬금없이 '아, 전두엽은 정말 소중해~! 전두엽아 건강해야 해~.'라는 생각이 들어 피식 웃기도 했답니다.

 

인간이 공룡과 달리 빙하기를 버티고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극단적인 환경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해준 대뇌 피질 덕분이었다.(15)

 

데카르트가 영혼이라 부르던 것이 존재한다면 바로 전두엽이 아닐까 하고 여겨질 정도로 전두엽은 개인을 특징짓는 많은 것과 연결되어 있다.(45)

 

<내가 왜 이러나 싶을 땐 뇌과학>에서 가장 집중해서(작업기억) 본 부분은, 제가 길치라서 그런지, 4장 '내 머릿속 내비게이션-뇌 GPS'였는데요, 제 머릿속에는 정말 희한한 아이들이 많은 것 같아요. 머리를 어느 방향으로 돌릴 때마다 활성화되는 HD세포라는지, 장애물을 인식해서 부딪히는 걸 막는 경계세포라든지, 이동 속도를 조절해주는 속도세포라든지 하는 애들 말이죠. 덕분에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는 제 손도, 한 발자국 내딛는 제 다리도, 물건 사러 나가는 그 길과 많은 장애물들도 새롭게만 보여요. 그리고 한마디 생각합니다. '내 뇌세포들아~ 날 안전하게 데려다줘서 고마워.'

 

먼저 지형지물을 인식하려면 후두엽으로부터 시각 정보를 제공받아야 한다. 또한 땅에 디딘 발을 인식하는 촉각 정보와 몸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인식하는 정보, 팔다리 위치 정보 등이 시시각각 제공되어야 한다. 이런 정보들을 처리하는 데는 두정엽과 소뇌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시각, 촉각, 운동 감각 등 모든 감각 정보를 조합하여야만 비로소 효율적으로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고 길을 찾을 수 있다.(147쪽)

 

길치에게 희망을 주는 내용이 있다면 '개선의 여지'가 있다는 거죠. 지도나 내비게이션 없이 길 찾기를 시도해서 해마의 뉴런을 늘이는 방법이라고 해요. 가령 택시 기사님들은 일반인보다 해마의 크기가 크다고 하니, 오늘부터 저도 열심히 주변의 지형지물을 눈여겨보면서 다녀야겠어요.

 

<내가 왜 이러나 싶을 땐 뇌과학>을 읽고 나니 떠오르는 영화가 있는데요, 니콜라스 홀트 주연의 '웜바디스', 조던 필 감독의 '겟 아웃', 신하균·변희봉 주연의 '더 게임'이라는 3편의 작품입니다. '웜바디스'는  이 책의 5장 '사랑은 신경전달물질을 타고-감정'과 연관 있는 작품으로,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감정 없는 꽃미남 좀비가 여주인공 연인의 뇌를 먹은 후 여주인공을 사랑하게 되는 얘기였죠. '더 게임'과 '겟 아웃'은 육체를 버리고 뇌를 바꿔 불사를 추구하는 사람들의 얘기였고요.

 

하지만 솔직히 조금 혼란스러운 감정도 듭니다. 이건 도대체 내가 나인 건지, 나는 껍데기에 불과하고 뇌가 나인 건지, 지금의 이 혼란스러운 감정도 전두엽의 전기신호인 건지... 별 희한한 생각이 다 드네요.

 

아무튼 오늘부터 나에게 새로운 인사를 해봐야겠어요. 난 소중한 '뇌'니까요.

"안녕, 나의 해마야? 안녕, 나의 대뇌피질아? 나를 나로 지켜줘서 고마워, 전두엽아! 오늘도 잘 지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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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해도 민감해도 괜찮아 - 흔들리지 않는 내향인의 인생살이법
일자 샌드 지음, 배현 옮김 / 한빛비즈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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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가 왜 이렇게 내성적이야?"

"별것도 아닌데 왜 이리 민감하게 반응해?"

흔하게 듣는 말, 하지만 뭔가 미묘하게 상대의 언짢음을 동반한 느낌이 드는 말입니다. 저를 포함해서 이런 말을 한 번쯤 들은 사람은 위축되는 기분, 느끼지 않으시나요? 그럴 때마다 한 번은 외치고 싶죠. "원래 이런 걸 어쩌라고!" 물론 그 외침을 입 밖으로 내뱉은 적은 없지만요.

 

<조용해도 민감해도 괜찮아>는 저자 일자 샌드가 내성적이고 민감한 사람들을 위해 대신 항변해주는 위로의 에세입니다. 카를 융에 의해 최초로 연구된 '외향적'·'내향적' 성격 유형은 언제부터인가 '외향적'인간에 대한 선호 편향으로 변질되어, 가뜩이나 '혼자'가 좋은 '내향적'인간을 코너로 몰아넣은 이유가 되기도 했죠. 하지만 일자 샌드는 '다름'이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님을 말합니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이기에 아무리 내향적이어도 '해야만 하는 일'은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직장생활도 해야 하고, 사교활동도 필요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자는 아무리 내향적이라도 안전함 대신 다른 방식의 시도도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조용해도 민감해도 괜찮아>는 기존 내향적 인간의 약점인 부분들을 새롭게 해석하며,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을 어찌나 섬세하게 조목조목 말해 주는지 읽는 내내 '맞아.. 맞아.. 내 말이...'라는 동의를 이끌어 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차피 내향적으로 태어나 내향적으로 살아가야 한다면, 조금이라도 더 편하게 살기 위한 방법을 알려주는 것 같기도 해요. 내가 견딜 수 있는 자극의 한계를 인지하고, 과잉 자극에 대처할 만한 리스트를 만들라는 식으로요. 거기다 중간중간 자가 테스트와 나 자신에 대해 글로 정리해보는 쉼터를 만들어 지금의 내 상황에 대해 조금 더 정확하게 인지하도록 도와주기도 하고, 플래카드를 이용해 이러저러한 상황에 처했을 때의 대처법 같은 것도 알려 줍니다. 그뿐 아니라 우리가 내향인을 대하는 태도에 관한 어드바이스까지 친절히 담겨 있고요.

 

이제까지 전 솔직히 외향적에 가까울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이 책에서 이러저러한 테스트를 해보면서 읽어나가다 보니 저, 거의 완벽에 가까운 내향적 인간이더라고요. 그래서 그런지 이제까지 별일 아닌 것에 집요하게 신경 쓰이곤 했던 일들이 모두 이해가 되기도 했습니다. 적당한 사회적 접촉을 통해 만족을 얻고, 갈등은 일단 피하고, 갈등을 두려워하는 건 모두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다독여주는 저자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진심이 느껴져 참 위로가 됩니다. '다른 사람이 되려고 애쓰지 마세요.'라는 말 한마디가 어찌나 가슴에 와닿던지... 

 

"언짢아 보인다는 말을 자주 들어요. 그래서 요즘은 남들하고 있을 때는 늘 웃으려고 해요."(128쪽)

 

이것은 저의 큰 고민이기도 합니다. 아무 생각 없이 무표정하게 있으면 "화났어?"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요, 이거 자체도 엄청 스트레스가 되거든요. 그래서 억지로 웃다 보면 입가에 경련이 일어날 지경이죠.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되려고 애쓰다 보면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들며, 이런저런 설명을 하다 보면 종종 기진맥진하게 된다. 우리는 왜 항상 그 순간에 우리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표정을 짓지 않을까? 왜 느끼는 그대로를 편안하게 드러내지 않을까? 지치거나 지루할 때 왜 고개를 돌려버리지 않을까? 무엇보다 갈등이나 충돌 또는 어색한 분위기를 피하고 싶어서이다. 남들의 감정을 해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129쪽)

 

내향인은 친구가 별로 없거나 혼자 보내는 시간이 더 많다 해도 외롭지 않지만 나의 태도와 가치를 믿지 못하고, 남들의 의견에 따르고 스스로를 저버릴 때 최악의 외로움이 고개를 든다(132쪽)라는 저자의 말에, 내가 얼마나 남의 평판에 의지해 살아왔는지, 그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다들 그래'라는 말 한 마디에 나도 그렇게 해야 하는 줄 알았던 내가 좀 가엾어 울컥해지더라고요. 그리고 7장 '조용하고 민감한 사람들이 받는 오해'를 읽을 땐, 누군가 나를 알아주는 기분이 들어 위로받고 따뜻한 기분이 들었어요. 

 

나는 이러한 발전이 계속되기를 희망한다. 또한 그렇게 되리라 믿는다. 내향적이고 매우 민감한 사람들이 능숙하게 경계선을 설정하고 자신의 삶을 관리할수록 그들은 번성할 수 있다. 그리고 세상은 그 재능의 혜택을 받을 거라고 믿는다. 민감하건 둔감하건, 남자건 여자건, 국적이나 삶의 조건과 무관하게 누구나 동등한 가치를 지닌다는 생각이 이 세상에 더 널리 받아들여질 것이다.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 대한 두려움은, 사람들이 매우 다르게 존재하고 매우 다르게 행동할 수 있다는 인식으로 대체될 것이다. 그리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 그대로도 좋다는 인식으로 대체될 것이다.(171쪽) ​

 

섬세하고 내성적인 사람들의 동반자 일자 샌드는 말합니다. '괜찮아, 뭐 어때? 조용해도 민감해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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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고전이 읽고 싶더라니 - 나답게 살자니 고전이 필요했다
김훈종 지음 / 한빛비즈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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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고전이 읽고 싶더라니>는 어린 시절부터 동양 고전을 늘 곁에 두고 자란 저자 김훈종이 들려주는 '제가백가' 사상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신문에서조차 한자가 사라진지 오래인 지금, 초등학교 이후로는 붓글씨라는 걸 써본 적도 없고, 거기다 어린 시절 쪽지시험 때문에 외운 천자문은 내 머릿속 어디에 있나 싶을 정도로 기억이 가물한데, 교과서에서나 접했던 '공자 왈, 맹자 왈'을 읽은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일찍이 화이트헤드는 말했다. "서양 철학은 결국 플라톤 철학의 주석에 불과하다." 화이트헤드에 힘입어 사공 배전 둘러대듯, 감히 주장해 본다. 단언컨대, 동양 철학은 결국 '제가백가 사상의 주석'에 지나지 않는다.(프롤로그, 5쪽)

 

'지독한 개인주의자'인 저자는 세월호 사건을 겪으며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결국 예나 지금이나 인간의 보편적 정체성은 변함이 없다는 생각으로 케케묵은 죽간竹竿을 꺼내 들었다고 하는데요, 왜냐하면 동양 사상의 원형인 제가백가의 문헌이야말로 동양의 보편적 정체성에 대한 최초의 논의이기 때문이라고 해요.

 

<어쩐지 고전이 읽고 싶더라니>는 크게 두 개의 파트로 나눠져 있습니다. 1부는 '마음을 다잡다 倫(륜)'으로 <논어>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고, 주로 '나'에 대해서, 2부는 '나를 세우다 省(성)'으로 <맹자>, <장자>, <주역> 등 여러 고문을 통해 주로 '국가'와 '정치'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공자께서 말씀했다.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 것을 걱정하지 않고, 내가 남을 알지 못하는 것을 걱정한다."- <논어> '학이'편 중

<논어> 곳곳에는 나를 지키는 공자의 자세가 엿보인다. 남이 알아주든 말든 본질은 변치 않는다. 눈치 볼 것도 없고, 남에게 인정받으려 아등바등할 필요도 없다. 그저 묵묵히 '마이 웨이'를 가면 된다.(65쪽)

 

'논어'에서 공자가 중시했던 '충서忠恕'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인상 깊었는데요, 국가에 충성하고 국기에 충성하는 충이 아닌 '내 마음心'의 가운데中'를 향해 가는 것으로서, 나에게 가식 없이 충실하고, 상대를 '배려하며 공감(恕) 하라'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합니다. 진화 과정에서 공감 능력을 진화시켜 문명을 발전시킨 단계인 '호모 엠파티쿠스'(by 제레메 리프킨) - 진화론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이미 공자는 '충서'를 중시함으로써 우리가 본질적으로 호모 엠파티쿠스임을 직관적으로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소위 '고전'이라는 호칭이 붙은 문헌들은 지금의 감성과 너무 동떨어지고 재미도 없어서 읽고 싶지도 않고, 또 읽더라도 지루하고 지루해서 쉬이 읽혀지지도 않습니다. <어쩐지 고전이 읽고 싶더라니>에서 주로 소개하는 '논어'는 아마 그러한 고전의 선두주자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논어'에 등장하는 사자성어는 어찌어찌해서 아는데, 이 책을 완독한 사람은 얼마나 될까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고전을 안 읽을 수는 없습니다. 왜 읽어야 하냐고 물으신다면... 글쎄요, 선뜻 이러니까 하고 대답할 말이 생각이 안나네요. 고전은 '절벽에 핀 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보고 있으면 아름답고, 희귀해서 갖고 싶지만 갖기 힘든... 그런 느낌이요. 그래서 우리가 그 어려운 일을 해내려면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유머 감각을 장착하고 있는 <어쩐지 고전이 읽고 싶더라니>는 논어 입문서로도 적당할듯 합니다. 일단 재미있으니까요.

 

혹자는 말합니다. '역사를 모르는 민족에겐 미래가 없다.'라고. '온고지신溫故知新'이라는 말도 과거의 전통과 역사를 바탕으로 새로운 지식을 쌓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지금 읽고 배우는 모든 것들은 '과거의 산물'입니다. 어떠한 사물이나 이론에 역사가 없다는 것은 '무無'입니다. 누군가 찾아서 켜켜이 쌓인 먼지를 털어 주지 않는데, 존재하고 있는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존재할 수 있을까요?

 

우린 너무 앞을 보고 달려온 바람에 뒤에 남겨진 모든 것들에 너무 무관심했던 것 같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발전한 문명을 가진 것도, 우리가 학습하는 모든 내용도 결국은 과거에서 이어져 왔다는 것을 너무 잊고 살아온 것 같습니다. 이런 느낌도 아마 이 즈음의 나이가 되니 깨달아지는 것들인 모양입니다.

 

<어쩐지 고전이 읽고 싶더라니>를 읽고 나니 '어쩐지 책장 저 안쪽 구석의 책' 꺼내보고 싶어집니다. 이제는 빛바랜 그 책들이, 책이 내게로 온 시간만큼 빛이 바란 저에게 무슨 말을 해줄지 궁금해지는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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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은 어떻게 신화가 되는가
황교익 지음 / 지식너머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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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황교익 / 출판: 지식너머 / 구성: 전 1권·332쪽

 

<음식은 어떻게 신화가 되는가>는 우리에게 익숙한 음식들이 우리를 '어떻게' 길들여 왔으며, 우리를 '길들인' 이면에 어떠한 정치적 이데올로기가 작용했는지에 대한 위험한, 그리고 도발적이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내용의 칼럼이 가득 들어차 있는 책입니다. ​ ​『당신의 미각을 믿지 마세요.』 이 말은 저자인 황교익이 처음으로 했던 대중 강연의 제목이었다고 하는데요, 소위 '관성화된 미각 흔들기'에 집중한다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하죠.  

 

음식을 문화라고 하는 까닭은 한 집단의 기호 음식에 그 집단 구성원의 정체성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22쪽) ​

 

음식이라는 것은 한 나라의 기후에 맞게 발전해 왔기에 '생존'이라는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요인을 담고 있을 텐데요, 거기에 조리를 하는 사람의 마음가짐이 더해져 태도와 맛이 담겨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무리 좁은 땅이라고 해도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보기 드문 뚜렷한 사계절을 가지고 있고, 반도라는 지리적 특성상 평지와 산, 바다에서 나는 여러 종류의 풍부한 식재료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식문화를 발전시킨 원동력이 되기도 했습니다.

 

한국인이 치킨을 맛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한국인 개개인이 저마다의 독립된 기호를 바탕으로 치킨 맛을 판단한 결과이고, 그 낱낱의 기호가 집합을 이루어 '한국인은 치킨을 좋아한다'라는 집단의 기호를 형성하고 있다고 보는 것은 참으로 순박한 일이다. 집단이 처해 있는 먹을거리 확보 사정이 개개인의 기호를 결정한다고 보는 것이 맞다. 인간 집단이 어떤 음식을 맛있다고 생각할 것인지 판단하는데 영향을 주는 여러 요소 중 하나가 '집단의 구성원에게 넉넉하게 주어질 수 있는 음식인가' 하는 것이다... '많이 주어진'이라는 조건은 그 집단이 처한 자연과 사회·경제적 여건 등에 의해 결정된다.(27-28쪽)

 

<음식은 어떻게 신화가 되는가>를 읽다 보면, 그동안 우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당연히 받아들이고 있었던 음식문화에 대해 생각지도 못한 반론을 제시하는 황교익 저자의 생각이 놀랍기도 하지만 불편하게 다가오는 부분들도 있습니다. 초반에 '떡볶이'와 '치킨', '유기농'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정치적으로 '이용'당했음을 주장하는 내용을 보면, 마치 프로야구가 군사정권 시대의 '우민화' 정책의 일환이었다는 이야기가 새삼스레 떠오르기도 하더군요.

 

나의 '쓴소리'가 향하는 궁극적인 지점은 대중이 아니다. 대중의 귀에 크게 들릴 뿐이다. 한국인이 먹는 음식의 질과 양을 결정하는 자본과 정치권력, 언론이 내 '쓴소리의 과녁이다.(33쪽)

 

​저자가 밝힌 대로 <음식은 어떻게 신화가 되는가>는 단순한 음식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그 속에 내포된 정치·경제적 논리가 어떻게 우리의 '입맛을 유린해 왔는가'에 대한 심도 있는 비판을 담고 있습니다. 어느 순간 우린 먹방과 쿡방, 하다못해 ASMR(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 자율 감각 쾌락 반응-뇌를 자극해 심리적인 안정을 유도하는 영상)에 중독된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중독-네, 맞아요. 중독이네요-과도 같은 음식에 대한 집착은 도대체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왜 우리는 타인의 먹는 모습에 열광하며 넋을 놓고 보게 되는 걸까요? 왜 마주하고 같이 먹는 사람이 쩝쩝거리는 소리는 비난하면서, ASMR는 일부러 찾아서 보게 되는 걸까요?

 

그 옛날 임금님께 '진상'되었다는 향토 특산물은 사실상 공물이었고, 세금이었으며 그로 인해 정작 그 수확을 누려야 할 당사자는 누리지 못했다는 사실, 향토 특산물의 유래가 그다지 좋은 이유는 아니었다는 이야기나, 여러 음식에 대한 역사 등은 참으로 불편하게 다가오는 이야기입니다. 또한 1970년대 철강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지금의 스뎅 밥그릇이 '규격화'되어 우리가 밥을 먹는 '양'마저도 이데올로기의 산물이라고 하니 어쩐지 서글픈 생각마저 듭니다. 그리고 머릿속이 혼란해집니다. 우리가 먹고 마셔왔고, '맛있다'라고 느꼈던 모든 것이 '만들어졌다'라고 하는 저자의 주장을 과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요? 오늘 저녁에 먹은 된장찌개는 정말 '맛있던'걸까요, 아니면 '맛있다고 생각하도록 길들여진' 걸까요?

 

맛 칼럼니스트가 왜 정치·경제·역사 등 영역을 가리지 않고 읊어대냐고요? 원래 그런 직업이니까요. 누가 그렇게 정했느냐고요? 내가요. 맛 칼럼니스트는 내가 처음이고 그러니 내가 그러면 그런 일을 하는 게 맛 칼럼니스트 맞습니다. 내가 만든 내 직업에 딴지 걸지 마세요. 대한민국에는 직업 선택의 자유가 있으며, 나도 댁들의 직업에 대해 감 놔라 배 놔라 할 생각은 없습니다.(292쪽)

 

​붉은 달의 바람그늘

https://blog.naver.com/kaketz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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