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더봇 다이어리 : 시스템 통제불능 FoP 포비든 플래닛 시리즈 6
마샤 웰스 지음, 고호관 옮김 / 알마 / 201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무자비한 살인 기계로서 나는 실패작인 셈이었다. 


우주여행이 일상화된 미래, 본분보다 인간의 드라마를 더 애정 하는 안드로이드 보안유닛 머더봇은 자신이 과거에 저지른 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스스로 지배모듈을 해킹, 회사의 명령 없이 스스로 생각하는 안드로이드였으나, 그 사실을 숨긴 채 멘사 박사팀의 행성 탐사에 동행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정보에 의하면 안전지대였을 곳에서 괴생명체에게 공격을 당하고, 팀원 한 명이 큰 부상을 입고 기지로 귀환한다. 머더봇은 사건을 조사하던 중 자신들의 지도와 보고서 일부분이 고의로 삭제·누락된 흔적을 발견하고, 리더인 멘사 박사는 행성의 반대편에서 탐사 중인 델타폴 그룹의 탐사대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로 한다. 하지만 연락이 두절된 델타폴 탐사대의 주거 지역으로 향한 그들은 참혹한 상황과 마주하게 되는데... 누군가 그들이 행성을 탐사하길 원하지 않는다!



누구도 내 인간들을 건드릴 수는 없다. 나는 놈들을 죽이고 싶었다. 


마샤 웰스의 머더봇 다이어리 시리즈는 기존의 서양 SF보다는 동양, 특히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라이트 노벨 장르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쉼 없이 읽을 수 있는 재미있는 소설 시리즈다. 아이작 아시모프가 '아이, 로봇 I, Robot'에서 확립한 '로봇 3원칙'은 인공 생명체가 등장하는 소설의 저변에 신앙처럼 깔려 있는데, 머더봇은 제1원칙의 충돌로 고뇌하는 캐릭터로 등장한다. 


머더봇은 멘사 일행을 만나기 전까지 자신을 인격적으로 대하는 인간을 만나 본 적이 없다. 그래서 멘사 일행이 자신을 '인간처럼' 대우하는 게 불편하기만 하다. 하지만 로봇 제1원칙에 의거 인간을 보호하는 측면에서 본다면, 목숨을 걸고 인간들을 지켜내는 머더봇은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물론 멘사 일행이 거주하는 보존지원단이라는 구역이 인간과 봇을 평등한 시민으로 대하는 구조라는 것도 그들의 태도를 결정짓는데 한몫했겠지만, 서로가 서로를 끌어안는 모습은 인공 심장을 가진 머더봇의 마음마저도 움직일 만하다.


머더봇 다이어리 시리즈 1권에 해당하는 시스템 통제불능은 전반적으로 머더봇의 성격이나 앞으로 진행할 방향에 대한 복선으로 가득하다. 머더봇의 시스템에 대한 여러 의문들, 델타폴 사건에서 실마리를 찾게 되는 머더봇의 과거 행적, 특히 머더봇의 인격(인간이 아니니 '봇격'이라고 해야 하나?)이 서서히 변하는 과정과 '내 인간들'을 지키기 위한 머더봇의 행동들은 명치를 강타하며 설레게 한다. 진짜 '안드로이드가 이렇게 멋있을 수가!'라는 감탄이 절로 나올 지경이다. 머더봇의 매력을 그 누가 거부할 수 있을까? 머더봇을 향한 내 마음, 통제불능이다.


당신은 저를 제어하지 못합니다.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에서 제공 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신의 왼손 2 - 최후의 네 가지
폴 호프먼 지음, 이원경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너는 남들이 숨을 쉬듯 적을 만드는구나."

신의 왼손(2), 476쪽, 이드리스푸케 



'신의 왼손'이자 세계의 파괴자로서 자신의 운명을 알게 된 케일은, 마음속에 끓어오르는 분노의 근원을 깨닫는다. 그리고 신의 사자라는 위치를 공고히 하기 위해 보스코는 케일을 전설로 만들기 위한 여러 작전을 실행하고, 그로 인해 케일의 명성은 나날이 높아져 간다. 실버리힐 전투의 대승으로 교황 서열 4위로 급부상한 것을 계기로 보스코는 자신의 욕망을 서서히 드러내기 시작한다. 


거의 모든 3부작 판타지가 그렇듯이 <신의 왼손> 또한 2권에서는 좀 루즈한 감이 없지 않아 있다. 전편에서 하도 치열한 투쟁을 하며 살아온 케일의 운명 덕분에 휘몰아치는 감정을 느꼈다면, 2권에서는 어느 정도 다크 히어로로서 자리 잡은 케일의 주변 상황과 인물들에 대한 갈등 구조를 설명하는 서사 구조라 피 터지게 싸우는 부분은 상대적으로 약하다. 


주로 보스코의 음모, 케일과 헤어져 각자의 길을 걷고 있던 베이크 헨리와 클라이스트의 이야기가 등장하고, 이들이 돌고 돌아 결국 케일의 곁에 다시 모이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신의 왼손> 2권 '최후의 네 가지'가 이렇게 끝나진 않는다.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리디머의 비밀이 밝혀지는데, 다시 생각해 봐도 기가 막힌 반전이다. 이로 인해 보스코의 정책이 바뀌고, 그는 점점 흑화 되어 가고, 아르벨을 다시 만난 케일은 그동안 쌓였던 신경이 파열하듯 정신적인 병을 얻게 되는데...


3권에선 갈등의 최고조에 이른 보스코와 케일의 최후의 결전이 기다리고 있겠지? 아, 진짜 아르벨 좀 어떻게 없애...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에서 지원 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접힌 부분 펼치기 ▼

 

여기에 접힐 내용을 입력해주세요.

 

펼친 부분 접기 ▲

접힌 부분 펼치기 ▼

 

여기에 접힐 내용을 입력해주세요.

 

펼친 부분 접기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낮은 곳으로 임하소서 Project LC.RC
이서영 지음 / 알마 / 202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냉증이 문제가 된다는 걸 안 건 스무 살 무렵이었다.

 

건설회사에서 근무하는 이슬은 스무 살 무렵부터 악취를 동반한 심한 냉증과 생리통으로 고생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에 대한 진정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연인 준규와 결혼을 앞두고 있었지만, 슬은 하루하루가 짜증나고 무기력할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대형 백화점의 악취를 처리해 달라는 업무를 담당하게 되면서 땅속 깊숙이 숨겨져 있던 '그것'과 마주하게 되는데...

 

 

 

 

경배하라! 경배하라! 송장이 모여서 신이 되었네!

 

<낮은 곳으로 임하소서>는 불과 144페이지 밖에 안 되는 짧은 책이다. 하지만 그 강렬함이란 어떤 장편소설 못지 않다. 한국의 대표적인 작가들이 모여 (주)알마의, 크리처 소설의 대가 러브크래프트의 작품 다시 쓰기 프로젝트인 'Project LC.RC(H.P. Lovecreaft Recreat)'의 6번째 작품으로 판타지 소설 작가인 이서영이 참여했다.

 

러브크래프트는 크리처의 조상격인 '크툴루'의 창조자이며, 재창조 된 <낮은 곳으로 임하소서>는 미지의 공포를 다룬 위어드 픽션 장르로, 그 크툴루를 소재로 하는 작품이다. 또한 그는 지독한 인종차별주의자로, 자신과 '다른' 것에 대한 극도의 공포심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미지'라는 이름하에 이 책은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수많은 해석이 가능해 보인다.

 

내가 본 <낮은 곳으로 임하소서>는 '성차별', 즉 좁게 보자면 여성에 대한 이야기다. 주인공인 슬은 냉증으로 고통을 받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감추기에 급급하다. 냉증은 자신의 약점이기에 항상 위축되고, 사회생활과 연인과의 관계에도 영향을 끼친다. 그래서 연인의 성폭력적인 발언에도 대꾸 한마디 하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에게 기회가 오는데, 바로 대형 백화점의 악취를 처리하라는 업무였다. 자신의 이력에 도움이 될 거라 판단한 슬은, 그 일을 해결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지만, 도무지 악취의 원인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만나게 되는 백화점 매장 판매원 '다한'과 정체불명의 '김원식'이라는 노인은 각각 여성과 남성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화려한 조명 아래서 보석을 파는 다한은 무슨 일이 있어도 웃어야 하는 감정노동자이다. 일제시대부터 존재했던 그 백화점의 지하엔 다한과 같은 다른 여성들의 고통이 스며들어 있었다. 그리고 '빈오재牝汚災'로 형상화되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

 

하지만 김원식은 목숨을 걸고 빈오재의 부활을 막으려 한다. 그렇다면 과연 그가 애써 막으려 했던 빈오재는 무엇이었을까?

 

 

그대의 정신은 함께할지니 깜깜한 암흑 속, 깊이를 알  수 없는 아늑한 절망에 나와 함께 있으리라.

 

<낮은 곳으로 임하소서>는 상상력을 자극한다. 미지의 것에 대한 공포는 우리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세다. 하지만 이미 존재하는 고통은 불안하지 않다.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 고통은 고통스럽지만 공포스럽진 않다. 겪지 않은 것에 대한 공포... 마치 빈오재처럼 스물스물, 물컹물컹 한 것이 몸을 휘어 감는 공포에서 감히 그 누가 벗어날 수 있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녀는 증인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2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두 개의 살인사건이 옆집에 사는 매슈의 소행임을 확신한 헨은 경찰에 신고를 하지만, 그녀의 과거 병력(강박적 집착, 조증) 때문에 번번이 무시를 당하자, 헨은 점점 더 매슈에게 집착한다. 매슈 또한 자신의 살인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받기 위해 헨에게 집착하기 시작하고, 이에 '비밀'을 공유한 그들은 묘한 동질감을 갖게 된다. 하지만 매슈의 동생인 리처드가 등장하면서 또 하나의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죽었다 깨어나도 당신을 해치지 않을 겁니다. 약속해요."

이제 둘에게는 비밀이 생겼고, 우정이 싹트기에 그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었다.

"네 맞아요, 내가 더스틴을 산 자에서 죽은 자로 바꿔놓았죠."

 

<그녀는 증인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는 한적한 외곽도시로 이사를 온 동화 일러스트레이터 헨이, 우연히 옆집에 사는 고교 역사 선생 매슈가 살인범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다. 초반에 범인을 밝히고, 사건보다는 그 범인(매슈)과 목격자(헨)의 관계에 주목하고 있는데, 특히 매슈의 심리를 따라가는 감정선이 흥미롭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흡입력이 좋지는 않기에, 그냥 매슈든, 헨이든 하나의 시선만 유지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원제인 Before she knew him... 그녀와 그의 인연의 시작은 어디였을까?

 

어머니의 얼굴은 자신에게 벌어지는 일을 지켜보는 증인의 얼굴이었다.

그 일을 겪는 게 아니라 그냥 바라보는 사람의 얼굴.

그게 바로 헨리에타의 표정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람의 아들
이문열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대구의 한 야산에서 잔혹하게 살해당한 한 구의 시체가 발견된다. 피살자의 이름은 민요섭. 근처 영생 기도원에 머물던 33세의 청년이었다. 이 사건을 맡은 남경사는 젊은 시절 문학도를 꿈꾸었으나 현실에 억눌려 형사로 눌러앉은, 그저 그런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이제 너는 신앙할 수 있다. 절망했으므로. 이제 너는 살 수 있다. 죽었으므로.

그러나 수사 도중 민요섭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한 줄의 메모에 이끌린 남경사는 이유도 모른 채 그 사건에 매달리게 되고 민요섭의 과거 행적을 추적하면서 그가 쓴 원고를 통해 아하스 페르츠라는 인물과 만난다.​

이문열 작가의 대표작인 <사람의 아들>은 민요섭 살인사건과 그가 쓴 원고의 등장인물 아하스 페르츠가 등장하는 액자 형식의 소설이다. 기독교에 관련된 내용이 주된 요소라 그쪽 방면에 지식이 없는 독자는 읽기가 좀 버겁지 않을까 하는데, 구약성서의 창세기, 출애굽기, 선지자들의 이름이 많이 등장하고, 신약의 복음서(마태복음. 마가복음. 누가복음)에서 내용을 많이 인용한듯해서 기독교에 대한 기초 지식이 있어야 받아들이기 더 쉽지 않을까 생각되기 때문이다.

거기다 아하스 페르츠가 설파하는 교리 중에는 이단으로 취급받는 이원론이 주를 이루고 있어, 여차하면 정통 교리와는 어긋난 방향으로 빠져들 소지도 충분히 있을 것 같다.

죽는 신. 인간으로 태어나서 악에 고통받으며 무력하게 죽어간다 - 이 얼마나 가슴 저린 신의 모습인가.

인간의 고통과 슬픔, 나약함과 결핍을 속속들이 맛본 뒤에 죽고 다시 부활하여 우리를 심판한다 - 이 얼마나 가깝고도 따뜻한 신성인가.

저자는 아하스 페르츠라는 인물을 니체의 '짜라투스투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영원한 방랑자'라는 문구를 보고 창안했다고 한다. 처음 저자가 이 책의 초안을 썼을 때는 아하스 페르츠라는 인물의 구도 소설로, 야훼에 대한 회의에서 시작해 예수를 만나고, 골고다에서 그를 부정했기에 불사의 저주를 받아 결국 적그리스도의 신성을 얻게 되는 인물의 이야기였다고 한다. 그 후 정리를 하면서 아하스 페르츠의 표상인 민요섭이라는 인물이 추가된 것 같은데, 뭐랄까 이 민요섭이라는 인물은 뭔가 완성형이라기보다는 흥미요소로서 억지로 끌어들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사람의 아들>은 앞서 말한 대로 기독교 교리에 대한 논쟁이 제법 등장한다. 특히 구약의 욥기가 연상되는 부분들이 꽤 있는데, 그 주된 내용은 '세상을 창조한 야훼의 뜻대로 모든 것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악 또한 야훼의 뜻에 의해 존재하는 것일텐데 왜 저주받고 심판당해야 하며, 악에 빠진 인간은 왜 죽어서도 지옥에서 고통받아야 하는가? 진정한 메시아의 본분은 무엇인가?'를 묻는다.

민요섭과 아하스 페르츠는 자신이 믿는 신이 인간을 고통에 빠뜨리는 것에 좌절하고, 과연 신의 뜻은 무엇인가를 놓고 끊임없이 그 답을 찾아 헤맨다. 솔직히 이런 유의 소설에는 끝이 없다. 명쾌한 결론이 내려져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사람의 아들>은 소설의 책장을 덮는 순간 진짜 시작되는 책이다. 당신이 믿는 것은 무엇입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