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고전읽기 혁명 - 내 아이가 고전에 빠져든다! 성장한다! 초등 고전읽기 혁명
송재환 지음 / 글담출판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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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얻는 것이 없고,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는 유명한 공자의 말이다. 배움에 관한 한 현대인들이 옛 우리 선현들과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하면 예전엔 지혜를 배우기 위해 책을 읽었으나 요즘엔 오로지 지식을 쌓기 위해 책을 본다는 것이다. 특히 요즘 아이들 교육을 보면 그렇다. 무조건 많은 지식으로 아이들을 무장시키기에 급급해 학교 외 각종 학원으로 힘없는 아이들을 내몰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니 정작 아이가 길고 거친 인생의 바다를 헤쳐나가기 위해 필수적인 지혜와 사고력을 키우기 위한 노력과 투자는 뒷전이 된 상태다. 옆집 아이가 하는대로 무작정 이곳 저곳 학원으로 내몰린 우리 아이들의 눈빛이 지치고 흐려지는만큼 아이의 장래 역시 불행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눈치채고 있는 부모들이 얼마나 될까? 지금 고된 학습이 장밋빛 미래를 보장해 줄거라는 부모들의 신념과는 달리 아이들의 심신은 지치고 병들어 가고 있는 건 아닌지 진지하게 생각해 볼 일이다.

 

부모가 생각없이 주변환경에 휩쓸리게 되면 아이의 장래는 생각지도 않고 무조건 따라하기식 교육이 돼버린다. 요즘 주도적인 학습에 대해 많이들 이야기하지만 실상 아이들이 어릴 때는 부모가 주도하는 학습이 되기 십상이다. 최근엔 아이들이 일찍 한글을 깨치고 일찍 책을 접하기 시작하니 부모들이 독서에 관해서도 무척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각종 자녀 교육서들이 아이들 독서의 중요성을 집중적으로 다루다보니 아이들 교육에 열성인 부모들의 독서에 대한 관심도 열기를 더해 가는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정작 부모 자신이 꾸준히 독서를 하며 독서의 유익함을 체득하고 있지 못하면 아이들 독서교육이 형식적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왜 책읽기가 중요한지를 스스로 깨닫지 못한 부모가 아이들에게 유익한 독서지도를 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이런 사정이니 무작정 아무 책이나 주위에서 추천하는 책을 따라하기식으로 아이들에게 강요하게 된다. 어떤 유익한 책을 읽힐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없다면 무조건 많이 읽히기가 독서목적이 되어버린다.

 

부모가 독서 습관을 가지고 있으면서 독서의 유익함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다면 아이들에게도 유익한 독서습관을 만들어주고 좋은 책을 읽히게 된다. 부모의 독서습관과 지도가 어린 아이들의 독서 방향을 잡아나가는데 가장 영향을 많이 주게 된다는 의미다. 따라서 아이에게 좋은 독서습관을 물려주기 위해서는 부모자신이 독서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을 필요가 있다. 부모 스스로 독서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마침 최근 고전독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고전 읽기에 대한 책들이 많이 출간되고 있고 이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그 중에서 《초등고전읽기혁명》은 비록 아이들 독서교육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아이들 부모들이 독서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동기를 만들어준다. 이 책의 필자 자신이 '늦은 나이에 스피치 능력과 글쓰기 능력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도, 깊이 있는 고전 읽기에서 나온 것'이라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고전을 통해 아이들에게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독서법을 소개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읽는 독자로 하여금 고전독서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

 

우리 아이가 무조건 읽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는 독서를 하고 있다면 공자님 말씀을 빌리면 얻는 것 없이 헛수고를 하고 있는 것이다. 좋은 책을 골라 깊이있게 읽는 것이 중요해진다. 고전이 참 어렵게만 생각되지만 요즘처럼 좋은 책을 만날 수 있는 환경이 없었던 것 같다. 부모가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아이들에게 고전을 접할 기회를 손쉽게 만들어 줄 수 있다. 고전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만큼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고전책들이 수도 없이 출간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가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데 도움이 될 책을 잘 골라 읽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 《초등고전읽기혁명》은 왜 고전을 읽어야 하는지,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책들을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친절한 가이드북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고전읽기를 실제 실행하고 있는 초등학교 선생님의 경험과 노하우가 그대로 녹아있는 책이니만큼 고전독서에 대한 실질적인 도움을 받기에 충분한 책으로 여겨진다. 이 책을 읽은 부모님들이 먼저 고전에 대한 관심이 급상승하고 고전읽기를 실천하게 될지 모를 일이다. 물론 그렇게 돼야한다. 부모가 바뀌면 아이들의 운명도 비로소 바뀌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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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내면을 검색하라
차드 멩 탄 지음, 권오열 옮김, 이시형 감수 / 알키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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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식사를 하던 식당 TV에서 108배와 명상을 주제로 한 건강프로그램을 우연히 보게 됐다. 평소 108배를 운동삼아 꾸준히 하고 있던 터라 자연스레 시선이 TV로 꽂혔다. 책을 통해 처음 108배가 어떤 잇점이 있는지를 알게 됐을 때 가장 동기부여가 됐었기 때문에 108배가 건강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다시 방송으로 확인함으로써 지속해서 실천하는데 좋은 자극제가 되었다. 방송에서는 20대 여성과 40대 남성이 108배를 실행한 실험결과를 토대로 108배가 빠른 속력으로 걷는 것과 똑같은 유산소 운동효과가 있음을 보여주었고, 108배가 근력유지와 체형유지에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전문가의 말을 통해 전해 주었다.

 

 그 다음에 명상이 뇌를 건강하게 해준다는 내용도 소개됐다. 서울대병원에서 하루에 1시간 이상 3년 이상 명상을 해온 사람의 뇌를 MRI로 촬영했는데, 그 결과 집중력과 감정을 담당하는 전두엽 그리고 뇌의 여러 부위를 조화롭게 연결해주는 백질이 일반인보다 더 두껍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노화나 스트레스 때문에 뇌세포가 파괴되는 속도를 명상이 늦춰 준다는 것이다. 명상의 이런 긍정적인 효과는 동양인들에게는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그리고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서양인들 중에서 명상을 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세계적인 기업 구글에서 시행하고 있는 명상교육에 대해 다룬 이 책 <너의 내면을 검색하라>는 이런 명상의 탁월한 효과를 다시한번 확신하게 해준다.

 

 “명상연습을 오래할수록 뇌의 해당부위가 더 두꺼워진다는 사실도 보여주었다._(P.82)

 

 이 책 <너의 내면을 검색하라>는 명상의 효과에 눈을 뜬 구글의 초기 멤버이자 엔지니어인 차드 멍 탄이 구글에서 실제 진행하고 있는 '내면검색'이라는 감성지능 교육과정을 소개한 책이다. 자신을 돌아볼 겨를도 없이 바쁜 일상을 보내며 삶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현대인들에게 명상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켜 줄만한 책이다. 어찌보면 단지 명상의 효과에 대해 소개하고 있는 이 책에 주목하게 되는 이유는 엔지니어 출신의 차드 멍 탄이 과학적인 근거를 가지고 명상의 효과를 분석했다는 점과 세계적인 기업인 구글 직원들의 실제 훈련 프로그램이라는 점 때문에 어느 정도 신뢰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명상의 효과와 방법을 이해하는 단계에서 그 효과를 확신하고 일상에서 실천하는 것이다.  지속적인 훈련을 강조하고 있는 점에서 이 책은 유용해 보인다.

 

“마치 숨쉬기에 목숨이 달린 것처럼 호흡하라.” _(P.74)

 

 이 책에서 가장 먼저 떠올리는 문장이다. 덕분에 108배를 할 때 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내 호흡에 주의를 기울이고 집중하게 됐다. 매일 아침 108배를 하고나면 호흡에 집중하며 명상을 하지만 늘 그 때 뿐이었고 일상에서 뭔가를 실천해 보려고 하진 않았다. 이 책에서도 얘기하지만 마음챙김, 즉 명상을 연습하기 가장 좋은 공간은 일상생활 속이다. 매순간 마음챙김을 적용할 수 있다면 삶의 질이 크게 바뀐다고 했다. 늘 자신의 내면을 검색하는 과정을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다면 더 나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음 챙김의 이점을 일상생활 속으로 확장하기 위해서는 습관이 될 때까지 늘 훈련을 해야 한다.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나만의 명상방법을 한가지라도 찾아내기만 하면 그 다음은 꾸준히 실천하며 명상의 힘을 직접 느껴보는 것이다.

 

마음챙김 명상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는 마음챙김의 좋은 영향을 명상시간을 넘어 삶의 모든 영역으로 확대하는 것이다._(P.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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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 책에서 길을 묻다 - 책에서 지혜와 삶, 꿈의 멘토를 만나다
김애리 지음 / 북씽크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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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회사에 신입사원이 자주 들어온다. 파릇파릇하게 생기 넘치는 신입사원들을 볼 때마다 신선한 느낌을 많이 받는다. 열정과 의욕이 넘치는 모습에서 내게도 에너지가 전염되는 느낌이다. 나이가 들어 말이 많아진 건지는 몰라도 학교를 갓 졸업한 어린친구들에게는 입을 열면 해 주고 싶은 말들이 참 많다. 평소 생각했던 말들이 아닌데도 이들 앞에 서면 학생신분의 생활과 사회생활 차이는 무엇인가부터 시작해 주저리 주저리 이야기를 떠벌리게 된다. 그 중 늘 잊지 않고 해주는 말이 책을 많이 읽어라는 것이었다. 내 자신이 직장생활을 뒤돌아봤을 때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은 것이 그간 읽었던 책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후배들에게도 앞으로 책을 많이 읽고 경험을 많이 쌓아란 말을 잊지 않고 해준다.

 

 신입사원들에게 학교 다닐 때 책을 얼마나 읽었냐고 질문을 하면 대부분이 머뭇거린다. 그런 질문을 몇 차례 신입사원 모집할 때마다 하고 반응을 보니 생각외로 학생들이 책을 많이 읽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우리나라 성인의 한 달 독서량은 한 권이 채 안돼고 10명 중 4명은 일 년 중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농담삼아 학생들이 우리나라 국민들의 평균독서량을 깎아먹는것 아니냐고 면박을 주기도 했다. 엄청난 양의 책이 출간되고 있고 마음만 먹으면 간편하게 집에서 책을 구입할 수 있는 현실에서 이런 통계는 참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 나도 학창시절에는 책과 담쌓고 지낸 장본인이라 딱히 나무랄 처지는 아니지만 말이다.

 

 한 번은 교육을 마친 신입사원 중 한 명이 내게 책을 추천해 달라는 부탁을 한 적 있다. 잠시 어떤 책을 좋을까하고 고민에 고민을 했지만 왠일인지 그 순간에 떠오르는 책이 없었다. 나름 자기계발서 정도는 제법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후배에게 소개해 줄 양서 한 권 떠올리니 못하다니 참 부끄러운 순간이었다. 물론 누군가에게 책을 추천해 주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내게 인상깊었던 책이 다른 사람에게도 똑같이 긍정적인 영향을 줄거란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엄청나게 나를 사로잡았던 책이 아니면 섣불리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했다간 실망시키기 십상이다. 그래서 책을 추천해달라는 요청에 쉽사리 답을 못했을 수도 있다. 책을 읽을 사람이 정작 필요로 하는 책이 어떤 책인가를 먼저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책 《십대, 책에서 길을 묻다》의 김애리 작가는 전작 《책에 미친 청춘》을 통해서도 수많은 양서들을 소개한 적 있다. 그 책을 읽고 작가에 대한 호감도 가지게 됐고 작가가 소개한 책들을 구입해 읽기도 했었다. 《책에 미친 청춘》은 수많은 양서들을 소개한 책이기도 했지만 자기계발서로도 손색이 없어 자주 들춰보던 책이다. 그래서 비록 10대를 겨냥한 책이긴 하지만 신간이 나왔다는 사실을 작가의 블로그를 통해 알고 즉시 구입해 보게 됐다. 작가는 이 책《십대, 책에서 길을 묻다》를 통해 10대의 인생 후배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들을 주제별로 구분하여 그녀가 읽었던 책들을 소개하며 전해주고 있다. 독서전도사라는 이름에 걸맞게 누구나 꼭 한 번은 읽어야 할 좋은 양서들을 소개했다. 내게는 제목만 들어도 알만한 책들인데 그간 읽지 못했던 책들을 접하는 계기도 마련해 주었다.

 

  책을 많이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책에서 어떤 메시지를 이끌어낼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내가 저자와 똑같은 책들을 읽었더라도 인생후배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라고 저자처럼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같은 책을 읽고도 읽는 사람에 따라 느낌은 다를 수 밖에 없지만 책이 주는 메시지를 제대로 파악하기만 하면 누구에게나 의미있는 책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내가 인생후배들에게 어떤 책을 추천해 줄까하고 고민만 했던 이유가 내 독서방식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란 결론을 내리게 됐다. 좀 더 다양한 책들을 깊이있게 읽을 필요성을 느끼게 된 것이다. 섣부른 판단으로 책을 추천하느니 오히려 《십대, 책에서 길을 묻다》를 추천해주고 독서의 방향을 잡아주는게 훨씬 낫겠단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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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터스 블랙 로맨스 클럽
리사 프라이스 지음, 박효정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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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최근에 우리 멤버가 된 아가씨 중 하나죠. 당신처럼, 이 아가씨도 친구를 통해 우리 이야길 들었어요. 그녀의 몸을 빌린 여성분은 몹시 만족하셨습니다."_본문 중에서

 

 사람의 몸을 빌려주고 받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스타터스starters'란 책 제목만으로는 어떤 이야기를 담았을까 추측하기 힘들지만 책을 읽기 시작하고 곧 만나게 되는 이 대화에서 현재나 과거가 아닌 과학기술이 훨씬 발달한 미래사회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란 걸 곧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궁금해진다. 어떤 사람들이 몸을 서로 빌려주거나 받거나 하는 것일까? 평소 우리가 어떤 일에 내 몸을 바친다는 의미는 내 전부를 걸고 무엇인가를 한다는 의미다. 내 몸을 빌려준다는 것은 나를 준다는 것과 같은 의미라고 볼 수 있다. 어떤 이유에서 이런 위험천만한 거래를 하는 것일까?

 

 몽땅 관절염에 걸린 소름 끼치는 늙은 엔더들이 이 10대의 몸을 일주일 동안 차지하고는, 그의 피부안에서 살아간다. 속이 홱 뒤집히는 것 같았다. 그저 바로 도망가고만 싶었지만, 한 가지 생각이 날 붙들었다._본문 중에서

 

 책을 막 읽기 시작하다보면 이런 의문에 대한 답을 곧 구할 수 있다. 여기서는 인생을 곧 마감할 사람들이란 의미 같기도 한 '엔더'와 반대의 의미인 '스타터'가 나온다. 이 둘 사이에 거래가 일어나는 것인데 늙고 노쇠했지만 돈 많은 엔더들이 돈을 주고 젊고 어린 스타터들의 몸을 빌려 마치 자신의 몸처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몸을 대여해 주는 스타터는 거기에 따른 당연한 댓가를 받는 듯하지만 돈이 절실한 처지에 있는 아이들이다. 댓가를 준다고는 하지만 보호자가 없어 하루하루를 살아가기 힘든 아이들이 돈 때문에 몸을 파는 희생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눈을 떴다. 비스듬한 각도로 기울어진 세계를 빛이 비추고 있었다. 나는 내 몸에 돌아온 채로, 플로어 위에 있었다. 바닥에 손바닥을 대고 누르며 일어나려는데, 손바닥이 역겨울 정도로 끈적거렸다._ 본문 중에서

 

 자신의 몸을 대여해 준 기증자는 계약기간이 끝나고 나면 '프라임데스티네이션'에서 깨어나 자신의 의식을 찾는다. 마치 꿈을 꾸듯 잠이 들었다가 깨어난다. 정해진 장소에서 잠들고 깨어나는 것이다. 하지만 주인공인 캘리가 세 번째 기증에서 계약기간이 끝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모르는 낯선 장소에서 깨어남으로 인해 예기치 않은 문제가 발생했음을 암시해 준다. 그리고 자신의 몸을 빌린 렌터인 척 행동을 하다 실제 자신의 몸을 빌렸던 렌터가 자신의 몸을 이용해 엄청난 음모를 꾸미고 있었음을 알게 되면서 갈등과 모험을 시작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불가능한 일이지만 다시 젊어지고 싶어하는 마음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소망하는 것이다. 늙고 노쇠해 곧 죽음을 맞이할 노인이라면 더욱 절실할 것이다. 젊음을 되찾진 못해도 정해진 기간이지만 젊은이의 몸을 빌려서라도 다시 젊음을 만끽해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부유한 엔더들이다. 대량살상무기가 살포된 전쟁 이후 부모를 잃고 거리를 배회하는 아이들이 스타터들이다. 하루하루를 폐허가 된 건물 속에서 지내며 사는 아이들에겐 먹을 음식과 살아갈 집이 절실하다. 돈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엔더들과 돈이 절실한 스타터들 그리고 이런 인간의 욕망을 이용해 돈벌이를 하려는 탐욕스런 인간들이 이 책의 등장인물들이다.   

 

 인간의 욕심에는 끝이 없다는 것을 이 소설을 통해 다시한번 체험하게 된다. 돈에 대한 탐욕, 그리고 젊어지고 싶다는 탐욕이 인간을 단순한 도구로 전락시켜버리는 극단적인 상황을 담고 있다. 그리고 끝도 없이 내달리는 탐욕이 부른 거대한 음모를 밝혀내는 과정이 무척 흥미롭게 진행되는 소설이다. 공상과학영화의 장면들을 연상시키기도 하고 전쟁과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인간성이란 찾아볼 수 없는 차가운 미래사회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겉모습으로는 사람을 믿을 수 없는 극단적인 상황으로까지 치닫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주인공 캘리의 가족에 대한 사랑과 이성에 대한 사랑이 더욱 따뜻하게 느껴지는 책이다.

 

 누구나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젊은 날은 바로 오늘이란 마음가짐으로 하루하루를 새롭게 만들어간다면 누구나 스타터라고 할 수 있다. 어제의 나를 동경하기 보다 오늘을 충실히 산다면 엔더도 스타터가 되는 것이다. 늘 그런 마음가짐으로 살면서 자신의 처지에 만족하고 순리를 거스르지 않고 산다면 나이와 상관없이 엔더들이 동경하는 스타터가 될 것이 분명하다. 타인의 몸을 빌려 스타터가 되려하기 보다 스스로 스타터가 된다면 소설처럼 엉뚱한 욕심을 부리고 사람을 희생시키는 일은 없을 것이다. 마음만이라도 스타터로 유지할 수 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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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제정신 - 우리는 늘 착각 속에 산다
허태균 지음 / 쌤앤파커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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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 때의 천사 같은 배우자는 사라지고, 어디선가 짠하고 나타난 원수와 같이 살게 된다. _ P.199

 

 결혼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는 젊을 커플들에게 기혼자들은 자주 그 환상을 깨는 짖궂은 이야기들을 해 준다. 하지만 그 순간 그들이 공감을 하리라 기대하지 않는다. 그 착각과 환상은 스스로 겪고 깨닫기 전엔 깨기 힘들테니까.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살면서 참 많이 기대게 되는 말이다. '가장 위대하고 심오한 진리는 가장 단순하고 소박하다'고 했던 톨스토이의 말을 처음 접했을 때도 제일 먼저 떠올린 말이기도 했다. 내 마음이 지어내는 것 때문에 웃기도 하고 내 마음이 지어내는 것 때문에 울기도 한다. 마음먹지 않으면 움직이기 싫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관심을 끊어버린다. 진정한 행복에 이르는 길을 많이들 고민하지만 그것도 마음먹기에 달려있다. 달라진 건 없는데 문득 행복하게 느끼기도 하고 불행하게 느끼기도 하고 시련을 겪기도 하고 아무렇지 않은 듯 극복하기도 한다. 그 모든 것이 마음 때문이다.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

 

 세상의 한복판에 내가 있다. 내가 보기 때문에 세상은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모든 판단의 중심에는 내가 있을 수 밖에 없고 일체유심조의 그 마음도 내가 가지는 마음일 수 밖에 없다. 모든 게 내가 중심이기 때문에 나와 관련된 것은 모두 긍정적이고 낙관적으로 보려하기 마련이다. 누가 봐도 불륜인데 나만 로맨스가 되는 건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런 비슷한 사례들을 찾으라면 무수히 많을 것이다. 그것은 누구나 자기 중심적으로 생각하기 마련이고 그러니 인간이 이런 착각들을 하면서 사는 존재라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우리는 늘 착각 속에 산다/고 《가끔은 제정신》 이라 제목이 붙은 이 책을 읽고는 과연 우리는 제정신일 수 있는 건지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때론 제정신이기 보다 착각 속에 살기 때문에 우리 마음은 더 안정되고 때론 행복을 느끼며 살고 있단 생각이 들기도 했다. 반대로 '내맘대로 착각' 때문에 시기하고 질투하고 불행해 질 수도 있으리란 생각도 해본다. 사실과 무관한 착각 때문에 우리의 마음이 좌우된다면 우리가 어떤 착각을 하며 살고 있는지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할 필요성은 충분한 것 같다. 이 책이 재미있으면서 유익한 점이 바로 이것 때문이다.

 

  우리가 어디까지 이런 착각을 하고 사는지는 누구도 알 수 없는 것 같다. 책을 보며 나 역시 이런 착각을 하며 살고 있겠단 생각을 했지만 내 생각과 행동들이 이런 착각에서 연유한 것일 수 있다고 문득 문득 깨달으며 일상을 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나라는 존재에 대해 착각으로 일관하며 일평생을 살더라도 그것을 깨닫는 것은 불가능할 지도 모른다. 저자가 이야기 했듯 이 책을 읽고 단지 인간은 착각하며 사는 존재란 것을 받아들이는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 될 수 있다. 무슨 착각을 하고 사는지 밝힐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조차 착각일 수 있지만 말이다.

 

 분명한 것은 건강하고 행복하고 싶으면 '착각해야' 한다는 것이다._ P.117

 

  인간의 본질을 들여다 보면 여지없이 불편한 진실들과도 만난다. 아는게 힘이 되기도 하고 모르는게 약일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일이든 모르고 당하기 보다 알고 제대로 대응하는 것이 훨씬 더 현명한 방법이다. 행복한 삶을 살고싶은 우리가 늘 착각하고 살고 있고 그로 인해 행복해질 수 있다면 행복의 문은 우리에게 항상 열려있다고 보면 된다. 행복도 불행도 모두 착각이라면 기왕이면 행복한 착각을 선택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경험상 그렇게 마음먹기가 쉽지 않다. 그게 쉬웠다면 나와 주변에 모든 이들이 행복을 느끼며 살고 있을테니 말이다. 늘 제정신으로 살긴 힘들다. 그래도 '가끔은 제정신'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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