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의 가정식 - 나를 건강히 지키는 집밥 생활 이야기
신미경 지음 / 뜻밖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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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으로 버텨야 할 때란 얘기를 자주 듣는 나이가 됐다. 몸에 좋다는 약을 꼭 장기복용해야 한다는 이런 조언을 모두 따른다면 사무실 책상에 약병이 제법 올라가 있어야 할 듯.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책상엔 매일 잊지 말고 먹어야 하는 약이 하나도 없다. 매일, 그리고 장기복용할 약이라면 당연히 매일 눈이 머무는 경계 안에 들어와 있어야 한다. 그게 없다는 건 아직 약에 의존해야한다는 절실함이 없기도 하고,  몸을 그닥 돌보지 않는다는 것일 수도 있다.

 

잔잔한 만족감이 일정하게 지속하는 차분한 삶의 시작은 아침에 일어났을 때 몸의 상태가 오락가락하지 않을 때다. _(p.7)

 

언제부턴가 아침에 일어났을 때 몸상태에 민감해지기 시작했다. 피로감이 전날보다 더하다던지 오늘은 좀 나아졌다든지. 평소보다 좀 과하게 힘들다 싶을 땐 전날 자기 전 뭘 먹었는지를 떠올린다. 회사 업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서 저녁 식사를 한다. 퇴근이 늦으면 식사도 자연 늦어지고, 때론 허기진 속이 눈에 보이는 모든 간식 거리에 손이 가게 한다. 식사도 하고 이것 저것 먹고 쉴새도 없이 잠이 든 다음 날은 여지없이 몸이 무겁다. 소화와 관련있는 장기들이 모두 불편하다. 몸이 편안해야 마음이 편안하다. 아침에 몸이 무거우면 하루가 그 영향을 받는다. 자연스럽게 몸 상태에 민감해진다. 그리고 먹거리에 신경을 쓰게 된다. 아침에 힘들 때 마다 그랬다. 전날 그걸 먹지 말았어야했는데. 식사를 더 가볍게 했어야 했는데. 물론 이런 후회와 반성은 자주 반복되는 일상 중 하나. 당장 문제 되지 않으니 바뀌는 게 없다. 단지 저녁에 몸이 식탐에 빠진다는 걸 느끼고 가능한 자제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는 것만으로, 뭔가 하고 있다고 위안으로 삼을 뿐이다.

 

치료 후 바닥을 친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욕심을 서서히 내려놓고 몸에 좋은 습관을 만들려 여러 시도를 했다. 그중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는 것. 내 몸과 대화하기._(p.17)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 말은, 잘 먹고 운동해야 건강하다라는 말처럼 중요하지만 흘려듣기 쉬운 말이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실감하기 전까지는 나도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이 나와 무슨 상관이 있는지 모를 정도로 둔하다. 나한테 닥친 일에만 의미 부여를 할 줄 안다. 결국 건강을 실제로 잃어봐야 그말이 이거 였구나 깨닫는다. 나도 한때 몸에 이상이 생겨 입원해보고야 경험했던 일이다. 몸이 전부란 사실, 그래서 가장 아끼고 돌봐야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우리는 몸이 허용한 시간만큼만 이 세상에 머문다. 이 말은 죽음을 이야기할 때면 늘 숙연해지는 습관 때문에, 살아가는 이유가 필요할 때마다 떠올린다. 물론 그런다고 죽음 앞에 서보지 않은 내가  집착할 정도로 삶에 애착을 느끼게 되는 건 아니다. 죽음이 막연한 개념이긴 하지만 한순간만이라도 내 둔한 두뇌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관심은 쏟게 한다.  그리고 나면 최소한 내 몸을 더 아껴야겠다. 건강하게 잘 살아야겠다. 이런 흔한 결심을 또 하게 된다.

 

바꿀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나쁜 버릇을 없애고 나면 그곳에 이전에 보지 못했던 다른 길이 나타난다. 잘 포장된 물질이 사라지자 이제껏 게으름에 외면했던 일상 요리의 세계에 도착했다._(p.24)

 

내가 해보지 않았던 것, 해보고 싶었지만 게을러 하지 않았던 것들이 세상에 널려있다. 내게 새로운 자극을 줄 수 있는 것들이 많음에도 하지 않아서, 단지 시작하지 않아서 경험하지 못한 것들이 많다. 나를 위해, 내 몸을 위해 할 수 있는 것들도 수없이 많다. 실행에 옮기기만 해도 만족감을 넘어 행복하게 느낄 수 있는 것들. 그게 운동일 수도 있고, 좋은 약을 사서 매일 꾸준히 장기복용하는 것일 수도 있고, 좋은 식사를 꾸준히 이어서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최근엔 먹거리와 건강에 대해 점점 더 신경을 쓰게 된다. 건강한 식사로 몸을 관리해야 할 나이기도 하고, 먹거리에 따라 몸 상태가 민감하게 변하는 걸 느끼기 시작하면서 그렇게 됐다. 그리고 이 책 《혼자의 가정식》 덕분에 먹거리에 유독 신경을 쓰게 됐다. 인스턴트 식품을 달리 보게 되고, 내 몸이 좋아할 음식에 더 눈이 간다. 그리고 이 책은 음식을 직접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에 부채질을 한다.

 

좋은 식사란 영양가, 칼로리를 따지는 건강함에도 있겠지만 장보고 요리하고 식사하는 모든 순간 느끼는 '여기 존재한다'는 감각이 들게 한다._(p.62)

 

건강을 잃어본 사람이 말하는 건강 이야기에는 힘이 있다.  내가 직접 경험 못한 일이라도 누군가가 그랬다고 하면 다른 감각이 살아나 공감하게 된다. 죽음 앞에 섰던 사람이 말하는 삶과 일상에 대한 이야기가 평소와 달리 깊숙히 다가오는 이유다.  이 책이 말하는 건강의 소중함, 먹거리의 소중함에 대한 이야기에 힘이 실리는 것도 건강이 무너져 수술대 위에 올랐던 저자의 경험 이야기가 크게 한몫했다.  덕분에 전문가가 쓴 건강서보다 더 따라하고 싶은 게 많은 책이다. 이런 저자를 알게 된 건 《뿌리가 튼튼한 사람이 되고 싶어》를 읽고 나서다. 일상을 좀더 세심한 눈으로 바라보고, 아주 작은 실천과 그로 인한 변화에 의미를 담고 싶게 만든 책. 덕분에 요리나 음식에 별다른 관심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이 책 《혼자의 가정식》을 구입해 보게 됐다. 그리고 생뚱맞게 나도 요리를 해야겠단 결심을 하고, '주말엔 아이들 아침은 내가 준비할 게'라고 선언해 버렸다. 대단한 결심을 하고 내린 결단인데  아이들 반응은 이랬다. '아빠, 갑자기 왜요?'

 

우리는 앞으로 건강하게 되도록 오래 살고 싶고, 그만큼 오랫동안 잘 먹고 살 기술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p.284)

 

요리를 하면서도 배우고 깨닫는 것이 많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책이다. 저자가 책에도 말한 것처럼 나 역시 어제 태어난 사람이 아니어서 이제껏 작고 크게 경험해온 세상이 있기에 하루하루가 오늘이 처음인 듯 설레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맞는 순간에, 하루라는 일상에 의미부여를 하려고 내 나름의 필살기를 사용 중이다. 매일 아침 글쓰기가 그것이다. 이 책은 내가 아침마다 글을 쓰는 것처럼 요리를 해보라고 부추기고 있었다. 요리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결심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더불어, 약으로 버텨야 할 나이. 그럼에도 건강에 무심함. 이런 나에게 이 책은 잘 먹어야 잘 산다는 말에도 깊이 공감하게 했다.  중요하지만 간과하고 있던 것에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게 해준 셈이다. 누군가의 이야기, 혹은 누군가가 쓴 책이 삶을 결정적으로 바꿀 수 있다고 믿지 않지만 가끔 읽고 나면 이 책처럼 일상의 방향을 살짝 틀어주는 책들이 있다. 머리를 주억이게 하지만 일상과는 동떨어진 거창한 이야기를 하는 책들보다 훨씬 내게 유익하다. 먹거리에 관심을 더하고, 외면 받을지 모를 음식 만들기를 시작하게 됐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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