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를 달빛 삼다 - 원철 스님 산문집
원철 지음 / 휴(休)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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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원철 스님이 도심 속에서 살며 보고, 듣고, 느낀 일상의 생활에 대한 사색을 담은 산문집이다. 전에는 알지 못했지만, 원철 스님은 명문장가로 꼽히며 전문성과 대중성을 두루 갖춘 분이라 한다. 글 한편 한편에 스님의 깊은 사색과 고민, 성찰이 느껴진다. 일상생활에서 경험한 일들이 가벼운 문체로 쓰여 있다. 그러나 글 속에 숨은 의미와 여운은 결코 가볍지 않게, 묵직하게 다가온다. 평소 무심코 지나치고 관심을 두지 않았던 사물, 자연 등을 다시 곱씹게 되는 그런 책이다.

 

특이하고 마음에 들었던 점은 일반인에게 어려운 경전의 구절과 내용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불가의 경전 구절, 격언, 이야기들을 우리에게 이해하기 쉽고 공감되게 일상생활과 연결하여 풀어낸다. 충분한 지식과 내공이 있기 때문에 가능할 것이다. 이런 글을 쓰고 싶고 소통하고 싶다.

 

이 산문집은 일상에, 일에 치이느라 힘들고 지친 현대인들의 마음에 쉼표를 찍어주는 책이다. 여유가 생길 때마다 한 편씩 읽으면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이다.

 

“알고 보면 삶이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살다 보면 우애 때문에 금을 버려야 할 경우도 있고, 삼 때문에 금을 버려야 할 상황도 만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우애도 살리고, 삼도 버리지 않으면서, 금까지 손에 쥘 방법을 찾는 것이 우리의 복잡한 셈법이다. 도를 닦는다고 할지라도 의식주 어느 한 가지도 소홀히 할 수 없으며, 더불어 대중 생활을 하면서 의리를 헌신짝처럼 저버릴 수도 없는 일이다(29쪽).”

 

“《주역》에 이르기를 ‘석과불식碩果不食’이라고 했다. 씨과실은 절대로 먹지 않는다는 것이다. 농부는 씨앗 주머니를 베고 죽는다는 뜻이다. 내가 죽어도 뒷사람을 위해 남겨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고대의 ‘종자전쟁론’의 근거인 셈이다. 하지만 IMF 때 많은 국내의 종자 기업이 외국계 회사로 팔려나갔다고 한다.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경제 논리 앞에 씨과실 마저 남에게 넘겨버렸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석과불식 정신도 사라진 것이다(166~1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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