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티모어의 서
조엘 디케르 지음, 임미경 옮김 / 밝은세상 / 2017년 10월
평점 :
절판


<해리 쿼버터 사건의 진실>에 이어 볼티모어의 서로 '조엘 디케르 현상'을 불러 일으킨 작가는 소설 속 주인공 마커스 골드먼을 등장시키는데 마커스는 작가 조엘 디케르의 분신 같은 존재로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인물이다. 그는 뉴욕의 젊은 작가로 첫 소설이 큰 성공을 거두었다는 사실에서 마커스가 소설속 주인공이지만 왠지 작가와 동일시 되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야기는 큰아버지 사울 골드먼이 다급한 목소리로 마커스에게 볼티모어로 와달라는 전화로 시작된다. 큰아버지는 이유도 말하지 않고 무조건 볼티모어로 오라고 했는데 그때는 알지 못했지만 볼티모어의 비극은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던 것이다.
골드먼 가족은 볼티모어 골드먼과 몬트클레어 골드먼이라는 두개의 가족으로 나누어져 있었는데 큰아버지가 속한 볼티모어 골드먼은 직업과 경제적으로 상류층에 속하고 있었다. 큰아버지 사울은 성공한 변호사이고 큰어머니는 아니타는 유명 병원의 의사로 부유한 그들은 마커스가 볼때 모든 것을 가지고 있는 가족이었다. 반면 마커스가 속하고 있는 몬트클레어 골드먼가는 직업과 경제적인 면에서 볼티모어가와는 너무나 달랐다. 마커스의 아버지는 엔지니어였고 어머니는 의류매장의 판매사원으로 볼티모어가와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마커스는 볼티모어 가족을 부러워하고 있었지만 너무나 다른 집안 환경에 질투심마저 느낄수 없었다. 그렇게 어린시절 비교조차 할수 없었던 큰아버지 가족 볼티모어가가 어느날 갑자기 몰락하게 되었다는 사실은 마커스에게도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왔지만 사실은 볼티모어가는 마커스가 알지 못하는 사이 서서히 몰락해가고 있었다.
마커스는 첫 소설을 성공시킨 작가로 새로운 소설을 쓰기 위해 뉴욕을 떠나 조용한 플로리다주 보카레이턴에서 새작품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는 볼티모어를 떠나 마이애미로 옮겨 온 큰아버지를 가끔씩이나마 만나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어느날 호숫가를 서성거리는 주인 잃은 개를 보게 된 마커스는 그 개의 주인을 찾아 주었는데 길 잃은 개의 주인은 뜻밖에도 그가 잘 알고 있는 알렉산드라로 마커스는 그녀를 8년만에 다시 만나게 되었다. 마커스와 헤어진 후에 그녀는 유명가수로 최고의 싱어송라이터가 되어 있었다. 볼티모어에서 이웃으로 지내면서 알고 있었던 알렉산드라와는 볼티모어가의 비극에 대해 공통된 아픔을 가지고 있었고 그 이유가 그들이 헤어지게 된 이유가 되었기 때문에 우연한 이 만남이 알렉산드라와 마커스는 당황스러웠다. 알렉산드라는 아이스하키 선수 케빈과 사귀고 있었는데 마커스는 그녀를 만나고 나서 알렉산드라에 대한 마음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었다.
볼티모어에서는 도대체 무슨 비극적인 일이 있었기 때문에 마커스와 알렉산드라의 관계가 변하게 되었고 그일에 대해 이야기하는것 조차 두려워하는지 궁금해지는데 알렉산드라를 만난 후 행복했던 시절의 사진을 보면서 마커스는 자신이 무엇을 써야 하는지를 깨달았다. 그 글을 쓰기 위해서는 마커스는 큰아버지 사울 골드먼을 만나야 했다. 
사울 골드먼은 마커스 아버지의 형이다. 큰아버지는 'VIP' 였다. 큰아버지는 볼티모어에서 가장 유명한 로펌을 이끄는 변호사로 승승장구 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족들은 큰아버지를 'VIP' 라고 불렀다. 그리고 큰어머니도 유명한 병원의 암센터에서 의사로 일했는데 그녀는 너무나 아름답고 매력적인 분이었다. 그들의 아들 힐렐은 총명하고 밝은 성격으로 사촌 마커스와는 동갑이었다. 
힐렐과는 사촌이었지만 친형제 보다 더 사이가 좋았고 어린시절의 좋은 추억을 생각하면 큰아버지 가족과 함께 있었던 시간이었다. 어린 마커스에게 볼티모어가의 큰아버지 가족은 동경의 대상이었고 부러움으로 지켜보게 되는 사람들이었다. 마커스에게 그들은 신의 축복을 받은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불운과는 거리가 멀었고 언제까지나 영원히 행복하게 살것이라는 생각되었다. 
그 당시를 회상해 보면 볼티모어 잡에 이웃이었던 알렉산드라는 열일곱살이었고 힐렐과 마커스는 열다섯살이었다. 볼티모어 가족은 세명이었지만 어느날부터 우디도 볼티모어 가족이 되어 있었다. 우디는 법적으로는 가족이 아니었지만 힐렐의 새형제가 되었고 골드먼가 사람들 모두가 우디를 인정하고 볼티모어 가족을 네명으로 받아들였다. 우디는 친절했고 운동을 잘하고 자상한 아이였다. 
마커스 인생에 가장 행복했던 시절에 힐렐과 우디는 친형제보다 더 사이좋게 지내면서 그들의 우정이 영원할것이라고 믿었다. 마커스와 힐렐 그리고 우디는  <골드먼 갱단>이라는 갱단을 만들어서 놀았고 열여덟살이 될때까지 밀접하게 우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서 영원할것 같았던 그 모든 것이 변하리라는 것은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던 시절이었다. 
큰아버지 사울은 소송에서 단 한번도 진적이 없는 위대한 변호사였고 그런 큰아버지를 마커스는 존경하고 있었다. 완벽한 시절이었지만 마커스와 사촌들은 성장하고 있었고 그들은 더 이상 어린아이들이 아니었다. 볼티모어가의 이웃에 있는 알렉산드라에 대한 그들의 관심은 그들이 소년시절 함께 놀면서 공유했던 것들과는 다른 차원으로 변했고 선택받기를 원하게 되고 누군가는 선택받고 그러지 못한 누군가는 상처받을수 밖에 없었다. 그 상처는 완벽하다고 생각했던 그들의 우정에 균열을 가져오게 된다. 성장하면서 겪게 되는 성장통은 외면했던 질투심을 드러나게 만들고 우열에 대한 열등감으로 더 이상 그들은 예전의 치밀함을 유지할수 없었다. 
완벽할것 같았던 볼티모어가의 치명적인 비밀을 애써 보지 않았던 마커스가 보게 될 진실을 통해 볼티모어가의 비극을 마주보게 한다. 완벽하고 신의 축복을 받아 영원하다고 생각한 볼티모어 골드먼가는 어쩌면 그렇게 믿고 싶었언 마커스의 마음이 다른 것들은 보지 못하게 했고 그가 놓치고 있었던 사이에 볼티모어가의 비극은 서서히 진행되어지고 있었던것 같다. 행복했던 지난날속에 숨겨진 균열이 조금씩 커져서 걷잡을수 없게 비극으로 이어지게 되었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보다 더 좋아 보이고 완벽해 보이는 것들도 사실을 들여다보면 완벽하지 않고 균열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자신의 삶속에서 행복을 찾는 것이 중요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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