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라고 하면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을 떠나서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는 설레이고 재미있는 모험을 떠올리게 된다. 일상에서 벗어나서 즐거운 일이 가득한 여행자를 기대하지만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독일을 떠돌아 다니면서 두려움을 느껴야만 했던 오토 질버만에게는 여행자의 시간은 결코 설레이는 모험이 아니라 가족이 있는 안전한 집으로 되돌아갈수 있기를 간절히 바랬을 시간이라는 사실에서 그가 여행자로서의 겪은 고통은 단순히 힘든 여행의 고단함이 아니라 고통과 절망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는 이야기이다. 오토 질버만의 삶은 작가 자신이 직접 겪은 독일을 떠나 낯선 나라를 떠돌아다니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이야기이기 때문에 더 세밀하게 표현되어 유대인으로 나치의 위협에서 살아남기 위해 겪어야만 했던 두려움이 생생하게 전달되는것 같다. 작가가 1938년 수정의 밤 이후 외국으로 떠나야먄 했던 이유와 수용소에서 지내면서도 작품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었지만 끝내 출간되지 못한 원고를 80여년의 긴 새월이 지나서 지금에서야 출간된 배경을 보면서 여행자를 통해 독일 역사의 깊은 상처를 볼수 있었다. 오토 질버만은 베를린에 거주하는 유대인 사업가로 아리아인에 가까운 외모와 정서를 가진 인물이다. 나치의 유대인 박해가 있기 전까지 그는 존경받는 사업가로 잘 지내고 있었지만 동업자 베커에게 도박을 하지 말라고 사정을 해야 하고 그런 질버만을 무시하는 베커의 태도와 비싼 집을 헐값에 살려고 흥정하는 친구는 자신이 그 집을 사지 않아도 어차피 나치에게 빼앗기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질버만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질버만의 사정을 잘 알고 있는 동업자와 친구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위기에 처한 질버만에게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잘 알수 있었다. 기차안에서 유대인에 대해 독일인의 행동을 보면서 자신도 베를린의 집을 떠나야만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고 국외로 이주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파리에 있는 아들에게 허가증을 받아 달라고 하지만 쉽지 않았다. 지금보다 더 일찍 서둘렀다면 국외로 떠나는 것이 쉬웠지만 이제는 이웃도 친구도 믿을수 없었고 전화도 누군가에게 도청되고 있다고 생각해 조심스럽게 통화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우려했던 일이 일어났고 아내와 헤어져서 떠돌아다니게 된 질버만은 국경을 넘어가는 두렵고 긴장감이 가득한 여행을 떠나게 된다. 기차안에서는 단지 기차가 가고 있다는 사실로 위안을 받지만 그런 위안도 오래가지는 못했다. 질버만은 유대인에게 반감을 가지고 바라보는데 그런 그의 태도는 독일인이 유대인을 보는 시각과 비슷하다. 질버만에게는 가족도 찬구도 없고 오로지 남은 재산을 가방에 넣어 혼자 떠나는 여행은 살아남기 위한 여행으로 국경을 넘으면 괜찮을 것이라고 위로하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언제가 영화에서 유대인이라고 오해를 받은 독일인이 자신이 유대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각종 서류와 가족을 만나러 가지만 끝내 유대인으로 인정되어 수용소로 가는 장면을 보면서 당시 유대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두려운 일이었는지를 다시 한번 느낄수 있었는데 그때의 충격을 여행자를 통해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언제 끝나게 될지 모르는 여행의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더 힘들고 고달픈 여행에서 질버만은 희망도 의지도 사라지고 있었다. 여행이 끝나면 돌아가서 편히 쉴수 았는 집이 있다는 사실이 힘든 여행을 즐갈수 있는 여유를 가지게 하지만 그런 희망을 가질수 없다면 더 이상 여행은 즐거운 것이 아니다. 살기 위해서 힘겹게 떠돌아다니는 여행은 질버만에게 모든 것을 잃게 만들었고 그가 가진 존엄성도 나날이 사라지게 만들었다.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한 사람이 겪어야만 했던 깊은 상처를 보면서 세월이 지나도 역사의 아픔은 고스란히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고 역사적인 고통을 기록으로 남긴 작가의 글이 시대가 지나도 사람들에게 잊지 말고 역사의 아픔과 진실이 무엇인지를 기억하라고 말하고 있는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