킨 (리커버 에디션) 옥타비아 버틀러 리커버 컬렉션
옥타비아 버틀러 지음, 이수현 옮김 / 비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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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시대를 앞서가는 작가 옥타비아 버틀러의 작품은 SF소설의 놀라운 상상력과 더불어 인종문제에 대해 흑인 여성 작가라는 자신만의 고유한 생각들을 잘 드러내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장르를 한번에 만날수 있는 특별한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을 알수 있다.
SF소설은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일어나고 상상속에서만 가능한 세상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하면서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 미래를 바꾸는 영화의 한장면을 떠올리면서 킨도 내가 예상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지만 타임 슬립을 통해 작가는 노예제도의 뿌리깊은 고통의 역사를 보여주고 있었다. 흑인 노예의 고단했던 삶에는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이 없었고 백인에 의해 결정되어진 고통스러운 삶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유를 찾는 흑인 여성을 통해 노예제도가 남긴 상처가 무엇인지를 보게 되었다.
나는 집으로 돌아오는 마지막 여행에서 팔 하나를 잃었다. 그리고 편안함과 안전을 잃었다 그렇게 이야기는 시작되어지고 있다.
1976년 6월 스물여섯 번째 생일날 다나와 케빈은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와서 짐을 정리하고 있었다. 책 정리를 하는 순간 현기증과 속이 울렁거리는 느낌을 받게 된 다나가 깨어난 곳은 집이 아니었다. 백인 아이가 물에 빠지는 모습을 발견한 다나가 아이를 구하게 된다. 아이의 이름은 루퍼스로 고맙다는 말 대신에 아이의 아빠 와일린은 다나에게 총을 들이대면서 다가왔고 위기의 순간 다시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꿈이 아니라는 것은 진흙이 묻은 옷이 증명하고 있었는데 케빈은 다나에게 일어난 일은 몇초의 시간이라고 말한다. 두번째로 과거로 돌아간 날은 루퍼스는 소년이 되어 있었고 또 다시 위험에서 구하지만 이번에도 다나가 위험에 빠지는 순간 집으로 돌아올수 있었다.
다나는 족보를 통해 루퍼스가 자신의 할아버지로 흑인 노예 앨리스와 연결된 조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19세기의 조상과 20세기의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과거에는 백인이 흑인을 사랑하는 것은 있을수 없는 일이었지만 지금은 백인 케빈과 흑인 다나는 약혼을 하고 함께 살면서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세상이 되었다. 루퍼스가 살던 시절에는 백인은 흑인에 대해 모든 것을 지배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고 흑인 노예를 팔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때리고 도망가다 잡혀 오면 모진 채찍질을 하는 것에 대해 자신들의 권리라고 생각하면서 흑인들을 압박하고 있었다. 흑인 여성 노예는 성적학대를 하고 그들이 낳은 아이를 다른 곳으로 파는 것에 대해서도 아무렇지 않았던 시절로 돌아가게 된 다나는 루퍼스가 위험하면 자신을 부른다는 것을 알게 된다. 루퍼스가 위험하면 과거로 가고 자신이 위험하면 현재로 돌아오게 되는 상황에서 세번째로 과거로 돌아갈때에는 케빈과 함께 가게 되었다.
루퍼스의 농장에 노예로 지내게 된 다나는 다른 노예들과 다른 당당함이 있었고 루퍼스가 위험할때마다 구해주는 다나는 루퍼스와 아버지 와일린에게도 특별한 존재가 되었다. 흑인 여성 앨리스는 자유인이었지만 청년 루퍼스는 앨리스에게 관심이 있었고 그녀를 노예로 만들었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던 앨리스는 도망을 가지만 다시 잡혀와서 심한 벌을 받게 되고 루퍼스가 앨리스를 돌보지만 그녀의 마음을 돌릴수는 없었다. 백인이 모든 것을 할수있는 시대지만 사람의 마음을 자신이 원하는 것으로 만든다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던 앨리스는 흑인 여성으로 감당해야 했던 아픔을 겪으면서도 자기자신을 잃어버리지 않았다.
노예는 노예일뿐 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백인 농장주는 무슨 일이든지 할수있었고 흑인 노예에게 어떤 행동을 해도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150년전으로 돌아가 루퍼스를 구하는 다나는 잔인한 농장주가 되지 않도록 루퍼스를 변화시키고 싶었고 아직은 착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루퍼스에게 희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와일린의 채찍질과 노예들의 비참한 삶을 겪으면서도 루퍼스가 아직 잃어버리지 않았던 내면의 순수성을 찾을수 있도록 지켜주고 싶었다. 다나는 루퍼스의 수호자가 되어 그를 지켜야하는 운명으로 과거로 돌아오고 있다고 믿고 있었다. 자신이 지켜보는 동안 소년에서 청년으로 자라게 된 루퍼스는 앨리스를 닮은 다나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고 다나가 떠나지 않기를 바라면서 자신의 욕망에 따라 행동하고 있었다. 루퍼스의 아이를 낳은 앨리스는 흑인이라는 이유로 백인에 의해 자신의 삶이 결정되어지는 것을 더 이상 참을수 없었고 결국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면서 저항을 하게 된다.
19세기에 흑인에게는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할수 있는 것이 없었다. 백인 농장주가 시키는대로 살면서 가족들과는 볼수없는 곳으로 팔려나가도 어쩔수없었고 채찍질에도 견디면서 일을 하고 원하지 않는 삶을 강요당해도 받아들여야 했던 흑인 노예의 비참한 운명의 수레바퀴는 돌아가고 있지만 앨리스는 자신의 삶에서 진정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았고 그것을 위해 저항을 통해 자유를 찾을수 있었다. 다나는 과거의 흑인 노예가 아닌 스스로 결정을 내리고 자신의 삶을 책임질수 있는 한 사람의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과거와 현재를 통해 보여 주고 있다.
시대가 달라지면서 인종차별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은 과거와 달라지고 있다. 피부색이 아닌 인권을 가진 한 사람으로 모두가 평등하다고 생각하기까지 일어났던 인종차별의 참혹한 현실을 타임 슬립을 통해 되돌아보면서 노예제도의 아픈 역사를 들여다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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