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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 이야기
팜 제노프 지음, 정윤희 옮김 / 잔(도서출판)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고아이야기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삶과 죽음의 긴박한 상황 속에서 우정과 질투가 얽힌 가슴 아픈 이야기들이 담담하게 전해지는 이야기 입니다. 전쟁의 암울함이 가득했던 시대에 사랑하는 사람에게 버림받은 노아와 아스트리드의 운명적인 만남과 그녀들이 나누게 되는 우정 그리고 질투가 전쟁이라는 극박한 상황과 더불어서 더욱더 긴장감을 불러오고 있고 전쟁의 한가운데에서 펼쳐지는 서커스의 곡예사의 삶이 평소에도 위태롭고 위험해 보이는데 전쟁의 공포속에 그들이 보여주는 삶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가 마치 그 시간과 공간에서 함께 숨쉬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 지금 눈 앞에서 진행되어지고 있다는 착각에 빠져들게 한다.
노아와 아스트리드의 삶 자체가 서커스의 공중곡예 처럼 놀랍고 위험해서 지켜보면서 조마조마 하는 마음에 두려움을 가지고 멈출수 없는 놀라운 이야기를 들여다 보게 된다.
열여섯살 노아는 독일 군인의 아이를 가지게 되었고 그 사실에 격분한 아버지는 노아를 집에서 쫓아냈다. 갈곳이 없었던 노아는 혼자서 아이를 낳은 후에 벤스하임역에 청소 잡역부 일자리를 구해 4개월째 일하고 있었다. 노아는 같은 역에서 일하는 매점 직원이나 매표소 여직원과는 말도 하지 않았고 자신에 대해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그저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지내는 것이 안전하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않았던 노아는 조심하면서 역을 지나가는 사람들을 관찰하고 있었다. 군인이나 가족을 기다리는 어머니와 아내들 그리고 도망치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들과 눈이 마주치지 않을려고 노력했다. 역에서는 언제나 비슷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지만 그날은 달랐다. 유난히 윙윙거리는 소리가 노아의 귀를 거슬리게 했고 그 소음이 들리는 기차가 멈추어 서 있는 선로에 계속해서 신경이 쓰였지만 노아는 자신이 참견 할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괜히 잘못하다가는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었고 상황이 지금보다 더 나빠질수도 있다는 사실에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던 노아는 처음에는 그 소리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려고 했다. 무엇보다 노아는 기차 근처에 가고 싶지 않았다. 혹시라도 그곳에서 기차에 타고 있는 유대인을 보는 것이 끔찍했는데 전쟁이후 고향에서 마을 사람들이 유대인몰이를 했던 광경을 보면서 놀랐던 일과 유대인이었던 친구 가족이 마을을 떠나는 장면에 대한 기억 때문이기도 했는데 윙윙거리는 소리는 점점 더 심해지고 있었고 그 소리는 비통함마저 느끼게 되는 소리로 변해 있었다.
전쟁이 시작된 이후 노아는 바닥만 쳐다 보고 다른 사람들 일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 소리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려고 했지만 어렸을때부터 강한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던 노아는 결국 울음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되었다.
화차의 문이 열리고 건초더미에 수많은 갓난아이들이 누워 있는 모습을 노아는 보게 되었다. 더욱더 놀라운 것은 그 아이들은 죽어가고 있었고 많은 아이들 중에서 노아는 연분홍색 옷을 입은 한 아이를 보게 되었는데 그 아이가 자신을 뚷어지게 쳐다 보는 순간 석탄처럼 까만 눈동자를 보면서 노아는 어쩌면 자신이 낳은 아이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노아와 눈이 마주친 아이의 울음소리에 그 아이를 품에 안은 노아는 무작정 아이를 데리고 나왔고 아이를 구해야 겠다는 마음으로 데리고 나온 아이는 자신의 아이가 아닌 유대인의 아이였지만 그 아이를 다시 돌려보낼수가 없었다.
노아는 아버지에게서 쫓겨난 이후에 버스에서 만난 아주머니가 비스바덴으로 가서 독일인의 아이를 임신한 사실을 말하면 아이가 태어난 이후 독일인의 집으로 입양 시켜주겠다는 말에 그곳으로 가게 되었다. 네덜란드인으로 순혈 아리아안 혈통으로 분류되어 독일 가족에게 입양될 예정이었던 노아의 아이는 석탄처럼 까만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고 순혈 아리아인이 아니라는 사실에 의사는 실망했지만 아이가 태어난 아후 노아는 강한 모성애를 가지게 되었고 자신의 아이를 키우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는데 죽어가는 아이에게서 자신의 아이를 떠올리게 된 노아는 선택을 해야 했다. 운명적으로 만나게 된 아이를 차마 버릴수 없었던 노아는 아이와 함께 도망을 치게 된다. 전쟁 중에 갓난아이와 도망친다는 것은 목숨이 위태로운 일로 우연히 만나게 된 서커스단에서 또 한번 노아의 운명이 변하게 된다. 살기 위해서는 곡예사가 되어야만 하는 노아는 아이를 위해서 다시 한번 운명에 도전하게 된다. 갑자기 서커스단에 들어와서 곡예사가 될려고 하는 노아와 서커스단의 곡예사인 아스트리드의 만남은 이야기를 더 극적으로 이끌어 나간다. 전쟁과 곡예사의 숨가쁜 이야기 속에는 가슴 아픈 사연이 담겨 있다. 노아와 아스트리드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버림 받았다는 상처가 있다. 임신을 하고 부모에게 버림 받은 노아와 사랑하는 사람에게 버림 받은 아스트리드 그리고 그들은 가족을 잃었다는 사실도 닮아 있어 서로의 마음을 어느정도 이해할수 있었지만 그 이면에는 질투심도 함께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더 긴장감을 가지고 그들을 지켜보게 된다. 전쟁의 광기가 휘몰아치는 바깥 세상과 또 다른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서커스단 서로의 목숨을 맡겨야만 하는 극한 상황에서 노아와 아스트리드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것인가. 우정과 질투가 뒤섞인 감정변화들을 보면서 곡예사의 삶이 더욱 극적으로 표출되어 한시도 마음을 놓을수 없게 만든다.
전쟁은 삶과 죽음을 떠올리게 하는데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죽어가는 아이를 자신의 아이로 받아들인 갓난아이에 대한 노아의 희생과 전쟁 중에도 서커스를 통해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수 있다는 믿음으로 꿋꿋하게 자신들의 역할을 하는 사람들 모두가 위대한 영웅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곡예사들이 위험 속에서도 믿음과 희망을 가지고 하루 하루 살아가는 삶 속에서 전쟁이 지닌 고통이 조금이라도 마음의 위로가 될수 있었고 그렇게 사람들은 전쟁의 아픔을 이겨낼수 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