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노 게이고 작가님을 처음 알게 된 용의자 X의 헌신은 천재 수학자와 그의 친구이자 천재 물리학자와의 두뇌싸움이 추리의 진수를 느끼게 해주었다. 알리바이를 교묘하게 속이는 트릭과 그 트릭을 놀라운 추리실력으로 밝혀내는 과정이 치밀하고 놀라운 재미와 반전이 있었기 때문에 사건이 해결된 이후에도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는데 살인의 문을 읽으면서도 그런 씁쓸한 여운을 가지게 된다. 인생을 살면서 마음이 통하는 친구를 만날수 있다는 것은 커다란 행운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 우정을 계속해서 유지하고 친하게 지내고 싶고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 놓고 의논도 하고 친구의 실수에 대해 충고도 하면서 그렇게 인생의 중요한 시간을 함께 하고 싶은 것이 소중한 우정이라고 생각하는데 우정이라고 생각한 친구가 자신의 인생을 바꾸어 놓았고 그 사실에 살인의 충동을 느끼는 일인칭 시점으로 어렸을때 부터 그리고 어른이 되어서도 이어지는 악연에 대해 과연 우정인지 잘못된 만남인지를 생각해 보게 된다. 가정에서 부모님과 사이도 좋지 않고 친구를 사귀는 것이 싶지 않았던 아이는 동급생이지만 자신과 다른 카리스마를 지닌 아이에게 끌리게 되고 그가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어 가는대로 끌려 다니면서 그렇게 어른이 되고 나서도 끝내 외면하지 못하면서 살인의 마음을 품을수 밖에 없는 한사람의 인생이 담긴 이야기가 마음을 울리는 이야기이다. 다지마가 초등학교 5학년때 알게 되었던 구라모치에 대해 말할때 그 인연이 끊을수 없는 족쇄가 되어 괴롭히고 살인을 하고 싶게 만들었다는 사실에서 잘못된 만남의 결과가 한 사람의 인생을 어떻게 파괴하는지 그리고 그 이유를 알게 되었을때 놀랄수밖에 없었다. 다지마와 구라모치의 관계를 보면서 그들의 관계는 진정 무엇이었을까를 생각해 보게 된다. 초등학교 5학년 다지마는 할머니와 부모님과 살고 있었다. 아픈 할머니는 이웃에 살고 있는 도미상이 돌봐주었고 가업이었던 목재상을 이어받지 않았던 아버지는 치과를 운영하고 있었다. 아버지는 목재상들 하는 것보다 치과를 하는 것이 앞으로 더 유용하다고 다지마에게 말했다. 엄마는 활동적인 성격으로 친구들과의 모임에 나가는 일이 많아 아들을 잘 돌보지 못했는데 그런 다지마를 돌봐주었던 도미상이 아버지와 불륜이라는 사실은 다지마에게 큰 충격이 되었다. 주말에도 낚시를 가는 아버지와 친구들과 있는 엄마의 부재에 외로웠지만 아버지와 도미상의 관계를 알고 나서는 집에서 자신의 자리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때 구라모치를 알게 되었다. 자신처럼 외톨이로 지내지만 그는 일부러 친구를 사귀지 않는것 같았고 친구를 잘 사귀지 못해 외톨이로 지내던 다지마는 비슷한 처지의 구라모치에게 끌리게 되었다. 구라모치는 다지마가 알지 못하는 것들을 가르쳐 주었다. 야바위꾼에게 속지 않는 방법을 알려주는 구라모치가 다지마에게는 대단한 능력을 가진 아이로 보였을것이다. 구라모치를 따라 처음 게임장에도 가고 게임에 대해 유창하게 설명하는 그의 말을 듣고 있으면 게임을 하지 않을수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게임을 할때 돈은 항상 다지마가 내고 있었다. 돈을 내고 게임을 할려고 하면 구라모치는 자신이 시범을 보인다고 먼저 시작했고 게임에 이겼을때도 졌을때도 구라모치에게서 돈을 돌려 받을수 없었는데 그런 상황은 다른 게임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다지마는 용돈이 부족했고 돈이 떨어지자 할머니가 누워 있는 방에 가서 용돈을 받았는데 그 사실에 대해 부모님에게 말하지 않았다. 구라모치는 어린 나이에도 어떻게 하면 다지마를 이용할수 있는지를 알았고 그런 구라모치에게 너무나 쉽게 이용당하고 있었다. 오목으로 돈을 벌수 있다고 속여서 당장 큰돈을 벌수 있을 것처럼 했지만 오히려 돈을 잃게 만들었고 결국 다지마는 죽은 할머니의 지갑에서 돈을 훔치게 되었다. 구라모치는 말을 잘한다. 교묘하게 구슬리는 그의 말에 매번 속아 넘어가는 다지마를 보면 화가 난다. 아무리 어리다고 하지만 너무 쉽게 속아서 순진해 보이고 그런 다지마를 이용하는 구라모치를 보고 있으면 둘다 정상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수 없었다. 다지마의 집안은 할머니의 죽음 이후 모든 것이 변했다. 안락한 가정은 한순간에 무너지고 말았다. 할머니와 엄마는 예전부터 사이가 좋지 않았는데 할머니의 죽음에 대한 나쁜 소문이 나면서 엄마에 대한 오해는 아버지의 치과에도 영향이 미치게 되었다. 그 일은 결국 부모님의 이혼으로 이어지게 되었고 다지마가 지금까지 누리고 있었던 것들이 사라지는 아픔을 겪어야만 했다. 구라모치에게서 벗어나지 못하는 다지마는 노인을 상대로 금 사기 행각을 하고 있었다. 구라모치와 파트너가 되어서 노인을 속이는 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멈추지 못하고 노인들의 예금이나 보험증서를 해약해서 그 돈을 갈취하는 일에 대해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만 그럼에도 계속하는 다지마를 보면서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의아하고 이해하기가 힘든다. 혼자 살고있는 외로운 노인들을 찾아가서 애지중지 모은 돈을 그들의 나약한 마음을 이용해서 사기를 치고도 전혀 죄의식이 없는 구라모치에게 화가 나지만 그와 함께 그 일을 하면서 수수방관 하고 있는 다지마에게도 화가 난다. 노인들의 소중한 쌈짓돈을 빼앗는데 파트너가 된 다지마가 과연 구라모치에 대해 뭐라고 말할수 있을까. 그런 구라모치를 죽이고 싶지만 그것은 다지마의 생각 속에서만 가능한 일이었다. 노인들에게는 소중한 돈이지만 구라모치와 다지마가 일하는 동서상사는 눈속임과 젊은 세일즈맨을 이용해서 외롭고 말벗이 필요한 노인을 교묘하게 속여 그들의 돈을 가져 갔는데 그들에게 속은 노인들의 고통에 대해 전혀 관심도 없는 사기꾼들을 보면서 그들을 말리지 않는 다지마는 왜 싫어하는 구라모치를 떠나지 못하고 쫓아다니는지 우유부단한 성격 때문에 구라모치가 더 쉽게 속이고 이용하는것 같다. 구라모치가 다지마 곁에 나타나면 분명 좋지 않은 일들이 일어난다. 그런 사실을 다지마도 알고 있다. 그래서 더 그를 죽이고 싶을 것이다. 살의를 가지게 만드는 구라모치 곁에서 참고 또 참고 있는 다지마를 보면서 한 사람의 인생을 농락한 구라모치에게 화가 나지만 다지마가 살인의 문을 넘지 않기를 바라면서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지켜보게 되고 그토록 미워하면서도 떠나지 못하는 다지마의 마음을 생각해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