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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로하, 나의 엄마들 (양장)
이금이 지음 / 창비 / 2020년 3월
평점 :
그냥 무작정 창비에서 출간하는 소설이니까 서평단 신청을 했다. 내가 즐겨 읽지 않는 시대극이라는 점이 조금 마음에 걸렸지만 하와이, 포와라는 새로운 소설 배경과 여성연대라는 단어에 이끌렸다. 며칠 뒤 책이 도착했다. 책을 좋아하긴 하지만 끈기 있게 앉아서 책을 계속 보는 편이 아니라서 며칠에 걸 쳐 읽을 분량들을 나눠서 읽는다. 여느 책과 같이 이 책도 그렇게 읽으려고 했다. 자기 전 11시 정도에 책을 읽다가 잠들기로 했지만 실패하고 말았다. 단 10페이지만 읽어도 책이 끝날 때까지 책에서 손을 뗄 수 없다. 그렇게 나는 새벽 3시가 훌쩍 넘은 시간에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도 오랜 여운으로 쉽게 잠들 수 없었다.
이 책은 소개된 것처럼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 전의 시대적 상황을 담고 있고 큰 줄거리는 세 명의 조선 여자들이 포와로 시집을 가서 생활하는 내용이다.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와 남자형제들과 함께 살던 버들은 교육을 받고 싶었지만 가난한 집안 사정으로 인해 받지 못하고 있었다. 어느 날, 버들이 살고 있는 시골마을로 물건을 팔러오는 부산 아지매가 버들에게 포와로 시집을 가지 않겠냐는 제안을 한다. 부자가 될 수 있다는 말과 공부를 할 수 있다는 말에 버들은 시집을 가겠다고 하고 이 얘기를 들은 버들의 친구 홍주와 송화 셋이서 포와로 떠나게 된다. 꿈과 희망을 가득 안고 도착한 포와는 그들의 생각만큼 지상낙원인 곳이 아니었다. 아마도 전쟁보다 더 전쟁같았을 삶에서 그녀들은 친구들을 서로 의지하며 작은 행복에 큰 의미를 부여해가며 묵묵히 살아가야 했을 것이다.
주인공들의 인생이 담겨 있다보니 10대의 시절, 20대의 시절, 더 나아가서까지의 모습들을 볼 수 있다. 사진임에도 불구하고 남편 될 사람을 상상하며 부끄러워하는 버들의 모습은 순수하고 어린 10대 소녀의 모습이 담겨져 있다. 나중에 책을 읽어나가다가 문득 10대 버들의 모습이 떠오르면 아련함이 느껴진다.
사진 결혼, 즉 사진만 보고 결정한 결혼이라 결혼하기 이전에 마음을 주고 받는다던지 그런게 전혀 없었다. 어떻게 보면 가장 가까워야 할 사이가 가장 먼 사이처럼 느껴지는 그 때 먼저 손을 내미는 버들의 모습에서 두 사람이 점점 더 가까워지고 서로를 의지하게 될 거라는 희망이 보였다.
100년 전, 일제강점기 때 일본이 대한제국과 중국을 넘어 미국의 진주만, 즉 하와이를 공격하기에까지 이른다. 그저 안전한 가정을 이루고 싶었던 버들은 나라를 지키기 위한 태완을 설득시키고 싶었지만 결국 그의 의사를 존중한다. 이 대목에서 하와이에 갓 왔을 때 어리기만 했던 소녀 버들이 하와이에서 살아가면서 점점 더 강인해진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괜히 내가 울컥했다.
책을 다 읽고 가장 기억나는 부분이 이 부분이었다. 버들, 홍주, 그리고 송화의 삶은 아팠고, 기뻤고, 뜨거웠다. 하지만 그녀들은 굳건했고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했다. 그들에게 다가오는 고난들이 파도처럼 밀려왔지만 그 파도를 넘으며 살아왔고 그 파도를 이겨낸 그녀들의 머리 위로 무지개가 여러 빛을 내었다.
이 글이 나오는 뒤부터는 재밌는 부분이 계속 나와서 시간이 흐른다는 것도 잊은 채 푹 빠져들어서 읽었다. 그 부분들에 대해서는 독자분들이 그 기쁨과 재미를 온전히 느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적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너무 재밌었다.
친구들에게 책 추천하는 것에 있어서 조금 망설여지는게 있다. 나는 재밌지만 그 친구는 재미없어하면 어떡하지? 괜히 시간을 들여서 읽었다고 생각하면 어쩌지? 사람마다 감상평이 다다른데 내가 자신있게 책을 추천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이 책은 내가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을 것 같다. 최근 읽은 소설 책들 중 가장 빠르고 가장 재미있게 가장 빠져들어서 읽었던 책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