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의 순간들 - 박금산 소설집
박금산 지음 / 비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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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좋아하는 내가 미션에서 가장 읽고 싶었던 책이다. 책의 표지는 물론이고 제목의 폰트와 색감까지 다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다른 책은 읽는데 적어도 3일에서 4일 정도 걸리는데 이 책은 하루만에 호로록 읽어버렸다. 이렇게 빨리 읽은 데는 다른 이유도 있다. 바로 남다른 편집(?)이다.

 

 

이 책을 쓰신 박금산 작가님은 장편소설뿐만 아니라 연작소설, 단편소설들이 이루어진 소설집 등 여러 소설을 발표하셨다. 지금은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신데 그래서 소설책이기도 하지만 소설을 어떻게 써야 좋을지 알려주는 작법서의 역할도 한다.

 

 

 목차를 보면 1) 발단, 2)전개, 3)절정, 4)결말로 나뉘어져있다. 그렇다. 발단에는 소설의 발단 부분만! 전개에는 소설의 전개 부분만! 절정에는 소설의 절정 부분만! 결말에는 소설의 결말 부분만! 그렇게 짤막짤막한 글이 스물다섯편이 있다. 그리고 각 차례에 들어가기 전에 단계마다 어떻게 써야 하는지 야구와 서핑을 예로 들어서 설명하고 있다. 야구를 좋아하는 나는 더 이해하기 재밌었다.

 

 

 앞 머리말에는 유명한 헤밍웨이의 소설이 있다. "For Sale : Baby Shoes, Never Worn." 이 얘기는 너무 유명해서 다들 한 번 쯤은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아마 세상에서 제일 짧은 소설. 그러나 이 한 문장만으로도 많은 감정을 몰고 온다. 그리고 이 소설을 예로 들면서 작가는 단편소설이란 그 말대로 단편, 짧음의 중요성을 얘기한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아마 이 책에서 가장 말하고 싶었던 말을 드러내게 담은 이야기가 아닐까 한다. 전개 부분에 있는 '소설을 잘 쓰려면'이라는 제목의 소설이다. 여기서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문장을 선택하라고. 나도 글을 쓰면서 내 글이 어딘가는 부족해보여서 계속 앞 뒤로 사치스러운 미사어구를 많이 집어넣는다. 그렇게 쓴 문장을 보면서 왠지 모르는 만족감을 얻는다. 하지만 이건 직접 글을 쓴 (그것도 잘못 쓴, 아니 '어떻게 쓰는지 모른'으로 하는 게 맞겠다.) 사람의 입장에서 읽어보았을 때 그렇지 독자의 입장에서 읽어보면 거추장스럽기 짝이 없다. 역시 글쓰는 건 너무 어렵다.

 여기 쓰인 스물 다섯편의 소설 모두 앞 내용과 뒷 내용이 궁금하고 내 머리로 나름대로 상상하면서 읽었으나 이 중에서 가장 나의 창작욕구를 불러일으켰던 내용은 '네가 미칠까봐 겁나'였다. 우선 제목부터 과연 '네'라고 지목된 사람이 누구인지부터 확실하지 않았다. 이 소설은 전개 부분만 쓰여있었는데 캐릭터의 성격이 확연하게 묘사되어있지 않아서 앞의 내용도 뒤의 내용도 내가 쓰기 나름이었다. 다음에 시간이 되면 이 전개의 앞과 뒷 내용을 나만의 이야기로 한 번 써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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