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주의의 뿌리
이사야 벌린 지음, 석기용 옮김 / 필로소픽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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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주의를 기점으로 무한히 뻗어나가는 인간의 자유, 그리고 그것의 한계. 예술과 정치, 삶이 한 곳으로 모이는 신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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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감상
김지연 지음 / 선드리프레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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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을 중간 즈음까지 읽던 중 문득 카페에서 나머지를 읽으려고 집에서 나왔다. 왜 그런 생각이 드나, 곱씹을 겨름도 없이 카페에 와 주문한 마들렌과 커피를 음미하면서 나머지 파트를 읽게 되었다. 김지연 작가님의 <보통의 감상>은 요즘 읽은 책 중 마들렌과 가장 어울리는 책이라 생각했다. 문장은 푸근했고, 누가 읽더라도 보통의 예쁜 글이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 책은 미술 에세이이지만 사람들이 낯설어하는 개념어를 일부러 페이지 바깥으로 밀어내면서 9명의 동시대 한국 미술 작가들을 소개한다. 보통 사람들도 우리가 전시회에 간다지만, 대형 기획 전시회에 큐레이팅된 유명한 작가 몇을 기껏 알 뿐이지 지금 우리와 같이 걷고 살아가는 작가들을 접할 기회는 드물 거다. 이 책은 그러한 사람들에게 지금 우리 곁에서 누가 어떤 예술을 만들고 삶을 더 아름답게 사유하는가를 안내하는 책이다. 예컨대 이런 구절을 보자.
"황연주 작가는 이렇게 어디에나 있을 법한 사소함과 평범함, 잊혀진 것들 속에서 발굴해낸 특별함, 그리고 그 작은 것들이 집적해 만들어내는 힘을 믿는다." 아마도 다른 사람이라면, 혹은 나라면 아카이빙 작업이라는 말을 쓰면서 설명할 텐데, 미술을 감상하는 데 그런 말이 전혀 필요 없다는 듯한 천진난만한 문장으로 가득하다. (적어도 이 책에 있어서 명징과 직조 논란은 일지 않을 듯하다.) 작가는 오로지 느끼는 진심 그대로 미술에 접근하면서 미술 작품과 나가 어떠한 관계를 맺는가로 생각을 시작한다. 그 뒤 영화나 드라마, 살면서 느끼는 것들을 살로 붙여서 미술을 보면서 느낀 사적인 감정을 보통의 감정으로 확장시켜나간다. 현대미술이 삶으로부터 동떨어진 개념 놀이라는 편견을 부수고 우리가 곁에서 흔히 느끼는 감정으로 이끌어낸다. 미술이 우리의 애인이라는 듯 말이다. 코로나로 외로운 우리에게 미술을 소개팅하려는 이 작가의 다정함에 반하지 않는 사람은 아마 냉혈한이지 않을까. 특히 박진희 작가와 황연주, 장서영 작가를 다루는 파트가 주는 감정은 삶의 감각이 사라진 우리에게 소중한 파트인 듯하다.

미술관에 가는 일이 힘들어진 지금 마들렌 향의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작가님의 이전 작품인 <마리나의 눈>도 친구에게 생일 선물로 주었을 만큼 흥미롭게 읽은 책이라 신작을 기대했는데 그 기대를 만족시키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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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선 - 하드보일드 무비랜드
김시선 지음, 이동명 그림 / 자음과모음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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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발 딛고 서있는 무비랜드를 종횡무진하면서 영화가 왜 삶과 구분되지 않고 아름다운가를 비추는 가장 투명한 렌즈. 혹은 가장 순정 어린 러브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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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선 - 하드보일드 무비랜드
김시선 지음, 이동명 그림 / 자음과모음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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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선:하드보일드 무비랜드>라는 제목을 본 순간 다른 무엇도 아닌 "무비랜드"라는 표현이 눈에 밟혔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를 패러디한 제목으로 보이지만 책을 다 덮고 난 뒤, 이 "무비랜드"가 무엇을 뜻하는지 곱씹게 되는 바가 있는 책이다. 무비와 그것이 발붙이고 있는 랜드의 조화. 이 책의 핵심을 꿰뚫는 두 키워드다.
이전에 <걸작의 뒷모습>이라는 예술사회학을 공부한 기자가 쓴 논픽션 에세이를 읽으면서 한국에는 왜 이러한 책이 나오지를 않는가 생각한 적 있다. 예술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예술이 생산되고 대중에게 공개되기까지의 과정과 그 공간을 포착하는 책이다. 수많은 업종 종사자와 인터뷰하고, 예술이 유통되는 일곱 개의 공간을 발로 뛰면서 그 세계의 공기를 담는다. <오늘의 시선: 하드보일드 무비랜드>를 볼 때 <걸작의 뒷모습>을 처음 읽을 때 느낀 질투를 이제는 느끼지 않아도 되구나 생각했다. <오늘의 시선: 하드보일드 무비랜드>는 영화친구가 "무비"란 무엇인가를 자신의 경험을 빌어서 넌지시 이야기하는 듯한 다정한 글들로 시작된다. 이 다정한 어투와 투명한 렌즈로 이윽고 영화 바깥의 "무비랜드"로 나아간다. 영화 관계자들과의 소소한 에피소드와 잡담으로 우리는 제작, 극장 운영, 배급 등 영화가 발 딛고 서있는 땅을 상상하고 느낄 수 있다. 그들이 저마다의 사랑을 안고 서있는 영화계는 애플민트가 심어진 풀밭을 거니는 것마냥 푸근하다. 작가는 그 사랑이 기어코 관객에게 전달되기를 바라는 듯하다. 이러한 일화가 떠오른다. 올리비아 핫세가 왜 남편이랑 결혼하게 되었나라는 질문에 "그 사람이 나의 눈동자가 초록빛이라는 것을 알아차려서요."라 답한 것이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이 그 사람의 눈동자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기억하는 것이듯, 김시선이 영화를 사랑하는 방식은 영사기의 오색찬란한 빛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기억하는 것이다. 영화계를 종횡무진하는 사회학적인 보고서를 넘어서, 작가는 영화를 어떻게 사랑하며 살 것인지를 묻는다.
작가가 그리는 무비랜드를 따라가면 우리는 글에 설득되는 것이 아니라 이끌려가게 될 것이다. 누구든 읽기 쉬운 말로 관객에게 다가가려는 그의 따뜻한 진심에 녹아내리지 않을 독자가 어디에 있을까. 영화를 사랑하는 글은 이내 삶을 사랑하는 글로 바뀌며 우리의 삶에 영화가 얼마나 소중한지, 혹은 그 반대를 느끼게 만든다. 이 다정한 글에 괜시리 반감을 느낀다면 그는 아마도 "영화를 보는 척"하는 사람이지 않을까 싶다. 영화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이보다 순도 높고 투명한 글은 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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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한 일
이승우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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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세기를 부활시킨 뒤 아감벤식 논증 구조에 녹인다. 소설의 경계를 확장하는 작품이냐 아니냐는 독자의 판단에 맡기고,윤리적으로 파탄난 시대를 어떻게 구원하느냐 문제에 있어서는 초기로 돌아온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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