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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감상
김지연 지음 / 선드리프레스 / 2020년 9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중간 즈음까지 읽던 중 문득 카페에서 나머지를 읽으려고 집에서 나왔다. 왜 그런 생각이 드나, 곱씹을 겨름도 없이 카페에 와 주문한 마들렌과 커피를 음미하면서 나머지 파트를 읽게 되었다. 김지연 작가님의 <보통의 감상>은 요즘 읽은 책 중 마들렌과 가장 어울리는 책이라 생각했다. 문장은 푸근했고, 누가 읽더라도 보통의 예쁜 글이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 책은 미술 에세이이지만 사람들이 낯설어하는 개념어를 일부러 페이지 바깥으로 밀어내면서 9명의 동시대 한국 미술 작가들을 소개한다. 보통 사람들도 우리가 전시회에 간다지만, 대형 기획 전시회에 큐레이팅된 유명한 작가 몇을 기껏 알 뿐이지 지금 우리와 같이 걷고 살아가는 작가들을 접할 기회는 드물 거다. 이 책은 그러한 사람들에게 지금 우리 곁에서 누가 어떤 예술을 만들고 삶을 더 아름답게 사유하는가를 안내하는 책이다. 예컨대 이런 구절을 보자.
"황연주 작가는 이렇게 어디에나 있을 법한 사소함과 평범함, 잊혀진 것들 속에서 발굴해낸 특별함, 그리고 그 작은 것들이 집적해 만들어내는 힘을 믿는다." 아마도 다른 사람이라면, 혹은 나라면 아카이빙 작업이라는 말을 쓰면서 설명할 텐데, 미술을 감상하는 데 그런 말이 전혀 필요 없다는 듯한 천진난만한 문장으로 가득하다. (적어도 이 책에 있어서 명징과 직조 논란은 일지 않을 듯하다.) 작가는 오로지 느끼는 진심 그대로 미술에 접근하면서 미술 작품과 나가 어떠한 관계를 맺는가로 생각을 시작한다. 그 뒤 영화나 드라마, 살면서 느끼는 것들을 살로 붙여서 미술을 보면서 느낀 사적인 감정을 보통의 감정으로 확장시켜나간다. 현대미술이 삶으로부터 동떨어진 개념 놀이라는 편견을 부수고 우리가 곁에서 흔히 느끼는 감정으로 이끌어낸다. 미술이 우리의 애인이라는 듯 말이다. 코로나로 외로운 우리에게 미술을 소개팅하려는 이 작가의 다정함에 반하지 않는 사람은 아마 냉혈한이지 않을까. 특히 박진희 작가와 황연주, 장서영 작가를 다루는 파트가 주는 감정은 삶의 감각이 사라진 우리에게 소중한 파트인 듯하다.
미술관에 가는 일이 힘들어진 지금 마들렌 향의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작가님의 이전 작품인 <마리나의 눈>도 친구에게 생일 선물로 주었을 만큼 흥미롭게 읽은 책이라 신작을 기대했는데 그 기대를 만족시키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