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뜻밖의 뇌과학 - 뇌가 당신에 관해 말할 수 있는 7과 1/2가지 진실
리사 펠드먼 배럿 지음, 변지영 옮김, 정재승 감수 / 더퀘스트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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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포자인 천생 문돌이이지만, 과학에 흥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 중에서도 뇌과학 분야를 어쩔 수 없이 사랑하고, 그 분야 서적들은 웬만하면 읽는 편이다. 우리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세계를 보는 방식을 뚜렷이 밝히는 듯해서다. 현상학이나 정신분석학 이전의 무언가를 공부하는 기분이랄까. 뇌과학 책을 읽을 때마다 내가 한 실수들, 내가 한 선택들과 내가 살아가는 패턴의 기원을 어쩔 수 없이 톺아보게 된다. 이 책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은 지난 몇 년간 읽은 뇌과학 책 중에 최고인 책이다. 첫날에 다 읽고서는 책을 덮는 순간에 설레서 다시 한 번 꺼내 읽었다. 뇌과학 전문 용어라고 할 것을 최소한으로 줄여서 접근성을 높이며, 뇌과학 책들이 내포한 냉정한 반-인간주의 대신에 희망을 주는 책이어서다. 이 책은 이 책의 출발점이자 뿌리라고도 할 수 있는 1/2 파트와 7 파트로 구분되어 있다. 1/2 파트는 뇌는 생각하려 존재하는 것이 아니니, 생각하지 말라는 듯한 이야기를 건넨다. 하지만 이 책은 자유의지란 없으니 순종하라는 말 대신에 뇌가 어차피 생각하지 않으니, 뇌의 생리적인 패턴을 바꾸어서 차츰 우리 삶을 바꾸어 나가는 것이 어떠하냐는 태도를 견지한다. 이 태도는 그 어떤 철학책보다 감동적인데, 한 예로 우리가 기억하는 방식을 다루는 파트가 있다. 베르그송에서부터 이어진 철학은 기억을 어떤 축적물로 가정하고, 우리 삶을 지속성 아래에 포섭하지만 이 책은 그 전제 자체를 무너뜨리며 우리에게 새로운 삶의 방식을 제안한다. 이 파트만으로도 나는 내 안에 억눌린 기억에서 벗어나 결국은 나아지리라는 것을 확증받은 듯하다.

나는 올해의 책이라 생각하고 뇌과학을 처음 접해본 사람, 혹은 뇌과학이 차츰 익숙해지는 독자 모두에게 권하고 싶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엉망진창인 삶에서 어떻게든 살아가고자 하는 의지를 얻고픈, 더욱 성숙해지고픈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

#서평단 #더퀘스트 #뇌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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