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시작하는 여행 스케치 - 당당하게 도전하는 희망 그리기 프로젝트 지금 시작하는 드로잉
오은정 지음 / 안그라픽스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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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은 소리가 없는 언어다. 글로 다 형언할 수 없는 마음의 상태가 표현된다. 그림을 그릴 때를 떠올려보라. 심호흡을 하고 자세를 교정한다. 요란한 마음의 잡념을 잠재우며 내 눈 안에 담긴 사물과 무언의 대화를 시작하는 거다.

오랫동안. 심혈을 기울여.

 

 

 

 

그림 잘 그리고 싶어 했다. 클럽 활동으로 미술부를 했었다. 준비물이 많아서 불편했었지만, 그런 불편을 감당할 만큼 좋아했었던 것 같다. 그림 잘 그리는 사람을 좋아한다. 내게는 긴 과정도 볼거리며, 결과물도 그렇다. 누군가가 지켜봐도 자신의 일에 전념하는 모습은 참 멋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러지 못하는 편이다. 집중할 때는 혼자 있어야 편하다. 그런데, 인파에 묻혀도 그런 시선 아랑곳하지 않고 잘 그리는 사람들 참 신기하다. 그들은 자신의 그림에 자신이 넘치는 걸까. 나로서는 미술 시간이 즐거웠고, 그래서 느리게 가는 그 시간, 그 물감 냄새 그런 것들이 좋았다. 스케치도 물론이다. 아마 더욱.^^

 

 

그림이 실내활동으로 한정되어 있을 때, 그 개방성은 떨어진다. 실외활동의 허가가 떨어졌을 때, 옛날 아이들의 환호성을 떠올려보라. 사방으로 확 트인 열린 공간에서 자연을 맞이하는 즐거움을. 어떤 인위적인 벽에 부딪혀 들어오는 바람 한 줄기가 온몸에 스치는 것이 아니다. 무작정 부는 바람의 손길, 따스하게 내리쬐는 부드러운 햇살, 그늘 깔린 모퉁이의 쉼터, 움직이는 아이들, 교정에 자리 잡은 소나무, 덩굴나무들, 아름답게 핀 꽃송이들, 무엇 하나 놓칠 수 없는 그들만의 모습이 간직되고 있었다.

 

 

 

이제는 그런 아련한 기억들을 뒤에 놓아둔다. 잠시 잠시 꺼내볼 수 있게끔만 한다.가슴 두근거리는 더 많은 자유 모험이 앞에 준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여행은 드넓은 세상에서 그들만의 낯선 모습을 내 안으로 받아들이는 시간들이다. 학창 시절 실외 미술 활동이 가져다준 즐거움에 비해 더욱더 가슴이 가득 차오른다. 이방인을 만나서 좋고, 낯선 곳에서 낯선 나를 만나서 좋다. 여행의 피로라고 하면, 갑작스레 증가한 활동량으로 오는 육체적인 면도 있겠지만, 여행지에서 더 창조적인 경험을 하지 못해서 읽어내는 정신적인 고단함도 포함된다. 모처럼의 휴가,모처럼의 자유를 무위도식(無爲徒食) 하며 여유롭게 즐길 수도 있다. 나쁘지 않다. 하지만, 이 모처럼의 자유 시간을 자신의 일과 연결하면서 새로운 즐거움을 찾는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음악을 좋아하는 이는 악기 연주를 하면서 여행을 한다. 사진을 좋아하는 이는 사진으로 순간을 담아낸다. 그림을 좋아하는 이는 가볍게 스케치를 하면서 그 시간의 인상을 기억해두면 된다. 사진보다 좀 더 느린 아날로그식의 방법이다. 디지털 세상에서 아날로그는 그만의 풍류가 깃든다. 먼 곳에서의 그리운 이에게서 오는 안부는 만면에 미소를 머금게 한다. 그/그녀에게서 날라오는 손수 그린 한 장의 그림엽서는 아마 감동일 것이다. 지금 시작할 여행에서, 자신과 그리운 이들을 위해서 뭔가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고 싶은 이가 있다면, 스케치 여행을 한 번 시도해 보자. 간단한 도구가 더해진다. 하지만, 이는 곧 긴 여정과 여행 후의 피로를 훨~훨~ 털어버리는 뜻깊은 결과를 그대의 스케치북에 남기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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