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릿광대의 나비
엔조 도 지음, 김수현 옮김 / 민음사 / 2012년 11월
평점 :
절판


번역에 대한 짧고도 뫼뷔우스띠 같은 이야기 접한 적 있는지? <어릿광대의 나비(の蝶)>,<마쓰노에의 기록>이라는 단편 두작이 유사한 방식으로 번역되어 있는 엔조 도(円城塔)의 이 책이 그 이야기를 나눈다.번역이란 , 읽고 옮겨,수정하고, 교정받는 작업이다.이것을 이중삼중 반복하는 끝에 비로소 책이 완성되는 긴 여정인 것이다. 와중에 변형될 원서의, 아니 작가의 의도를 살린 채, 다시 제 2외국어로 옮겨지는 데서 오는 언어간의 충돌이 필연적인 번역가들의 고심일지다. 아예 전체 글이 전혀 다른 글로 탄생하는 웃지 못할 일도 있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있을까.의도적이든 아니든 이런 에피소드를 작가는 슬며시 작품 속에 의도하고 있었던 것 같다.

 

 

말장난, 언어 유희의 단계 상승을 ,좋게 말해서, 올려 놓은 작품이라는 평가를 조심스레 하고프다. 그게 아니면, 책에서도 언급했듯이 '장난을 할 때는 장난이 아닌 것처럼 진지하게' 쓴 작품이라고 쓰고 싶다.저자의 의도처럼 자연스레 그 암시를 포착할 수 있다. 하지만, 독자는 눈치챈 체 내팽겨 칠 수는 없다. 사뭇 진지하게 빠져들게 만드는 작품이나까.

 

 

큰 주제보단 뻗어나간 부제들이 송이송이 엮어져 산포된 듯한 서술 전개가 아련하고도 신비롭게 표현된다. 떨어져 나간 송이는 연쇄 작용으로 또 다른 이야기로 탄생하는 연역적이고도 사슬적인 글쓰기 방식이 두각을 드러 낸다. 선뜻 어느 구석 불완전함을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기에 간혹간혹 지적인 학습 형태로 대화를 이끌어 가곤 한다. 저자왈, 이래봬도 나는 진지하게 수업 유희를 즐기게 하려고 안감힘을 쓰고 있다.라고 외치듯. 불완전함 속에 완전함,나른함 속에 또렷함을 찍어 독특한 글형식을 직조하는 형태로 이 책은 세상에 태어났다.

 

 

"특정한 종류의 나비를 잡는 전용 망이지. 잡으려 들면 잡을 수 있는 망도 있기는 있는데 조금 지나치게 만능이었던 탓에 여기저기서 말썽을 일으키고 있거든. 이제 어디서 부터 고쳐야 할지 모르겠지만, 그렇다면 어디서부터 고쳐도 상관없어.정답이 따로 있는 얘기도 아니고."-89<어릿광대의 나비>

 

 

그는 타이틀을 [A Branch of the Pine Branches]라고 했다. '마쓰노에노에의 기록'정도가 될까. 거기에서는 마쓰노에가가 마쓰노에노에 가로 모습을 바꿨다.내 번역을 번역하면서, 처음에는 분가들의 이야기였던 것이 하나의 분가에 대한 이야기로 덧그려졌다-106-7<마쓰노에의 기록>

 

 

"A,A’,A“,A’’’라고 표현해 봤자 이해가 잘 되지 않아요.표현을 좀 더 정리할 필요가 있어요. 다시 말해 어떠 사실이 있다고 해요. 당신의 해독 방식이나 번역을 f 라고 하고, 동생의 해독 방식을 g 라고 하면 A’= f(A) 이고 A“=g(A)가 되죠. A=g(A)가 성립될 거라고 봐요." /"잘 모르겠군요."-122

 

 

번역을 뛰어넘은 번역이 저절로 우리 뇌에서 진행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편리한 생각이 문뜩 든다. 번역의 변형을 염려할 필요없이, 원서 탐독이 가능 할 수 있다면, 그리고 또 다른 창작이 연이어지는 유희를 동시에 만끽할 수 있다면! 급작스런 분화(化)일까. 그럼에도 내팽겨 둘 수는 없을 것이다. 이 책처럼.어쩌면 미래에 누릴 수 있을 것만 같은 신개념식 독서법이 유행처럼 창조될 지도. 희망을 품고 목하 전진하게 만든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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