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감출 수 없는 내면의 지도 상상에 빠진 인문학 시리즈
벵자맹 주아노 지음, 신혜연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얼.굴. -
영혼[얼]과  통로[굴]의 상징이 문자 그대로가 전하는 얼굴이어라. 얼굴에는 절로 드러나는 밝음(明)과 그 안에 감추어진 어둠(黑)이 공존한다. 생김새로 보건데, 코는 두드러진 밝음이며, 귀,코(구멍),입은 어둠이다. 이런 구성 요소 각자가 가로,세로로 엮이고 엮인 상징의 조각보 바로 얼굴이라 한다. 이 책의 1부는 온갖 과학적 상상계를 동원해 우리의 흥미를 먼저 유발시킨다. 재미있는 그리스 신화와 다양한 서구 문화와의 차이에서 얼굴이 내포하는 힘!을 보여준다. 그리고 2부는 인문학적 철학을 토대로 주로 서술하는데, 나로서는 아직 딱딱하게 여겨지는 자아를 찾아 움직이는 과정이었다. 마지막 3부는 눈부신 미학적 은유다. 그림과 영화가 선보이는 은유 이미지를 얼굴이라는 바탕에 보일듯 말듯 담아내고 있다. 
 

가면,
얼굴은 시각적으로 타인과 나를 구분하는 하나의 의미있는 표피일지다. 여기에 여성은 때때로 화장이라는 가면을 쓰고 그에 걸맞는 표정을 한껏 이끌어내기도 하는. 몸이 옷을 걸치듯, 얼굴은 때때로 그렇게 가면을 쓴다. 어떤 면에서 가면은 그야말로 고전적이면서도, 생얼을 둘러싼 내면의 진실을 가장하는 아주 멋진 도구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원시 시대에 남성은 이 가면을 쓰고 성인식을 치렀다고 전해진다. 이것은 신과 통하는 소통의 도구로, 의식 과정에서 영혼이 된다고 그들은 믿었다.  가면하면, 지금은 뭔가를 은폐하려는 부정적인 면이 있는가 하면, 반면에 시간을 거슬러가서는 뭔가를 보호하려했던 또 다른 이중성이 있다. 실제 영화에 출연했던 가면의 주인공들-배트맨,스파이더맨, 페이스오프,마스크오브조로-은 선의의 수호자가 많았다. 해마다 할로윈 축제를 기리는 체하며 살인극을 펼치는 이류 공포 영화 속 가면은 전자용이다. 예나 지금이나 우리는 아직도 가면에 열광하고 있다. 또 다른 하나의 얼굴로써.

미스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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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에는 신비가 가득하다. 저자는 책의 마지막에 한용운의 시를 아로새기며 그 신비에 승부수를 띄우는 것 같다. '그대의 얼굴은 눈을 감을 때 더 잘 보입니다. 아마도 그대의 얼굴은 흑암이어요.' 이렇게 묘사되는 시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읽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도>도 그렇고.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얼굴은 '진짜 얼굴'이 아니라, 기억속에 잔재하는 '죽은 이들'인 것이다. (p143) 의아하게도, 한용운의 시처럼 사랑하는 이의 얼굴은 눈을 감으면 더 생생할 때가 많다. 살아있는 모든 감정을 품은 그 표정 하나하나가 조각한 과거의 기억은 이내 진실로 다가와서 환상을 심어주는 것인가. 미스테리한 감정선이 교차한다.연인을 향한 눈빛속 기억에는.


10년 넘게 이 땅을 살아온 재한 프랑스인이 쓴 이 책은, 그가 얼마나 한국적 배경에 익숙하고 세계 문화 지식이 해박한지를 짐작케 한다. 책 곳곳에서 묻어나는 우리 문화-장승,돌하루방, 미술,사진-의 소개는 한국인인 나조차도 미처 모르고 있던 사실을 발견한다. 책 제목처럼, 얼굴에만 국한된 편협한 내용이 아닌 감출 수 없는 어떤 내면의 지도가 이 책에는 그려져 있다. 미로같은 상징,얼굴이 전하는 진실을 원한다면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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