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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 연습
아가타 투진스카 지음, 홍은주 옮김 / 다른세상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연습은 우리를 강하게 한다. 그것은 대개 실수를 줄이고, 좋은 결말을 맺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상실연습도 필요한 것이 아닐까 싶었다. 언젠가는 있기 마련인 커다란 슬픔에 대비하기 위해서. 사랑하는 반쪽이 아프면, 나머지 반쪽의 아픔도 적지 않겠다. 맘껏 힘들다고 푸념할 수도 없고, 기뻐도 기쁘지 않으니 아픔은 동행하는 것일 거다. 죽음 선고를 받은 것은 결국 어느 한 쪽이 아니다. 그들은 극복 전까지 적어도 같은 그 고통의 선상에 놓여 있게 된다.
이 책은 뇌종양 말기인 남편의 화학 치료 과정을 경험한 침착한 아내의 이야기다. 배우자가 겪을 슬픔의 시간을 아내인 그녀가 일지 형식으로 써내려 가고 있다. 그 묘사 방법이 처절하다기보다, 마치 제 3자가 관찰하며 기술하는 것 같은 수동적인 건조함이 느껴졌다.자신들을 향한 어떤 동정도 원하지 않는 눈치다. 주내용도, 전체적인 글의 분위기도 암울하다. 죽음이란 것은 이미 예고된 선고였다. 그래서인지 어느 아낙의 단순한 일상조차도 굉장히 싱그러운 인상을 풍겼음에 소스라친다. 일반적인 몸짓이 내일이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에 대한 희망으로 눈부시다.
그녀는 작가다. 상실 연습이란 책을 통해서 내가 얻으려고 했던 소귀의 목적은 의향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상처가 더디게 아물지 않고 새로 살이 돋은 그 자리가 전보다 더 튼튼해지기를 바라는 맘이었다. 한데, 상처받은 인간의 아픈 기억을 통해 내가 더 강해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쉽게 한 것 같았다. 작가였지만, 그녀는 사람이었고 이 작품에서 작가이기보다는 사람으로 충실한 것일까. 전반적으로 가라앉은 톤이 회고 당시를 짐작케하지만, 작품으로써 인정받기엔 미흡하리만치 싱거운 문체다. 애써 아무렇지 않은듯, 무표정한 느낌이다. 기억을 잃고 인격의 변화를 보이는 남편 앞에서 아주 무덤덤하게 반응한다. 당연하다는 듯이 침착해 보인다. 유태인 피를 물려받은 자존심 강한 성격탓일 수도 있겠다.
굳이 이런 상실 연습을 할 필요가 없었던 것 같다. 닥치면, 맘껏 울고 맘껏 웃고 맘껏 화내고 맘껏 기뻐하고 싶다.몸에 좋지 않은 나쁜 감정은 되도록이면 바로 해소해야 한다. 몸은 그걸 기억하다가 쌓이게 되면 이상을 노출시키니까. 이번의 폴란드 여행이 준 상실 연습은 기대 효과가 미미하다. 되도록 좋은 방향의 연습에 더 치중할 것을 다짐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