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끔 속물일 때가 있다 - 두 남자의 고백
악셀 하케 & 조반니 디 로렌초 지음, 배명자 옮김 / 푸른지식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성공한 독일남의 허심탄회하고도 형식적인 세상사 읽기.

 

불확실한 것은 미궁에 가깝다. 정치라는 개념이 무언가 불확실하다. 어제한 말 오늘 바꾸는 정치를 보고 믿음을 가지기란 쉽지 않다. 정치는 여자의 마음으론 비길 수 없는 한 수 위다. 정치가 모호한 것은 상황에 따라 제반사항의 수위가 크게 변하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정의로운 것의 관점에서 보자니 특정 정당, 단체만을 위한 불합리한 태도는 올바르게 비치지 않는다. 우리 정치가 그다지 미덥잖다. 무관심하기에 아는 것도 별반 없는 것 같다. 하물며, 독일의 정치 상황이라니.

 

이 책은 국한된 소재인 독일 정치를 화두로 시작하지만, 세계인의 공통된 화두, 정의나 가치에 대해서도 다룬다. 정통 독일인 컬럼니스트이자 작가인 하케씨와 이탈리아 혼혈 독일인 기자이자 언론인 로렌초씨가 바라보는 독일 이야기를 각자의 사생활과 연결하며 엮어나가고 있다. 가끔 속물일 때가 있다니. 느닷없이 속물을 등장시킨 이유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성인 군자가 아니고서야 속물이 아닌 사람이 누가 있다고. 처음에 책 내용이 기자가 본 정치 대담인줄만 알았기에 정치계 속물이야기가 나오겠다 싶어 따분함이 몰래 스며들었다. 역시 무엇이든 헤쳐봐야 안다고 책은 지성을 갖춘 성인이라면 생각해 볼 만한 다양한 세상사에 초점을 두고 있었다. 이를테면, 정치, 교육,환경,종교,현대정신병,정의,가치 같은 것들에 대한 고찰말이다. 개인마다 의의를 둔 가치관에 따라, 일반적인 정의가 속물으로 보일 수도 있고,그 반대도 가능하기에 사실 딱 꼬집어 무엇이 정의롭다고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듯 하다. 비도덕자의 눈에 비친 정의는 일반적인 그것과 완전 불일치 하는 것일 수도 있기에.

 

우리나라와 독일은 환경,문화적 차이가 분명 있다. 그것을 고려하면 다방면에서 현지인과의 관점이 다를 법도 하다. 하지만 부정 정치인에 대한 독일 판례가 우리네보다 깨끗한 것을 제외하고는 비슷한 유사점도 더러 발견할 수 있었다. 이민자를 대하는 태도,특히 빈국의 이민자들을 상대적으로 무시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정말 흡사했다. 그리고 교내 성폭행이나 현대인의 우울증은 어딜가나 도사리는 공통적인 사회 병폐인 것처럼 고개를 내밀었다. 

 

두 사람의 이야기가 오가면 으례 호감,비호감형이 생긴다. 늘어놓은 성공한 두 사람의 경력에 비해,방송인이자 언론사 국장인 로렌초씨는 의외로 적잖이 비호감이어서 배울점이 있더라고 인간적인 매력을 못 느끼는 타입이다. 하케씨의 이야기 속에서 발견한 진지하고 성숙한 사회 내부와 인간 내부에 대한 고민의 흔적을, 로렌초씨에게서 좀처럼 발견하기 어려웠다. 쉽게 쉽게 세상과 타협하며 살아온 듯한 이미지다. 단정짓기 성급할 지 모르지만, 책이 로렌초씨 단독 집필이었으면 그다지 인기를 끌지 못했을 것 같았다. 개인적으로 이런 공동 집필에 차츰 반감이 든다. 내가 느끼는 두 저자의 상이한 매력탓에 호감있는 한 쪽의 이야기가 더 솔깃하고 더 비중있기를 바라기 때문이다.여차하면,어느 한쪽이 어부지리를 얻으려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각설하고, 그들의 개인사를 통해 독일 현지의 분위기를 미미하게나마 엿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책 말미에 눈에 띄인 부록을 소개하고 싶다. 일명, 나를 돌아보기 위한 체크리스트. 당신이 정의로운 사람인지 무엇에 가치를 두는지 체크하는 사항이다.
1.나의 투쟁은 젊은 날의 치기였을까.
2.정의를 부르짖던 나는 현재 정의로운 사람인가.
3.나의 정치에 대한 뚜렷한 소신은 있는가.
4. 나는 정치에 참여할 용기나 대안도 없이 정치 혐오증에 빠져 있지 않나.
5.나는 아이를 과잉 보호하지 않는가.
6.가사와 육아의 책임이 아내에게 있다고 생각하는가.
7.나는 다양한 가족 형태를 인정하는가.
8.나는 이주 노동자를 차별하지 않는가.
9.나보다 고되게 일하는 육체노동자가 더 적게 버는 것은 정의로운가.
10.옳은 일을 위해 대가를 바라지 않고 희생할 수 있는가.
11.나는 삶의 즐거움보다 물질적 성공에 집착하고 있지 않은가.
12. 나는 현재 어떤 가치관을 가진 사람인가.
(이외에도 몇가지 체크사항이 더 있다. 책에서 두 남자의 대담 안에 놓인 핵심 사항들이라,읽기 전 토론 주제를 미리 파악할 수 있고, 읽은 후에는 정리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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