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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기억하는 세계 100대 명화 ㅣ 역사가 기억하는 시리즈
우지에 엮음, 남은성 옮김 / 꾸벅 / 201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중세기 미술은 당시 권력을 잡은 교회 아래 종교화가 주류를 이루었었다. 그러나, 문예 부흥을 일컫는 르네상스 시대가 열리게 된다. 이 때부터 화가들은 인간의 미를 부각시킨 세속 문화를 우리들이 기억하고 있는 아름다운 명화에 쏟아붓게 되기에 이르렀다. 책은 이 이탈리아 초기 미술로부터 현대 미술까지 거장들이 고군분투한 걸작들 100점을 내걸고 다가온다.
세기를 거친 명화를 논할 때, 이런 시대적 서술 방식은 예사롭다. 하지만, 엄선된 작품들의 자취 뒤에 화려하게 시대를 풍미한 인기 유파와 관련 에피소드 그리고 여러가지 미술 화법등의 알찬 소개가 내게 꽤 흥미로웠다. 그림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그 속에서 골똘히 함께 찾게 만들어 준다. 일찌기 명화 전집을 접했지만 온통 그림 냄새가 강했지 이토록 깨알같이 뿌려진 글은 난생 처음 있는 일이다. 글 속에서 그림을 발견하고, 역으로 그림 속에서 글의 의미를 떠올리는 작업을 반복하는 시간을 독자가 찾아가게 만들어 주는 듯하다.
그리하여 찬찬히 바라본 회화 속 주인공들은, 때로는 튀어나올 듯 거친 몸짓을 짓는가 하면 때로는 마음을 녹이는 부드러운 미소를 띄운다. 꽤 딱딱하여 이론과 결부지었던 화파에 대한 이해도 이번에는 한결 거부감 없이 홀가분하게 수용할 수 있었다. 아마도 100점의 타이틀 아래 동일 작가의 작품이 2~3점 더 실려 그 이해를 도우기 때문인 까닭일까. 화가들이 멋대로 그린 것 같아 보여도, 실제 그 속에 얼마나 많은 사실들이 기록되어 있는지 살펴보게 된 계기가 된 시간이었다. 그림이란, 이런 이런 것들의 산물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림은, 시대를 반영하는 숨은 비밀이(었)다.- 기존을 탈피하려는 새로운 생각이 신시대를 부른다. 그리고 이 시대는 고스란히 화폭으로 옮겨졌음을 알았다. 르네상스 시대 회화 역시 아직은 중세기의 잔여가 남아 있는 듯 작품의 배경은 여전히 성서나 신화에 그치고 있었다. 다만, 해설로 들여다 보건데, 회화 속 주체가 종종 실존 인물로 대체되어 사실감을 더해 주는 점이 달랐다. 점차 구속에서 자유로, 귀족에서 서민으로, 몸부림친 거장들의 손에서 시대는 로코코, 신고전주의를 넘어 뚜렷한 분기점을 맞이한 것이 눈에 띄었다. 그것이 바로 19세기 유럽을 대표하는 근대 사실주의였다. 이른바 예술작품이라면 미'로 인식되던 시대에 대한 반항이다. 예술 작품에 대해 아름답지 않으면 의미도, 가치도 없다고 믿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던 시대에 쿠르베의 작품이 보여준 적나라한 현실감은 그들에게 모멸감을 느끼게 했다.(p191) 자유롭고 진보적인 시대적 사상의 움직임이 그림 ,<멱감는 여인들>에 녹아들어 가게 된 것이다.
그림은, 인간의 개성을 반영하는 깊은 내면의 표출이(었)다. - 중세에서부터 근대 이전까지 회화는 내게 다소 지겹게까지 느껴진 것이 사실이다. 주로 보여주려는 의도된 상류층의 생활은 죽은 듯 밋밋했다. 이랬던 나름의 평가는 예술의 중심이 프랑스로 바뀐 인상주의 시대에 생기가 느껴졌달까.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서는 고요한 주위의 마을에도 아랑곳없는 격동적인 밤하늘의 움직임을, 뭉크의 <절규> 에서는 화가 내면의 고통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한 점이 돋보인다. 그는 평소 그림을 그릴 때 색채와 선을 최대한 활용해 살아있는 이들의 모습과 호흡, 사랑과 고통을 느끼는 감정까지 모두 표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시도했다.(p256) 이렇듯 인간에서 자연으로, 다시 인간안의 내면으로 파고든 철저한 자기 성찰을 볼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이 그림이었다.
시대의 흐름을 기록한 역사가 중세,르네상스 미술이었다면, 인간에게 귀 기울인 심리학이 근,현대 미술이지 않나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기하학이 피카소의 <게르니카>를 통해 미술에 선보이지 않았나 싶었다. 이전 미술이 정교함에서 단순함으로 변화하다 하다못해 기이한 조형적 형체의 조합으로 탄생하게 된 입체 주의 회화로 나타나게 된 거다.
회화의 다양한 방향 모색은 모두 변화를 시도한 화가들의 고뇌가 한 붓 한 붓 펴낸 산물이었다. 개인의 고집스런 주관과 취향으로 혹시 놓친 명화들의 면면을 파헤쳐 볼 수 있는 소중한 계기가 된 듯하다. 책을 읽을 때 작가의 의도와 내 생각이 일치하지 않는 부분을 발견하듯, 다양한 회화에 내재된 그들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싶다. 수시로 그들과 둘만이 사색하고픈 시간에 빠져들고 싶다면, 특별함을 가져다 줄 확신이 든다. 명장들의 독특한 세계가 기다리고 있을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