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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드 그린 토마토 ㅣ 민음사 모던 클래식 39
패니 플래그 지음, 김후자 옮김 / 민음사 / 201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소중한 만남이 생의 한 가운데 놓일 때.
생의 시계에 인생의 무료함조차도 흔쾌히 자연 수용할 수 있는 시기가 오긴 올까. 아이의 억지,십대의 고뇌를 거쳐 방황의 고개를 넘고넘어 어느덧 가정이라는 정착의 사이클. 그런 다음 신체적으로 폐경기에 접어 드는 40대의 한 여인에게 정신적으로 꽃바람을 불어 넣어줄 이야기가 여기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에 기록된다 . 불혹은 그 어떤 유혹도 이겨낼 수 있다고 하여 그리 명명되었건만. 정작 여기 떨구어진 불혹의 주인공 에벌린은 아직 그녀의 정체성조차도 확립시키지 못한 채로 서 있었다.
시선.거기엔 타인의 눈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우리들의 공공의 적이 에벌린에게도 숨어 도사리고 있었던 듯. 시대는 1980년대 중반을 막 넘는 시기.장소는 남편과 방문한 미남부 알라바마 노인요양원. 이 곳에서, 에벌린은 지금껏 무료한 그녀의 삶에 새로운 전환을 시도케 하는 운명적 만남을 갖게 된다. 노부인 스레드굿과의 인연은, 언제나 착하고 순종적인 여자 에벌린의 내면을 거칠게 흔들어 놓았다. 토완다. 일명 에별린의 비밀 코드명으로 상상속에서 재탄생한 그녀다. 이지의 분신이었다.
스트레스를 푸는 현대인의 가장 쉽고 흔한 방법은 먹는 것으로! 십중팔구 몰표가 으르르 몰리지 않을까. 에벌린도 예외가 아니었다. 자신을 삼켜온 행동의 댓가로 식욕만이 유일한 낙처럼 보였던 그녀였다. 그런데 갑자기 제 2의 자신 토완다가 생성되자 더이상 식욕은 적수가 되지 않는다. 현실까지 거침없이 쇄신을 위한 변화의 물결이 하나씩 몰려 드는 것이 아닌가. 스레드굿 할머니가 귀뜸해준 60년 전쯤의 옛 이야기 속 피 끓는 말광량이 아가씨 이지가 부활했다고 생각하니 폭소가 연발 터졌다. 그린 토마토의 클라이막스를 꼽으라면 난 단연 1986년 8월 8일자 일면이다.
통쾌한 해학이 살아 숨쉬는 이야기를 오랜만에 읽었다. 과거 속 이야기와 현재 인물과의 상이한 캐릭터 대비에서 오는 신선한 충격이 재미있었다.괴짜가 괴짜이기에 뭇사람의 입에 구전되는 단골 손님이지만, 그만큼 식상해도 신선하다. 내 생에 지금과는 다른 한 인격체로 거듭나려면, 인간은 인간의 숨소리를 전달받아야 하는가 보다. 그로인해 웃고 우는 감정을 소생시키고 나를 다시금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되는 것 같았다. 일면일면 여성 호르몬이 분출하여 생동감 넘치는 자신을 만날 수 있는 책이다.
수수께끼 같은 사람의 힘. 나에게 특별한 만남이 어디선가 언제. 짠하고 출현할지 모른다. 지금 무료함에 참을 수 없다면 또 다른 나,가명 토완다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갑자기 온 몸에 전율이 흘러 방금 산욕을 한 느낌이 들거다. 그러다보면, 미래에 진짜 그런 사람 하나 만나게 될지 누가 알라?.
생의 시계에는 투영하는 아름다움이 반짝인다. 내가 주인공이 되고 싶다면? 으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