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한 걸음씩 갓난이 걸음마처럼 느리게 그러나 꾸준한 습관이 만드는 단단한 외국어 체력. 책을 읽기 전 십독 동물농장은, 원본의 전체가 아닌 일부를 발췌되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워낙 필수 영독서로 명성이 자자한 책인지라, 두께가 방대할 것이라는 선입견이 먼저 차지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의외로 양적으론 단편에 속하는 책. 꽤 다수가 읽었을 법한 이 책을, 어른이 된 지금 처음 접하게 된다. 그저 사회의 비리를 꼬집은 20세기 대표 수작으로만 알고 있다가 영한 대역식이지만 원문과 한글 번역을 고스란히 옮긴 이 책을 보는 동안 철철넘치는 조지오웰의 저서에 느끼는 매력을 감당할 수 없게 된다. 이 정도의 명문장을 감히 입 밖으로 내뱉을 수 있다면 원어민 부럽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 정도였다. 말은 글보다 한참 가볍게 다루어지기 일쑤이기에, 오웰의 심오한 사상이 집약적으로 표현된 고급영어의 진수가 담긴 이 수려한 문장들, 이들을 우리가 반복적으로 일상 회화로만 연결할 수 있다면 얼마나 박학다식한 표현을 구사하게 되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자 환희의 미소가 슬그머니 지어지기도 한다. 십독은 최소 열 번은 읽어줘야 한다는 의미인데, 그만큼 깐깐하게 엄선된 도서이며 그 진가는 조금씩 그리고 틈틈이 이 책에 투자하는 시간 동안 확인해 나갈 수 있었다. 인간 사회를 동물들의 얼굴로써 풍자한 실허를 날카롭게 파헤친 책의 마력이 점층적으로 강해지는 책이다.십독을 이름 걸고 출간해서 일까. 전체 목차도 열 장으로 나뉘어져 있다. 검색으로 본 동물동장은 작게는 다섯 장 정도에서도 그치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제 각 장은 부담스럽지 않은 원문1을 더 구체화하여 그에 따른 일대일 대응식의 해석과 아래로 단어와 숙어등의 해설이 실린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책의 내용이 말하자면, 팝송보다는 클래식이고 만화보다는 인문소설이다보니 말만큼 용이하게 접근 못 할 수도 있다는 가정하에, 책 머리의 '들어가기 전'과 책 끝의 '각 장의 줄거리' 부분을 먼저 숙지하는 것이 전체적인 이해를 도울 것으로 보여진다. 물과 공기처럼...가까이. 끝으로 십독이 아니라 '백독 동물 농장'으로 제목을 바꿔야만 책의 진면목을 살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피땀어린 노력과 열정을 몸소 실천해야 외국어로의 신세계가 열릴 것임을 이미 알고 있고, 그러기에 스스로도 수없이 타일러 보게 된다. 그것이 현재 우리들이 처한 숙명에 대한 대처 자세이지 않을까 한다. 기쁜 마음으로 물이든 공기든 외국어든 그 무엇이든 들이켜 보고 메마른 입을 촉촉히 적셔 나가면, 서서히 신기루에 다가가는 우리를 현실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다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