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와 기름
단요 지음 / 래빗홀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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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와 기름>이라는 소설을 통해 단요 작가의 작품과 처음 만났다. 2022년 장편소설 《다이브》로 작품 활동을 시작하여 문윤성SF문학상 대상, 박지리문학상을 수상한 단요작가는 한국 문단의 주목받는 신예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문지혁 작가가 추천사에 "진짜 재능을 만나면 그러 입을 다물고 경탄할 수 밖에 없다. 단요의 소설은 압도적이다"라고 극찬을 했는데, 그 이유를 알고 싶다는 궁금증에 책을 펼쳤다. 처음 접해보는 '신학 스릴러'라는 장르가 매우 생소했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흥미롭게 느껴졌다.

소설은 이도유, 조강현, 최우혁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전개되며 '쓰나미처럼 몰아치는 사건과 플롯, 180마력으로 돌격하는 단요표 신학 스릴러'라는 출판사 소개글이 충분히 이해가 될 정도로 속도감이 느껴진다.

최우혁은 서른살이 넘도록 도박 중독에 빠져 자기 앞가림도 하지 못한채 살아가는 인물이다. 그는 어린 시절 폭우로 불어난 계곡 물에 휩쓸려 내려가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이도유의 도움으로, 아니 신비한 힘에 의해 살아난 기억이 있다. 최우혁의 인생에서 이도유는 늘 의문과 그리움의 대상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그리고 20여 년의 세월의 흐른 뒤, 이도유와 재회하게 되면서 우혁은 거대한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이도유를 재림 예수라 믿는 사람들, 이도유를 오랫동안 추적해온 조강현 사이에서 미스테리는 계속 된다. 그리고 또 한번 최우혁은 초현실적인 힘에 의해, 죽음 직전 살아나는 기적을 경험한다.

한국 사회의 이면을 들추고, 탐욕스러운 사교육 현장을 비추고, 자본주의에 잠식된 상업현장을 드러내면서 우리가 일상적으로 감각하지 못하는 부조리한 현상들을 짚어내는 단요의 탁월한 능력이 감탄을 자아내게 만든다. 수많은 윤리적 논쟁을 통해 우리게에 던져주는 질문들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우리가 선택의 기로에서 끝끝내 인간성을 지킬 것인가 끊임없이 고민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출판사에서 무상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북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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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 1
오쿠다 히데오 지음, 송태욱 옮김 / 은행나무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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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가끔씩 독서력이 떨어지는 시기에는 속도감 있는 추리소설을 읽는 것이 독서력을 끌어올리는데 효과가 있다. 독서 정체기에 만난 소설 <리버>는 그 역할을 톡톡이 해준 소설이다. 오쿠다 히데오가 3년만에 펴낸 신작 소설 <리버>는 오쿠다 히데오의 진면목이 드러난 역작이라고 평가 받고 있으며, 독자들에게 엄청난 몰입감을 선사하는 미스터리 범죄 수사극의 표본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출판사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리버> 1편을 받았다. 2편을 읽기 전에 리뷰를 쓰는 이유는, 1편 서평단 중 정성껏 리뷰를 쓴 사람을 뽑아서 2편을 보내준다고 했기 때문이다. 너무나 속 보이는 리뷰를 대놓고 쓰고 있다.

하지만 흥미롭지 않았다면, 뒷 이야기가 궁금하지 않았다면 리뷰 따위는 쓰지 않았을 것 같다. 빨리 2편을 읽고 싶어서 잠을 설칠 것 같다. 1편에서 언급된 3명의 용의자 중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 아니면 의외의 인물이 등장할 것인가? 매우 궁금하다.

소설은 이렇게 시작된다. 어느 한가로운 아침, 개와 산책하던 한 노인이 군마현 하천에서 유기된 시체를 발견하고 신고를 한다. 그리고 얼마후 비슷한 모습의 시체가 또 발견된다. 경찰은 10년 전 미제 사건으로 남았던 연쇄 살인사건을 떠올린다. 10년의 세월이 지난 후 똑같이 재현된 사건을 마주하고, 동일범인지 아니면 모방범인지 알 수 없는 가운데 두개 현의 공동수사가 시작된다. 퇴직한 전직 경찰, 10년 전 딸을 잃은 비통함에 직접 범인을 찾겠다고 추적하는 피해자의 아버지, 우연히 살인사건 기사를 맡게된 신입 여기자, 괴짜 범죄 심리학자까지 총력을 다해 범인 검거를 위해 노력한다. 두꺼운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지루할 틈 없게 만드는 오쿠다 히데오의 필력 덕분에 단숨에 읽어내려갔다. 1편의 마무리에서 유력한 범인으로 의심되었던 가리야가 진짜 범인일지, 아니면 의외의 반전이 기다리고 있을지 궁금증과 함께 상상력을 증폭시킨다.

<공중그네> <남쪽으로 튀어>만 읽었을 뿐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을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왜 그가 여전히 최고의 이야기꾼이라고 불리는지 그 이유를 이 소설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했다. 흩어져 있는 이야기를 하나로 엮어서 퍼즐을 맞춰가는 능력이 탁월한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허접하게 리뷰를 써놓고 2편까지 받기를 바라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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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우키스의 말 - 2024 제18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
배수아 외 지음 / 은행나무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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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인 '바우키스의 말'에는 수상작 '바우키스의 말'을 포함해 총 6편의 단편소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수상작 '바우키스의 말'에 은 '문학적인 성취의 정수를 압축적으로 담고 있다'라는 심사평을 받고 당선작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이 소설은 신화 속 '바우키스'라는 인물을 모티브로 한 작품인데, 저 개인적으로는 조금 어렵다고 느껴졌습니다. 독서력이 딸려서인지, 이해력이 모자라서인지, 난독증이 있어서인지 몰라도 저에게 임팩트 있게 다가오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후보작이었던 문지혁의 <허리케인 나이트> 박지영의 <장례 세일>이 더 인상적으로 느껴졌습니다. 문지혁 작가님은 <초급 한국어> <중국 한국어> <고잉 홈>을 통해 익숙하게 느껴지는 작가님이셨고, 박지영 작가님의 <장례 세일>은 아들 현수가 평생을 '실패한 세일즈맨으로 살아온 아버지 '독고 씨'의 죽음을 세일즈 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루고 있는데, 소재가 아주 신선하고 속도감 있게 전개되고 있어서 개인적으로 저에게는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었습니다. 6명의 작가 각각의 색깔이 아주 확실하면서 우리 사회의 다양한 면면들을 파헤쳐 주고 있기 때문에 지루함 없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소설집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진짜 팔아야 하는 건 독고 씨의 가치 있는 삶이 아니라 가치 없는 삶이었다. 독고 씨는 그렇게 예비된 애도객들의 가치를 높여주는 존재가 될 때, 비로소 자신의 애도 가격을 높일 수 있게 된다. 그러므로 그들에게 상기시켜야 할 것은 독고 씨의 그래도 싼 죽음이나 그에 대한 슬픔이나 연민, 죄책감이 아니었다. 누군가에게 감사 인사를 받을 만한 인품을 지닌 과거의 자신에 대한 그리움과 뿌듯함이었다. 그리하여 독고 씨의 죽음을 통해 다시 한번 그 감사한 인간으로서의 자신과 만나게 되기를, 보여줄 기회를 희망하게 만드는 것이다. (129쪽) - 장례 세일 -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장례식장이 쓸쓸하지 않도록 현수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미리 아버지와 인연이 있던 사람들에게 감사 편지를 보냅니다. '저희 아버지는 임종을 앞두고 계십니다. 돌아가시기 전에 당신에게 꼭 감사 인사를 전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라는 내용으로. 편지를 받은 사람들은 잊힐 뻔한 독고 씨와의 인연을 떠올리게 되고, 실제로 그가 세상을 떠났을 때 조의를 표하러 장례식장에 찾아옵니다. 편지가 아니었다면 아마도 장례식장에 찾아온 조문객들의 수가 많지는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도 가끔 그런 생각을 해요. 내가 떠난 뒤에 나의 죽음을 진심으로 애도하고 명복을 빌어줄 사람이 얼마나 될까? 장례 세일을 해서라도 애도의 가격을 높여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건 아닐까? 그런데 나의 장례 세일은 누가 맡아 주지? 나의 장례식장 풍경을 떠올려 보게 했던, 조금을 씁쓸하지만 현실과 맞닿아 있는 이야기라서 기시감을 느끼게 했던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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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리 따는 사람들 서사원 영미 소설
아만다 피터스 지음, 신혜연 옮김 / 서사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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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제본(정식 출간 전 임시제본된 도서) 서평단에 선정되어 읽게 된 책입니다.

<베리 따는 사람들>은 전세계 16개국 번역 출판, 2024년 앤드루 카네기상 수상, 2023년 반스 앤 노블 디스커버리상 수상, 뉴요커가 뽑은 2023년 최고의 책으로 선정되는 등 화려한 이력을 가진 소설입니다. 저한테는 가족 상실과 역사적 트라우마를 다루고 있는 감동적인 소설로 읽혔습니다.

소설은 조와 노마의 시선을 오가며 교차 서술됩니다. 등장인물 한명 한명의 심리묘사가 압권인 소설이에요. 작가의 주옥같은 문장들이 소설을 더욱 빛나게 합니다. 스토리는 이렇습니다.

캐나다 원주민 가족(조의 가족)이 블루베리 따는 일을 하러 미국 메인주로 건너오는데, 어느날 대낮에 막내딸 루시가 사라지는 사건이 일어납니다.

루시를 마지막으로 본 오빠 조는 동생을 잃은 죄책감과 상실감에 고통스러워합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가족의 비극이 시작됩니다.

한편 메인주에 살고 있던 노마라는 소녀는 부유한 가정의 외동딸인데 계속 반복되는 악몽과 환상에 시달립니다. 소녀를 사랑하지만 사랑하는 방식이 특별했던 부모님, 아버지의 무관심, 어머니의 과잉 보호는 소녀를 지치게 합니다. 그리고 가족들이 감추고 있는 집안의 비밀이 있음을 알게되고 조용히 그 비밀을 찾아 나섭니다.

이 말이 형에게 건넨 마지막 말이 될 줄 누가 알았을까.

우리는 결코 내가 뱉은 말이 누군가에게는 마지막 말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게다가 일은 이미 저질러졌는데 상대가 떠나고 없다면 화해하기도 힘들다. (117쪽)

이 소설 속에서 조가 찰리형에게 마지막으로 한 말은..

"꺼져" 였어요.

그리고 어느날 갑자기 사라진 루시에게 했던 마지막 말은

비밀을 지키라고 손가락을 입에 대고 말했던 "쉿!" 이었어요

세상을 떠난 사람에게 마지막으로 했던 말이 사랑을 담은 말이나 격려의 말이 아닌 당혹감으로 얼룩진 분노의 말이었다면 남겨진 자의 남겨진 삶은 어떠할까요? 후회와 죄책감때문에 정상적인 삶을 살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마음의 준비를 하지 못한 상태에서 갑자기 가족을 떠나보낸 경험이 있는 분들 많이 있으실거에요.

우리는 우리 자신의 마지막도, 사랑하는 누군가의 마지막도 결코 미리 예측할 수 없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건네는 말이 어쩌면 그 사람에게 건네는 마지막 말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그게 바로 우리가 세상 모든 사람에게 친절하고 다정해야 할 이유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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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대신해 드립니다
하라다 마하 지음, 송현정 옮김 / 빈페이지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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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란, 무조건 직접 보고 느끼고 맛보고 체험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했

었어요. 그런데 떠나고 싶어도 떠날 수 없는 누군가를 위해 대신 여행을 떠나준다니, 굉장히 흥미롭고 신선한 소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생각하면 현재에도 이미 '대리 여행'이 성행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여행 유튜버들이 우리가 가고 싶은 곳을 대신 다녀와서 멋진 경관과 유적지와 여행지의 사람들을 보여주고 있으니까요.

많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벗어나 낯선 곳을 여행하고 싶은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이유로 선뜻 떠나기 어려운 사람들이 있죠. 떠나지 못하는 이유로는 일, 학업, 건강 상태, 여행 비용 등 말못할 각자의 사연들이 있을 거예요.

이 소설 속에서 누군가의 바람을 담아 여행을 대신 떠나주는 오카 에리카는 아이돌 출신의 한물간 연예인이었습니다. TV에서 여행 프로그램을 진행하다 광고주의 이름을 잘못 말하는 실수를 저지르는 바람에 프로그램은 폐지되고 유일했던 밥줄이 끊기고 맙니다. 소속 연예인이 오카 에리카 1명이었던 엔터테인먼트 회사도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죠. 그때.. 구세주처럼 누군가가 등장합니다. 지하철에서 팬이 전해준 편지를 읽다가 가방을 놓고 내린 오카 에리카, 그 가방을 들고 회사로 찾아온 중년의 여인이 오카 에리카에게 대리 여행을 제안합니다. 불치병에 걸려 병원에 누워 있는 딸을 위해 대신 여행을 떠나서, 벚꽃 핀 풍경을 보여달라고 거액의 돈을 들고 와 부탁을 합니다. 고민 끝에 그들의 제안을 수락한 오카 에리카는, 의뢰인을 대신해서 떠난 여행지에서 의외의 장면들과 사람들을 만나 오히려 자신의 상처도 치유받고 한층 성장하게 됩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대리 여행업'을 시작하게 됩니다.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의 사연 속에는 소중한 사람에게 전달한 간절할 메시지들이 담겨 있었고, 오카 에리카는 그들을 위한 사랑의 메신저가 됩니다.

여행은 정말 신기한 것 같아요. 여행에서는 다양한 걸 발견하기도 하고 누군가와 새롭게 만나기도 하지요. 떠나보지 않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몰라요. 그러니까 여러분도 일단 떠나보시는 건 어떨까요? 마음을 세탁하고 잠시 쉬어가는 거예요. (104쪽)

무의미한 여행은 없습니다. 저는 매일 여관에서 다양한 곳에서 각양각색의 목적으로 찾아오는 사람들을 만납니다. 아무 목적 없이 오는 사람도 많고 무얼 하러 왔는지 모르겠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래도 모두가 반드시 무언가를 찾아서 돌아갑니다.(159쪽)

바람 솔솔~ 여행하기 좋은 계절입니다. 각자 여행을 떠나는 이유와 목적은 다르겠지만, '여행'이라는 단어가 주는 묘한 설렘의 감정은 비슷하지 않을까 싶어요. 사실 여행 당일보다 떠나기 전날이 더 설레긴 하죠^^ 어쩌면 이 두근거림을 마음껏 즐기려고 여행을 계속하는 건지도 모르겠어요.(121쪽) 마음을 비우기 위해서 떠났든, 마음을 채우기 위해서 떠났든, 마음의 결을 다듬기 위해서 떠났든 여행에서 돌아온 뒤에는 항상 잔상이 남곤 합니다. 잔상 속에서 해답을 찾아낸다면 가장 베스트겠지만, 또 다른 질문을 얻어 돌아올 수도 있을 거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돌아오는 여행 가방 속에 무조건 소중한 한 가지는 담아 온다고 믿어요. 그 하나가 우리를 또 살게 할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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