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사람들을 생각해
정지혜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표지가 너무 으스스해서 한여름의 더위를 싹 날려 보낼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여름엔 호러! 여름엔 스릴러지!

추천사를 쓴 전건우 소설가는 이 책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했다. "이 작품은 단순히 자극만을 추구하는 호러, 미스터리 소설과는 결을 달리한다. 삶과 죽음에 대해, 혹은 이별과 만남에 대해 이토록 서늘하면서도 아름답게 파고든 작품을 나는 이제껏 보지 못했다."라고. 서늘하면서 아름다운 소설에 대한 기대감으로 읽기 시작했다.

해안선 곳곳이 바위와 절벽으로 절경을 이루는 기이한 섬 '목야'를 배경으로 하는 세개의 이야기가 서로 연결된 듯 아닌 듯 묘하게 겹쳐지는 소설이다. 몸서리칠 정도의 공포를 기대한 독자라면, 조금 실망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감성적이고 서정적인 호러가 궁금한 독자들이라면 크게 환호할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없는 사람들을 생각해]는 [지은의 방] [강과 구슬] [이설의 목야] 세가지 이야기로 구성된 연작소설로, 스토리를 이끌어 가는 주요 키워드는 '강령술'이다. '강령술'은 영혼을 인간 세상에 내려오게 하는 방법이며, 귀신을 보는 사람이 있다는 뜻이다. 어릴적에 '분신사바'라는 주문을 외우는 아이들을 목격한 적이 있다. 어떤 연유인지는 몰라도 한때 크게 유행이었다. 실제로 귀신을 보는 사람이 있을까? 의문을 품었던 적도 있었다.

소설은, 누군가에게(특히 가족) 상처받은 아픔을 가진 아이들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버림받은 아픔, 외면당한 아픔, 방치당한 아픔, 죄책감으로 인한 아픔을 감당해 내는 아이들이 오히려 누군가의 상처를 품어주고 이해해주려 노력하는 과정이 감동으로 다가온다. 상처 위에 얹어진 위로와 사랑이 스며들어 이 소설은 무서운 이야기가 아니라 가슴 아픈 휴먼 드라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유기적으로 얽혀 있는 인물들이 서로에게 내미는 따스한 손길로 사람을 살리고, 구해내고, 다시 살게 하는 휴머니즘을 만나게 한 온기가 담긴 소설이었다. 세 편의 소설속 인물들의 관계도를 그린 후,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은 소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