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골에서 여자들이 축구를 한다 ' 이렇게 멋진 워딩이라니...책 제목을 보자마자 기대감에 마음이 설렜다.
유일하게 빼먹지 않고 즐겨 보는 예능 프로그램이 하나 있다. 바로 JTBC <뭉쳐야 찬다>이다. 시즌1부터 시즌3까지 단 한편도 놓치지 않았다. SBS <골 때리는 그녀들>도 처음부터 챙겨봤다면 아마 광팬이 되었을 텐데 타이밍을 놓쳐 흐름을 타지는 못했다.
우리는 '축구'라는 키워드 하나로 온 나라가 들썩일 수 있다는 것을 2002년에 직접 경험했다. 축구에 온 국민이 이토록 열광하는 이유를 한마디로 설명할 수는 없겠지만 '정말 재미있는 스포츠 '라는 점에 이견을 제시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내가 <뭉쳐야 찬다>를 즐겨보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축구가 진짜 재미있어서다. 그러니 '시골, 여자, 축구'라는 제목의 책을 만난 순간, 어찌 흥분되지 않겠는가. 어떤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지 너무 궁금했다. 게다가 브런치 북 대상 수상작이라니, 기대감은 한층 상승될 수밖에 없었다.
비슷한 생활 반경 안에 있는 사람들이 '반반 FC'라는 팀명으로 모여서 축구를 한다. 팀원은 모두 여자다. 그냥 이리저리 떼로 몰려다니는 축구가 아닌, 각자의 포지션이 있는 진짜 축구를 한다. 김혼비 작가의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축구>를 읽고 나서, 김혼비 작가의 광팬이 되었는데 그때의 그 짜릿한 기억이 되살아났다.
반반 FC의 주장 노해원 작가는, 일주일에 세 번 축구를 하고 한 달에 한 번 축구 글쓰기 모임을 하는 축구에 진심인 사람이다. 주로 초등학교 축구부, 족구팀 아저씨들 등 동네 사람들과 축구를 하기 때문에, 그들과 운동장 외의 공공장소에서 마주쳤을 때 복잡 미묘한 감정이 든다고 했다. 뜨겁게 경기할 때와 차갑게 식어 있는 일상 사이의 커다란 캡 차이 때문이라니 충분히 이해가 된다. 반반 FC는 축구를 하기 위해 모였지만, 같이 훈련하고 같이 기뻐하고 분해하는 순간들이 쌓여 우정과 추억을 만들어 갔다. 부끄러운 플레이에 소심해지고, 가끔은 부끄러운 인성이 들켜 멋쩍어지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발걸음은 운동장으로 향할 정도로 축구의 매력에 빠진 것이다.
노해원 작가는 어린 시절에 왜 남자들은 축구를 하고 여자들은 당연히 피구를 했어야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고 한다.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것이 누군가에게는 왜 당연하지 않았는지, 그 당연함을 누리지 못하는 쪽의 대부분이 여성이었다는 사실에 자주 서러워했다.(32쪽) 그러나 축구를 시작하면서 자신의 한계뿐만 아니라 사회적 한계를 뛰어넘는다고 느껴서 통쾌했을 것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이 조금은 평평해지고 있다고 느껴서 위로받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