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무것도 없다 - 카르멘 라포렛 탄생 100주년 기념판
카르멘 라포렛 지음, 김수진 옮김 / 문예출판사 / 2021년 7월
평점 :

중남미 소설로 1936~1939년 까지 있었던 스페인 내전 이후의 사람들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스페인의 '호밀밭의 파수꾼'으로 불린다.
암울한 시대를 그린 걸작이라는 말과 신선하고 생기 넘친다는 말로 동시에 수식을 받아 더욱 궁금했다.
이 책은 저자 카르멘 라포렛 탄생 100주년 기념판이다.



스페인 내전 이 끝난 후 주인공 안드레아는 끔과 희망을 품고 외가로 가지만
생각과는 다른 외관부터 가족들의 태도나 계속적인 갈등으로 점점 낙담하고 지쳐간다.
친척들은 지치고 예민하며 화를 내지 못해 안달난 것 처럼 서로를 잡아먹을 듯 군다.
너를 위한 얘기, 가족끼리의 잔소리의 형태로 안드레아의 숨을 조여온다.
가족 구성원들은 폭력적이고 평화롭지 않은 상황에서 벗어날 의지마저 없어 보인다.
후에 해설집을 봤을 때 가장 공감되던 부분이 있다. 안드레아는 관찰자의 태도를 취한다는 말이었다.
안드레아는 적극적으로 상황을 회피하거나 싸우지 않는다. 가끔 상담사와 내담자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안드레아의 눈으로 바라보고 느끼는 점에서 절절히 감정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작가의 담담하게 써내려간 문체를 따라 읽다 보면 안드레아가 느낀 비참함, 허무함이 내 것 처럼 느껴진다.
안드레아를 둘러싸고 있는 가족들은 서로에게 피해자이기도, 가해자이기도 하다.
상처를 돌보기에는 너무 곪아 버렸다는 생각이 든다.
점점 자조적이고 힘들어가하는 안드레아는 결국 친구 에나가 있는 마드리드로 떠난다.
에나의 편지 속 에나의 가족들은 안드레아를 크게 환영하고 있다.
자유의 결핍이 도드라지는 사회에서 여성인 안드레아는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도 존중받지 못했다.
안드레아가 올가미에 목을 들이민 것 같이 느껴졌지만, 그 속에서 피폐해진 사람들의 삶이 코 앞에 있는 듯 다가온다.
안드레아는 바르셀로나를 떠나며 일년 간 아무것도 없다고 말한다.
안드레아의 앞날이 평탄하기를 바라면서 남겨진 외할머니 가족의 삶이 크게 변하지 않을 것 같아 반드시 변하길 바라게 되는 소설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