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잔잔하게 웃긴다.
나는 블랙코미디도 좋아하는데 이렇게 잔잔히 웃기는 것도 좋아한다.
처음엔 진짜 고민이 많이 됐다.
이 책이 정말 웃기고 재밌어서 사람들한테 정말 추천을 하고싶은데
뭐라고 설명해야할 지 감이 안잡혔다.
누가 이 책 어때? 하고 물어보면
아 그거 진짜 웃겨. 그 생각이 잠깐 들긴 하는데 진짜
진짜 웃겨 그 책. 하고 있을 것 같아서.

주인공이 자신에게 닥친 상황에 대해서 호들갑을 떨지 않는다.
여기 저기에 말하고 다닐 상황도 안되거니와 사람이 참..
불타는 집 앞에서도 허허 하면서 웃을 것 같은 주인공이었다.
"이 도넛, 유머 감각이 제법이네요."하는 말이 가장 인상깊었다.
세상이 나한테 왜 이러나 싶고,
모욕적일 때, 온갖 사물마저도 나를 비웃는 것 같을 때가 생각나는 대사였다.
그런데 저걸 지나가던 노인한테 뜬금없이 웃다가 하는 말이라는게
비현실적이다. 그래서 더 공감되고.
사실 나는 이 책을 절반이 넘게 읽으면서도 제목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냥 주인공이 사장이어서 그런가보다 했지.
흥미진진하고 휘몰아치듯이 사건이 전개되는데 진이 빠지는 것도 아니다.
중간중간 블랙코미디며, 갑작스러운 죽음들이나 대처들이 의외로 한 템포 숨을 쉬고 가는 느낌이었다.
완급조절을 잘 해준다고 느꼈다.
그래서 나는 30쪽을 겨우 남겨놓고 그제야 알게 됐다.
얼렁뚱땅 던져놓은 물건들이 차곡차곡 쌓여서 직육면체가 된 느낌.
독살과 회사 경영권 위기 그리고 불륜이 이렇게 재밌게 전개돼서
즐거웠다.
그리고 죽음을 앞두고 그가 죽음을 생각할 필요가 없을 때보다 더 거침없이 살게되고, 그의 삶에 활력이 생기는 걸 보고 씁쓸했다.
그가 자기 주장을 하고, 거침없는 행동들(시체유기가 포함은 되어있지만)을 하면서
풍부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걸 보고 잠깐 생각을 하게 됐다.
그가 죽음을 알기 전에 더 타오르듯이 살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블랙코미디와 추리가 적절하게 섞여서 손에서 뗄 수 없었다.
즐겁고 유쾌하게 읽을 소설을 찾는 독자에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