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러브 안전가옥 앤솔로지 7
표국청 외 지음 / 안전가옥 / 2021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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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가옥x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두 번째 공모전 수상 작품집

<<뉴 러브>>를 읽어 봤다.

사랑이라는 주제로 쓰여진 책은 정말 많은데

이렇게 많은 사랑과 방식은 매번 다르게 다가온다.

소설 속 사랑들은 새로운 세상에서 펼처지는 사랑 얘기를 담았다.






제일 기대가 되었던 작품

장군님의 총애라는 뭔가 뻔하다면서 계속 뒷 장을 읽게되는,

흥미진진할 것같은 뻔한 염정소설같은 제목은 사실 소설 속 게임의 이름이다.

AI가 설정된 공간을 벗어나지 못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느끼게 되는데 그 사랑을 지키는데에는

세계의 창조주 또는 개발자라고 부를 수 있는 수많은 사람들 중 한 명인 동진의 감수성이 큰 역할을 했다.

게임 속에 갇히는 소설이나 영화는 가끔 봤는데 AI가 AI임을 인지하고,

세계를 복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하는 이야기는 신선하게 다가왔다.

당연하게 시나리오에 맞춰 주어진 설정값 사이사이에는 같은 동네를 나고 자란 사이라는 점,

마을을 아끼는 이장이라는 점이 사랑을 알게 된 옥지와 같은 능력을 갖게 된 점처럼

주어진 설정 값 사이사이에 개연성을 지키기 위해 들어간 사실들이 세상을 구성하고 있었다.




대표가 자신이 사랑하는 시나리오를 돈을 지키기 위해

데이터를 지우라고 한다.

그것이 이해가 안되는 것은 아니다.

사실 처음엔 개발자 동진이 여태껏 없던 AI의 발전을 지키고 싶어 하는 걸 이해는 가도

대표를 막는건 감정이 과한 것 아닌가 생각했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진성과 옥지가 살아 있었을까?

그리고 진성과 옥지가 데이터가 지워졌다고 해서 같은 일이 다시 안생겼을까?

나중엔 동진의 행동이 더 나은 결과라고 생각하게 됐다.




죽는 것을 반복하고, 그걸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설정 값이 그렇기 때문에 울 수도 없고 억지로 웃는다.

같은 자리에 맴돌고, 반복되는 죽음을 봐야한다.

인간과 설정값이 달라서 미치는 게 아니라 '정말 싫은' 것 아닐까.


인터넷 방송으로 송출한 것도,

치밀한 마케팅을 짜고 대표를 설득할 준비를 미리 다 해놓은것도

깔끔하게 닫힌 해피엔딩이어서 좋았지만 사실 제일 좋았던 부분은 따로 있다.

바로 진성과 옥지의 상태이상 결과값이다.

상태이상 LOVE를 AI인 옥지가 변수를 선언하고 정의해서 자신과 진성의 상태이상에 대입을 했다.

데이터로 학습한 AI가 자신의 상태를 사랑이라고 정의했다.

데이터에 수 많은 사랑이 있었다는 점,

사랑이 무엇인지, 자신의 상태가 무엇인지,

사랑하는 상대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걸 안다는 점 모두 좋았다.

어떻게 감동이 아닐 수가 있지.



자신이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로봇 벨루가라는 점도,

어쩌면 스파이가 맞다는 것도 말하지 못하는데

있는 그대로를 멋지다고 아껴주는 앵지가 있다.

다른 벨루가들과 다르다며 배척받으려고 하자

그 앞을 막고 당당하게 옹호한다.

멋있다고 말하고 계속해서 좋다고 말해준다.

순수하고 적극적이라고 느껴졌다.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 속에서 기다리고 연구하고 언제 어디서 신호가 끊길지 모르는 곳으로 멀리 보낸다.

결국 놓아주고 외로워질 걸 알지만 괜찮다고 말하는 모습들이 또 다른 사랑의 모습을 보여준다.


수 많은 염려의 말 속에서 로봇 벨루카 벨카는 염려를 읽어내지 못하는 것만 같았는데

인간에서 AI로 그리고 벨루가로 살았던 벨카가

인간과 벨루가 사회 모두에 속해서

다른 사회 구성원과 다르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느꼈다.


어린아이였고 코마 상태에 빠진 인간이었고 AI였고 벨루가였던 벨카는

정체성을 하나로 정하지 않고 모든게 자신이라고 받아들였다.

인간 세상에 속해서 같이 따라가지 못하던 벨카는

기술의 발전으로 멀리까지도 나아가 같이 지낸다.

앵지와 함께 한 찬란한 시간의 끝을 함께 맞이한다.



이 소설이 좋았던 점은 단지 AI가 된 인간이나 돌고래와의 사랑이야기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연구원인 엄마가 벨카에게 어떤 사랑을 했는지 그리고 환경오염에 관한 언급도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는 점이었다.





가장 확고했던 사랑의 대상이 대체된 것도 몰랐단걸 나중에서야 알게 된다면 너무 섬뜩하게 느껴진다.

원효대사 해골물 일화보다 더 철렁 내려앉는 건

언제부터, 무엇을 사랑 한 것인지,

사랑이긴 했는지,

지금 사랑하는 것은 사랑이 맞는지 계속해서 의심하게 된다는 점이다.

저 얘기를 한 엄마를 원망했을 것 같다.

재미있는 장난이라고 생각했을진 몰라도 상호신뢰가 무너지는 말을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하다니.




산 사람을 죽이는 일과 죽은 사람을 살리는 일이 기본적으로 같은 무게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 적이 없던 것 같다.

동일 선상에 올려 본 적이 없었는데 잠시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어느정도 맞는 말 같기도.

많은 선택지를 앗거나 쥐여주거나 결국 거래품목은 선택지니까.







피임약을 먹었단 걸 알고 부부가 매번 지켜오던 저녁 식사를 머리에 부어버리고 손찌검을 했다.

보고 이게 가치관 안맞는 사람과 결혼했는데 상대가 행동이 앞서고 생각이 짧은 사람이면 이렇게 되려나 싶었다.

저녁식사도 주인공이 차렸고, 아이를 가졌을 때 커리어를 가장 망치는것도 주인공이었다.

자신의 직업이 양육을 위한 부수적 수단이라고 느껴도

주인공도 그렇게 생각해야한다는 건 강요고 폭력이다.

네 삶을 포기해서 아이를 길러야한다는 말이랑 뭐가 다른가 싶었다.

남편이 자신에게 있었던 일시적인 문제로 사과를 했던게 억울하다고 느꼈을까?

3년동안 말을 하지 않아서 화를 낸 걸까?

솔직히 이해도 안되고 이해하기도 싫다.

처음엔 피임약을 보고 바람을 의심하기라도 하나 싶었다.

피임약을 먹었다고 이유를 끝까지 듣지도 않고

저런 폭력적인 행동이라니.

자신이 뜻하는 대로 안됐다고 화풀이하는 거랑 뭐가 다른가 싶었다.

나는 사실 굳이 살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렸고,

가해자는 사라지고 피해자만 남은 상황에서 그 일이 없던 것처럼 행동을 했다.

서로 묘한 위태함을 느끼다가 남편의 상사는 주인공에게 와서 추모하는 행동을 해보이고,

주인공 때문에 남편이 이상하더란 말을 하고, 추궁하고 따지듯 말한다. 부정을 의심한다고 느껴지기까지 한다.

남편의 상사는 살려낸 주인공의 선택을

왈가왈부할 입장이 아니라면서

잘도 '대담하면서도 인간적이며 불경하고 폭력적인 선택'이라고 말한다.

기어코 자신이 본 남편의 눈을 말한다.

완벽한 불청객이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자신과 남편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주인공은 결국 남편에게 말하기로 한다.

과거는 없던 일이 되지 않고

보이지 않는 형태로 자신의 거짓말과

남편의 폭력이 집 곳곳에 흩뿌려져 있단 걸 인정했다.

주인공이 말한 속죄는 복제되어 삶을 연명하는 남편이 아닌 죽어버린 남편에게 하는 속죄였을 것이다.

이번엔 서로의 말을 끝까지 들었을까?

자신이 했던 행동을 받아들였을까?

그리고 복제된 남편은 복제되기 전의 자신과 본질적으로 같은 인물이라고 느꼈을까?

많은 궁금증이 일었다.





사랑하는 것들을 훔쳐서 결국 자신 안에 공허함만 가득찬다.

자신에게 없던 것들을 욕심껏 채워간다.

사랑하는 것을 대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면

아낌없이 사랑해주던걸 느낄 수 있었다면

서희도 사랑해주는 사람 한 명 쯤 곁에 둘 수 있었겠지.

보면서 묘하게 생각나던 책이 있다.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인데 자신에게 없는 것을 만들어내고 취하고

사람들 사이에 녹아들어 갔지만

결국 공허함만 남는다는 점에서 계속 생각났다.

그루누이와 서희는 분명 다르다.

서희는 사랑을 쏟던 엄마가 있고,

존중하고 동경해주던 범준이 있었다.

표정이 늘고 시간이 지나며 넓어진 인간관계 속에서

만났을 인연들을 표정을 훔치면서 망가뜨렸다.

생에 전반에 걸쳐 원하던 것의 끝을 보았지만 남은 것은 공허함 뿐이다.

서희가 사랑한 건 아영 그 자체가 아닌

아영의 해방감에서 나오는 환희의 표정이었다.

결국 자신의 욕구만을 채워온 서희는

사람이 아닌 표정 그 자체를 사랑했거나 자신만을 사랑했던게 틀림없다.

감상으로는 무엇을 사랑하는지 무엇을 사랑해야하는지 착각을 하면

결국 지난 사랑에 대한 아쉬움으로 공허함이 남는다는 게 있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라에서

청년간의 소개팅을 주선하는 시대에서의 만남을 다뤘다.

단순 연애 이야기보다는 한류스타의 소개팅으로 인해 일어나는 파급 효과나

평범한 개인에게 일어나는 일들이 주가 되었다.

문제 파악이 안되는 나라에서 왜 출산률이 낮을 수 밖에 없는지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한류스타와의 소개팅이라니 정말 비현실적이라서

가능성 제로의 연애인 줄 알았는데 반전이 있었다.


연애 가능성 제로를 도출해낸 알고리즘이 돌고돌아 연애 가능성을 미지수로 만들었다.

결국 둘은 만났고 둘의 이야기가 끝임없이 이어졌다는 점을 미루어 보아

어떤 결말로 인연이 정의되던 나쁘지 않은 만남일것이다.

새로운 세상에서 다양한 형태의 사랑을 보여줬다.

연애 상대로의 사랑 뿐만 아니라 망한 사랑도,

사랑일지 모르는 사랑도 보여줘서 흥미롭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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