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게 어쩌면 스스로에게 - 이 시대 7인의 49가지 이야기
김용택 외 지음 / 황금시간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누구나 세상을 살아가다보면 가슴이 답답하고 해답을 몰라 허둥댈 때가 있다. 거기서 더 나아가 사막의 모래바람 속을 헤매이거나 불빛 한 점 없는 캄캄한 겨울 들판을 외투도 없이 헤매이는 듯한 기분을 느낄 때도 있다. 그럴 때면 나약한 인간들은 스스로에게 답을 물을 때도 있지만 다른 사람에게 혹은 세상에게 답을 구하고자 한다. 다른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해하고 거기서 등불이 되어줄 무엇인가를 기대한다. 이때 대부분 찾게 되는 책이 바로 에세이나 산문집이다. 책 한 권 속에 한 사람의 심오한 정신이 축적되어 있는 것도 좋지만 빛깔이 다른 일곱사람의 마음과 생각과 시각들을 통해 그들이 들려주고 싶은 내면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것은 큰 즐거움이자 보람된 행위이다.

 

 김용택은 자연과의 동화를 이야기한다. 자연의 위로로 방화을 극복했고 시와 아이들에게서 구원받았다.

 

 이충걸은 개명한 스타일의 남자를 위한 잡지를 만드는 사람답게 신의 존재와 문학 그리고 테크놀로지한 세상을 세련된 시선으로 바라본다.

 

 서민은 가볍고 재미있고 따뜻해서 그가 말하면 기생충도 정다운 이웃같이 느껴졌다.

 

 송호창은 국민들이 공동체의 올바른 힘으로 세상을 아름답고 감동적으로 바꾸는 것이 정치개혁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박찬일은 음식을 먹는다는 것이 내 혀를 즐겁게 하고 위장을 채우는 행위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윤리와 철학을 담고 있다니 갑자기 묵직해지는 느낌이다.

 

 홍세화, 80년대의 이십대를 거쳐간 사람들치고 홍세화 이름 석 자를 입에 올려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그가 외할아버지의 입을 빌어 인간관계의 진리를 가르쳐준다. '설령 경시되는 일이 있더라도 부드러운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라. 또 하나는 네가 너에게 부드럽게 대하는 사람을 경시하지 않도록 하라.'

 

 반이정은 상상과 미술과 글쓰기에 대한 고찰로 내 문화인식의 지평을 넓혀주었다.

 

 이처럼 각자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있는 이들에게 공통점이 있으니 인생에 대한 관조와 여유, 나지막하지만 힘있는 자기 만의 목소리와 행보,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신뢰, 그리고 세상은 살만한 곳이다라고 우리를 다독여준다는 것이다.

 

 나도 오늘 밤 세상에게 어쩌면 스스로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지 차분히 되짚어 볼 일이다. 커피 한 잔이나 술 한 잔 곁들이면 더 잘 풀릴 것 같기도 하다.

 

 가을이 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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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면, 추억하는 것은 모두 슬프다 - 나는 아버지입니다
조옥현 지음 / 생각의창고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꺼져가는 촛불처럼 사위어 간다는 것은 이 세상 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지고가야  하는 슬픈 운명이다. 나 또한 늙어가며 그 끝에는 예정된 죽음이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을 할 때는 비단, 나에게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자연의 순리마저도 별다른 위안이 되지 않는다. 8년전 친정 아버지의 죽음을 겪고 친정 어머니, 시부모 님이 모두 팔 순을 훌쩍 넘기면서부터 나이들어간다는 것과 죽음과 이별은 하나의 화두가 되어 내 머리와 가슴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저자는 나이 구 십의 인간도 희노애락의 감정을 가지고, 따뜻한 피가 돌고 숨을 쉬는 똑 같은 인간임을 이야기 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나이들었다는 것은 이미 그의 일상 곳곳에서 덫이 되어 발목을 붙잡고, 무거운 멍에가 되어 어깨를 짓누른다. 그 덫을 피해갈 자, 이 세상 어디에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은 그 사실을 잊고 산다. 나에게는, 오직 현재만 존재할 듯 노인들을 은연 중에 무시하거나 외면한다. 자신의 미래에 침을 뱉는다.

 

'우리 모두 종착역으로 가고 있다'(P24)

'노인은 고독하고 허전하고 외롭고 슬픈 모든 형용사의 집합체'(P32)

'종이가 탄 재가 하늘을 날아가듯 자연사 하고 싶다'(P52)

 저자는 치매 아내와 함께 살아온 이십여 년 이상의 일상 기록을 통해 나이들어간다는 것이 얼마나 슬프고 힘든지 또 외로운지를 때로는 담담하게 때로는 절절하게 호소한다.

 

 이 책은 나이들어간다는 것은 소외와 동의어임을 이야기 한다. 우리 모두가 갈 길을 먼저 가고 있는 분들이 상처 받으면 아프고 기쁘면 소리내어 웃을 줄 아는 인간임을 이해하고, 내 삶의 테두리 속에 노인들을 포함시키는 것, 따스한 눈길 따뜻한 말 한 마디를 건네는 것, 버스나 지하철에서 자리를 양보하는 것. 그 사소한 행위가 바로 미래의 내 자신에게 건네는 사랑의 악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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