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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면, 추억하는 것은 모두 슬프다 - 나는 아버지입니다
조옥현 지음 / 생각의창고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꺼져가는 촛불처럼 사위어 간다는 것은 이 세상 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지고가야 하는 슬픈 운명이다. 나 또한 늙어가며 그 끝에는 예정된 죽음이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을 할 때는 비단, 나에게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자연의 순리마저도 별다른 위안이 되지 않는다. 8년전 친정 아버지의 죽음을 겪고 친정 어머니, 시부모 님이 모두 팔 순을 훌쩍 넘기면서부터 나이들어간다는 것과 죽음과 이별은 하나의 화두가 되어 내 머리와 가슴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저자는 나이 구 십의 인간도 희노애락의 감정을 가지고, 따뜻한 피가 돌고 숨을 쉬는 똑 같은 인간임을 이야기 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나이들었다는 것은 이미 그의 일상 곳곳에서 덫이 되어 발목을 붙잡고, 무거운 멍에가 되어 어깨를 짓누른다. 그 덫을 피해갈 자, 이 세상 어디에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은 그 사실을 잊고 산다. 나에게는, 오직 현재만 존재할 듯 노인들을 은연 중에 무시하거나 외면한다. 자신의 미래에 침을 뱉는다.
'우리 모두 종착역으로 가고 있다'(P24)
'노인은 고독하고 허전하고 외롭고 슬픈 모든 형용사의 집합체'(P32)
'종이가 탄 재가 하늘을 날아가듯 자연사 하고 싶다'(P52)
저자는 치매 아내와 함께 살아온 이십여 년 이상의 일상 기록을 통해 나이들어간다는 것이 얼마나 슬프고 힘든지 또 외로운지를 때로는 담담하게 때로는 절절하게 호소한다.
이 책은 나이들어간다는 것은 소외와 동의어임을 이야기 한다. 우리 모두가 갈 길을 먼저 가고 있는 분들이 상처 받으면 아프고 기쁘면 소리내어 웃을 줄 아는 인간임을 이해하고, 내 삶의 테두리 속에 노인들을 포함시키는 것, 따스한 눈길 따뜻한 말 한 마디를 건네는 것, 버스나 지하철에서 자리를 양보하는 것. 그 사소한 행위가 바로 미래의 내 자신에게 건네는 사랑의 악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