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슬로우 라이프 - 천천히, 조금씩, 다 같이 행복을 찾는 사람들
나유리.미셸 램블린 지음 / 미래의창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인간은 누구나 자기만의 '이상향'을 가슴 깊숙히 품고 산다. 그곳이 실존하지 않고 마음으로 짓고 허무는 신기루이든 언젠가는 살고싶은 지도상의 한 점이든, 어깨 위 삶의 무게가 고달프고 무겁게 느껴질 때마다 우리는 이상향을 떠올리며 잠깐의 안도와 휴식을 맛본다.

 

 어린시절엔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가 사는 스위스가, 청춘 시절엔 예술가들의 도시 프랑스 파리가, 불혹의 나이엔 쏟아지는 별을 볼 수 있는 사하라 사막이 이상향이었다.

 

 그리고 작년부터 나의 이상향은 핀란드로 고정되어 버렸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를 읽고나서이다. 소설 속 주인공이 과거의 매듭을 풀기위해 옛친구를 찾아간 곳 핀란드. 끝없이 눈이 내리는 삼나무 숲에 둘러싸인 호수가 있고, 물결이 뱃전에 찰랑대는 소리를 들으며 벽난로가 있는 거실에 앉아 있노라면, 순간이 영원같고 영원히 순간일 것 같은 느낌. 그곳에 앉아 지나온 생을 다 내려놓고 담담하게 삶의 비의를 깨달을 수도 있으리라는 동경.

 

 이처럼 추상적인 감각으로만 다가왔던 핀란드가 지구 반대편에 엄연히 존재하는 나라, 그것도 인간 삶의 본질이자 최고의 목표인 행복지수가 늘 상위를 차지하는 복지국가 핀란드로 구체적인 면모를 여실히 드러내 주었다.

 

 한국인 아내와 스위스 태생이며 다국적자인 남편이 함께 들려주는 핀란드 사람의 행복공식. 각기 다른 문화환경에서 태어나고 성장한 두 사람이기에 누구보다 열린 마음과 다채로운 프리즘을 통해, 객관적이고 다양하게 핀란드 사람들의 삶을 공유하고 공감하고 분석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들이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에서 살았던 7여 년 간의 체험을 통해 얻어낸 핀란드의 행복공식은 바로 '슬로우 라이프'였다.

 

 지구상의 최북단에 위치한 도시 헬싱키. 매서운 추위와 높은 물가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삶에서 가치와 행복을 추구하는 핀란드 사람들. 그들의 삶을 공예·디자인과 철학을 전공한 부부의 시선과 직접 경험한 에피소드를 통해 녹여낸 책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선정한 국가별 웰빙 비교 기준이 되는 '주거, 소득, 일자리, 공동생활, 교육환경, 행정, 건강, 삶에 대한 만족, 치안, 일과 삶의 균형'등의 요소를 키워드로 핀란드 사람들의 실제 삶의 모습을 생동감 넘치는 사진들과 함께 펼쳐보인 실용적인 책.

 

 뜬구름 잡기 식의 지루한 이론서도 아니며 핀란드의 국가정책을 연구한 보고서도 아니다. 평범한 헬싱키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을 통해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흥미롭고 실감나게 보여준다.

 

 일 년에 네 번 열리는 레스토랑 데이를 통해 '누구나 어디에서든지' 일일 요리사가 되어 음식으로 서로 소통하는 행복을 맛본다.

자연 속의 도시 헬싱키에는 농업을 통해 자연과 교감하고 생산자와 소비자의 역할을 겸함으로써 즐거움과 행복감을 얻는 것은 물론이고 좀 더 의식적인 행동을 할 수 있게 되는 도시농부들이 넘쳐난다.

핀란드 역시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나라로서 대두된 여러 가지 문제들을 로뿌끼리(마지막 질주)라는 노인 공동체를 통해 성공적으로 해결했다. 이곳에서 노인들은 다양한 활동을 통해 새로운 삶의 활력을 찾고 소중한 우정을 키워나간다.

교육강국 핀란드, 매년 국제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최고의 성적을 기록하기에 핀란드식 교육방법은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경쟁에서 답을 찾지 않는다는 것이다. 무한의 재량권을 가진 교사들이 학생의 눈높이에 맞추어 한 명 한 명을 개별적으로 존중하면서도 협동적인 사고를 키워주려고 애쓴다. '나만 잘하면, 내 자식만 잘하면'되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함께 가자, 그러면 더 행복하다'라고 말한다.

 

 이 외에도 핀란드 사람들의 주거, 소비형태, 문화창조, 동물복지, 식생활, 육아, 양성평등, 핀란드 디자인, 창업 드림, 이방인의 삶에 이르기까지, 타인과 비교하지 않고 자신만의 속도로 자신의 삶을 통제하며 자신만의 행복을 추구하는 핀란드 사람들의 아름다운 삶의 면모를 소개하고 있다.

 

 한 인간의 삶의 질은 그 사람의 의식수준을 넘어설 수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물질이 곧 행복'이라는 의식을 주로 갖고 있기에, 원하는 만큼의 물질을 가질 때까지 앞만 보고 빠르게 달려간다. 그 목표가 달성되면 더 많은 물질이 기다리고 있다. 그것을 움켜잡을 때까지 오늘의 행복은 훗날로 유보된다. 여기에 비해 핀란드 사람들은 심리적 만족감을 행복의 중요 조건으로 여긴다. 자신의 삶에 대해 여유를 가지고 소소한 일상에서 가치를 발견하며, 자신만의 삶의 템포로 만족감을 느끼는 나라. 상식이 통하며 정의롭고 양심이 살아 있으며 기본예의가 있는 나라. 그래서 저자는 한마디로 핀란드의 매력을 이렇게 정의한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나라'

 

 사람이 사람을 존중하거나 포용할 줄 모르고 오로지 자신이나 가족만 잘 살면 되는 무한 이기주의, 천박한 황금만능주의에 눈 멀어 영혼이 가난한 사람들, 공중도덕이나 기본예의가 땅에 떨어진지는 오래이며 비양심적이고 부정부패한 정치인들이 판을 치는 나라. 이것들이 바로 오늘을 사는 우리의 자화상은 아닌지 되짚어 보자.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저 앞만 바라보고 내달리며 흘려보내는 오늘이란 날은 두 번 다시 주어지지 않는다

 

 바로 현재의 소소한 삶 속에서 행복해질 수 있도록 노력해 보자

 

 나도, 우리도, 자기만의 숨겨진 행복공식이 있다

 

 이 책이, 그 공식을 찾아가는 북극성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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