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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제주
서미정.이신아.한민경 지음 / 루비콘 / 2014년 1월
평점 :
절판
' 제주 ' 소리내어 부르면 푸르른 파도소리가 들린다.
' 제주 ' 속으로 되뇌이면 돌하르방의 전설이 떠오른다.
' 제주 ' 눈으로 그리면 노오란 유채꽃 밭이 일렁거린다.
' 제주 ' 마음으로 그리면 들판을 건너가는 바람의 날개가 된다.
제주도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대부분 가슴에 품고사는 최고의 안식처이며 이상향이다. 단순히 이국적인 정취의 관광지의 의미를 넘어서서, 그곳에 가면 일상을 벗어난 특별한 하루가 펼쳐질 것 같고 , 매일매일 상처가 덧나는 가슴도 치유될 것 같고, 돌담 모퉁이를 돌거나 바닷가를 혼자 거닐다 보면 나를 닮은 반쪽을 만날 것 같은 , 환상의 섬 제주.
그래서 사람들은 휴가지로 제주를 선택하고 은퇴 후 제주에서의 삶을 꿈꾼다. 그러던 제주가 근래 들어 삶의 터전으로 관심이 집중되고, 비교적 젊은 층 사이에서도 제주에서의 삶을 꿈꾸고 실현시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 책은 그런 제주앓이 열풍에 맞춰 출간이 되었다. 봄이라는 계절에 너무나 잘 어울리는 유채꽃밭을 연상시키는 노란 빛깔의 표지는 한눈에 시선을 잡아 끈다. 앞 표지 가운데의 푸른 하늘을 나는 비행기 날개 사진을 보노라면 우리는 이미 제주도로 날아가고 있는 탑승객이 된다.
그 무엇보다도 책에 대한 흥미를 불러 일으킨 것은 집필자 세 사람의 각기 다른 제주에 대한 시선이었다. 세 사람 그것도 세 여자가 제주여행자, 제주생활자, 제주이민자의 시선으로 본 제주에세이라니 세 가지 각도에서 바라보는 제주의 깊은 속살을 볼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으로 책을 읽었다.
서울에서 광고기획자로 숨가쁜 생활을 하고 살지만 도시생활을 사랑하는 여행자 여자. 그녀에게 제주는 주말을 보내는 완벽한 쉼터이다. 자전거도 타고 걷기도 하면서 제주의 풍경을 카메라와 가슴에 담는다.
미래를 계획하기 위해 제주도 올레길을 걷다가 제주에 반해 제주살이를 결정하고 게스트하우스 스태프 생활을 하며 2년 째 제주에서 살고 있는 생활자 여자. 그녀에게 제주는 앞으로 살아가야 할 자리를 가늠해 보는 완충지대이다. 매일을 바쁘게 일하고 게스트하우스 청소일에 회의를 느끼기도 하지만 막상 제주를 떠나면 제주를 그리워하고 제주로 돌아온다.
광고 외길을 걷다가 접은 후 제 2의 삶의 터전으로 제주를 선택해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이민자 여자. 그녀에게 제주는 로망이나 환상이 아니라 밥벌이를 위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현실의 공간이다. 아직도 완전한 제주 사람이 되지 못했지만 오히려 그 자유로운 이방인의 삶을 사랑한다.
이 세 여자의 머리와 눈과 가슴에 담긴 제주를 다채로운 사진들과 함께 단상으로 엮어 놓았다. 읽고 있노라면 마음이 맑아지고 편안해진다. 마치 제주 성산포에서 봄이 오는 바다를 바라보며 바람내음을 맡는 기분이 든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기대했던 여행자, 생활자, 이민자의 위치에서 바라보고 체험한 심도 있는 이야기는 아니다. 무엇보다 세 사람의 글에서 분명한 입자의 차이를 느낄 수 없어 안타까웠다. 적당히 감성을 곁들인 제주스케치 같은 책이다.
하지만 그래도 좋다.
한라산에서 일어나 해안도로를 휘감고 도는 바람 한 줄기를 데려다
찻잔 속에 풀어 놓고 가만히 마셔보자.
어느덧 그리움이란 이름으로 목젖을 타고 흘러 가슴속에 진하게 스며든다.
아름답디 아름다운 섬 제주의 향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