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 - 마음속 108마리 코끼리 이야기
아잔 브라흐마 지음, 류시화 옮김 / 연금술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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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슴에 피가 흐른다 태양마저 두려워 숨어버린 하늘, 뿌리채 뽑혀 나뒹구는 나무들, 금이 가고 부서진 건물들의 잔해, 진흙탕 위에 무수히 어지럽게 깊게 패인 큰 발자국들. 그 위로 어둠이 비처럼 내리는데 왼종일 미친 듯 날뛰던 술 취한 코끼리는 아직도 모자라는지 내 마음속 거리 한 모퉁이에서 여전히 좌충우돌하며 암울한 울음을 운다.

 

 예전에는 나이가 들면 인생의 내면을 궤뚫는 혜안이 저절로 생기는 줄 알았다. 인생의 의미와 목적을 이해하고 나에게 닥쳐오는 일들과 다가오는 사람들을 포용하고 어루만질 수 있는 부드럽고 따스하고 고요한 마음결을 지니게 되는 줄 알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우리는 해가 거듭될수록 고집과 편견, 오만과 탐욕의 열매를 주렁주렁 매달고 그 무게가 무거워 등이 휘면서도 억지로 버티는 어리석은 나무가 되고 있다. 누구나 자신의 마음의 집의 크기에 따라 코끼리를 키운다. 크기만 다를 뿐 코끼리가 없는 사람은 없다. 아침에 눈을 뜨면 코끼리도 따라 일어나고 잠자리에 들면 코끼리도 그제야 바닥에 몸을 부려 눕는다. 어떤 날은 잠결과 꿈길마저도 사정 없이 짓밟는다. 우리의 마음속에 욕망과 두려움과 분노와 고통의 몸집을 가진 코끼리가 주인으로 살고 있는 한 마음의 평화는 없다.

 

 생명의 탄생은 곧 죽음의 선고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삶이 영원히 지속 될 것 같은 즐거운 망상에 빠져 살며 매 순간 욕망의 노예가 되어 크고 작은 고통속에서 허우적거린다. 이책은 삶의 고통의 원인이 되는 108가지 부정적인 생각을 걷어내고 진정한 행복으로 가는 길을 안내하는 이정표이다.

 

 저자 아잔 브라흐마는 놀랍게도 영국인이며 케임브리지 대학을 졸업하고 교사생활을 하다 태국으로 건너와 위대한 스승 아잔 차의 가장 뛰어난 제자가 되었다. 그가 스승과의 일화, 자신의 경험담, 이야기, 농담, 법문등 108가지를 모아 삶의 의미를 깨닫지 못하는 우리들의 몸, 마음, 영혼을 위한 안내서를 펴낸 것이다.

 

 코끼리는 마음의 상징으로서 코끼리에 끌려 다니지 말고 자신이 그 코끼리의 주인이 되라고 한다.

 '진정한 만족은 원하는 것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마음으로 부터 해방되는 것이다. 욕망의 자유가 아니라 욕망으로 부터의 자유이다.'

 '진정으로 내려 놓는다면 모든 문제는 사라진다. 그때 당신은 이미 코끼리 등위에 올라 앉아 있다. 이것은 깨달음의 아름다운 순간이다.'

 

 처음에는 난해한 불교 사상이 담긴 불교 서적이 아닐까 싶어 걱정되는 마음으로 읽었는데, 읽는 내내 미소를 떠올렸다. 꼭 어린 시절 외할머니가 해주시던 옛날 이야기를 듣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솜씨 좋은 스토리텔러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다보면 적어도 술 취한 코끼리에게 끌려다니지 말고 코끼리를 길들이고 마지막엔 그 코끼리마저 놓아버려야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다는 가르침이 이해는 되니 다행이다.

 

 하지만 이해했다고 모든 것이 저절로 이루어지지는 않는 법. 혹시라도 술 취한 코끼리를 길들여야겠다는 욕망이 내 마음에 고통의 돌 하나를 더 얹는 건 아닌지 염려도 된다. 그러나 고통은 거부하지 않고 통제하려는 마음마저 내려 놓을 때 고통은 완전히 사라진다고 말한다.

 

 '내려 놓으라'

 '고통이여, 네가 나에게 무슨 짓을 하든 내마음의 문은 너에게 열려있다. 안으로 들어오라.'

매일 조금씩이라도 마음을 놓아버리려는 시도, 비록 찰나일지라도 완전한 평화와 자유를 느껴보자.  내 마음의 코끼리가 점점 순해질 것이다.

 

 물론 코끼리와의 이별이 쉽진 않을 것이다. 

 내가 이끄는데로 따라만 와 주어도 좋은 주인이 될 수 있다.

 

 오늘은 코끼리가 햇살을 쬐며 초원을 기분 좋게 산책한다.

 

 등 위에 올라 앉은 나도 평화롭고 고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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