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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 테레사, 넘치는 사랑 - 가난을 고발하려 인도로 떠난 사진가, 마더의 사랑에 물들다
오키 모리히로 지음, 정호승 엮음, 정창현 옮김 / 해냄 / 2013년 12월
평점 :
품절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정호승 - 내가 사랑하는 사람 중에서
일찍이 그늘없는 자와 또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자는 사랑하지 않노라고, 그늘이 있기에 햇빛도 눈부시고 세상도 아름답다고 시인은 노래했다. 그런 시인의 손에 한 권의 책이 운명처럼 왔다.
가난의 그늘 속에 살아가는 빈민가 사람들의 비참한 모습을 사진 속에 담아 온 일본작가 오키 모리히로의 책이었다. 가난한 사람들 특히 인도의 빈민층에 관심이 많았던 오키 모리히로는 1970년 대 그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알리고자 인도 콜카타로 떠났다가 그곳에서 마더 테레사와 동료 수녀들의 봉사하는 모습에 큰 감동을 받았다.
그 후 20여년 동안 마더 테레사의 행적을 밀착 취재하며 그 감동의 체험을 사진과 글로 빚어낸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일본어로 된 원서를 접하게 된 정호승 시인이 팔순의 연로하신 아버지께 번역을 부탁드려 어렵게 우리에게도 올 수 있었던 귀중한 책이다.
이 책은 절대 서평의 기준을 적용시킬 수 있는 책이 아니다. 내용의 재미나 유용성, 문학적 완성도, 사유의 깊이, 편집이나 제본의 수준 등이 다 뭐란 말인가. 그저 조용히 마음으로 침묵하며 무릎꿇고 기도 드리는 마음으로 한 장 한 장 경건하게 가슴으로 읽을 뿐이다.
마더 테레사는 누구나 알고있는 유명인이면서 또 제대로 알고있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생 동안 봉사를 실천한 훌륭한 수녀 님 정도로 알고 있었는 데 이 책을 통해 진정 그 분의 고귀한 사랑과 헌신적인 실천에 대해서 깊이 느끼고 배울 수 있었다.
1950년 인도 콜카타에 사랑의 선교 수녀회를 설립한 이후 45년 간 오로지 가난한 자, 병으로 고통받는 자, 그리고 불쌍한 고아들과 임종을 앞둔 이들을 위해 봉사하는 삶을 살았다.
마더 테레사의 최고의 미덕은 햇빛이 비치는 밝은 곳에서 그늘진 곳의 가난한 자들을 도운 것이 아니라, 직접 그늘 속으로 들어가 몸소 가난한 자가 되었다는 것이다. 정호승 시인의 시 구절처럼
한 그루의 그늘이 된 것이다.
우리는 누구든 머리와 가슴으로는 사랑과 봉사를 이해하고 소망한다. 그러나 구체적 실천없는 사랑은 껍질뿐인 관념에 지나지 않음을 가르쳐 준다. 가장 작은 실천이야 말로 가장 큰 사랑임을 몸소 보여준 것이다.
'돈에 의존하거나 돈 때문에 노심초사하는 사람은 진정 가난한 사람이며 다른 사람을 섬기는 데 돈을 쓰는 사람은 진정 부자'라는 말씀으로, 이기심과 탐욕에 물들어 인간성을 상실하고 더럽고 추악한 존재로 추락한, 우리들을 아름답고 품위있는 인간의 길로 이끌어준다.
마더 테레사의 주름진 얼굴과 거친 손마디와 구부정한 허리가 바로 그늘진 자들의 눈물과 배고픔과 외로움을 어루만진 살아있는 증표이며 고귀한 훈장임을 깨닫는다.
'사랑은 고결하고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허리를 굽히고 상처와 눈물을 닦아주는 것입니다'
밤하늘 어디선가 그 분의 나지막이 속삭이는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차가운 지구의 온도가 따뜻해지는 순간
우리는 모두 위안과 사랑을 얻는다
마더 테레사의 큰 사랑은 언제나 살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