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심야특급
조재민 지음 / 이서원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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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목시계를 오른 손에 찬다. 중학교 입학 선물로 아버지가 시계점에 데려가서 고르라고 하자, 그 당시로는 흔치 않았던 사각형의 전자시계를 골라 오른 손목에 찼다. 왼 손잡이가  아닌데 왜 시계를 오른 쪽에 차냐고 했지만 조용히 고집 있던 아이는 끝까지 그것을 고수하였다. 이유는 단 하나, 남들은 둥근 시계를 왼 쪽에 차니까였다.

 

 막 사춘기로 접어 든 치기어린 자아가 자신만의 특별함을 표현하고 싶은 욕구이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사각의 시계를 오른 쪽에 차는 행위는 기성세대가 정해 놓은 질서에 대한 무언의 도전이자 궤도로 부터의 일탈이었다.

 

 누구든 일탈을 꿈꾼다고 생각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자리와 역할이 아무리 마음에 들고 만족스럽다 해도  인간은 낯설고 새로운 무언가를 태생적으로 그리워 하는 존재이다. 하지만 그 욕망을 실천하기는 힘들다. 감히 쉽게 해 볼 수 없기에 일탈은 더더욱 독을 품은 사과처럼 매혹적인게 아니겠는가. 그런데 여기 무모하리만치 독사과를 크게 한 입 덥썩 베어 문 사람이 있다. 그 독사과의 맛과 치명적인 독의 농도가 궁금하여 이 책을 읽었다.

 

 대대장의 당번병으로 보낸 2년의 군 생활이 끝나고 전역을 하자마자 그 동안 자신을 가둬 온 울타리를 벗어나 아메리카 대륙으로 향한다. 대강대강 배운 운전실력으로 캘리포니아의 고속도로를 질주하다 결국 사고를 낸다. 그런데 행운인지 불행인지 상대방이 음주운전이었던 연유로 받게 된 보상금으로 과연 무엇을 했을까?

 

 놀랍게도 그가 택한 것은 라틴아메리카로의 여행이었다. 콜롬비아를 시작으로 에콰도르 페루 볼리비아 칠레 아르헨티나를 거쳐 쿠바로 가는 남미여행은 한 마디로 충격적인 일탈의 연속이었다. 질서보다는 혼돈 속을, 밝음보다는 어둠 속을 헤매이며 온 몸으로 남미의 밤을 껴안는다. 라틴 아메리카의 밤 속을 헤맨다.

 

 심야특급 이용수칙 즉 따지지 말 것, 누군가 따라오라고 하면 따라 갈 것, 재워 준다고 하면 가서 잘 것, 빤한 수가 보여도 속아 줄 것, 악마와 타협 할 것, 경찰서는 생 깔 것, 그리고 눈부신 세뇨리따들과 놀아 날 것. 이 수칙만 봐도 그의 여행이 상식적인 궤도를 벗어 났다는 것만은 쉽게 짐작이 될 것이다. 자신이 강도를 당하기도 하지만 또 현지인의 돈을 훔치기도 한다. 마약에 빠진 청년들과 밤을 지새기도 한다. 부패한 경찰을 만나기도 하고 자신이 직접 삐끼생활을 하고 길거리 여자를 만난다.

 

 그의 여행행로는 일상적이고 정상적인 궤도를 이탈한 것이다. 무모하리만치  펄펄 끓는 젊음이 올라 탄 아메리카 심야특급은 끝모를 어둠 속으로 무한 질주한다. 하지만 직접 체험했기에 사실적이고 솔직하며 생생한 날 것이다. 자신의 악함과 비겁하고 나약한 인간의 본성을 숨기거나 부정하지 않고 그대로 인정한다. 오히려 어둠 속에서 눈물과 용서와 사랑을 배운다. 그래서 그의 일탈은 눈부시다.

 

 방황을 끝내고 다시 돌아 온 자리

 성큼 자라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 할 때

 지나간 시간들은 기꺼이 추억이란 이름에 몸을 맡긴다.

 

 젊음이여 , 태양이 쏟아지는 낮의 얼굴만 보지 말고 심야 특급에도 승차해 보시기를 -

 

 삶의 풍미를 더 해 줄 각양각색의 풍경이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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