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발랄 맛있는 남미 - 상
이애리 지음 / 이서원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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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또다른 나를 발견하는 축복의 순간이다. 낯선 곳의 풍경과 문물을 새로운 눈으로 보고 경험하는 여행은 사실 내면 속에 잠재 되어있는, 다양한 자신의 모습을 끄집어내고 확인하는 길에 다름 아닌 것이다.

 

 누구는 여행지의 자연 풍경에 매혹되고 또 누구는 역사 유적에 마음을 빼앗기며, 누구는 그곳의 사람들에게 동화된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여행기로 펴내게 되는데 여행자의 개성에 따라 각양각색의 여행기가 쏟아져 나온다. 교통편이나 숙박, 음식점 등의 실질적인 정보 위주의 책, 문화나 역사 유적지를 소개한 책, 감성적이거나 사유를 담은 에세이 형식의 책. 그러나 이 책은 어디에도 해당이 되지 않는다. 여행 루트에 따른 자세한 교통 편이나 숙박지 소개도 없으며 심지어 남미하면 무조건 떠올리게 되는 페루의 마추픽추 같은 유명 유적지를 관광할 때도 유적지에 관련된 이야기는 없다. 오직 '사람'이 있을 뿐이다.

 

 다가오는 불분명한 미래가 두려워 대학을 휴학하고 날아간 남미에서 만나고 부대낀 사람들, 첫 번째 여행지인 콤롬비아에서는 초보 여행자답게 이방인들에 대한 두려움만 안고 여행의 첫 발을 내딛는다. 그리고 깨닫는다. 내 안의 두려움에 나를 가두었다는 것을. 그것을 깨고나니 전에 볼 수 없었던 사람들의 진심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숙박업소에서 청소 일을 하며 살아가는 아주머니의 평범하고 소소한 하루에서 라돌체비타(근심 걱정없는 달콤한 인생)를 배운다.

 

 두 번째 여행지인 에콰도르 살라사카 마을에서는 3개월 간 자원봉사 교사로서 일한다. 열악한 환경에서 너무나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점점 정 많고 소박한 그곳 원주민들과 비록 깊은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마음을 나누게 된다. 졸지에 태권도 사범이 되어 우리나라를 알리기 위해 학생들에게 발차기를 가르치는 모습은 코끝 찡한 웃음을 주었다.

 

 세 번째 여행지인 페루의 마추픽추 관광에서도 저자에게 중요한 건 마추픽추의 전경이 아니라 투어를 계약한 현지 여행사에 대한 믿음, 여행 길에 만난 동행이 어려움에 빠졌을 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것 등 역시 사람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제목에서 말하듯 엉뚱하고 발랄하고 맛있다. 흔히 볼 수 있는 여행기가 아니어서 엉뚱하고, 좌절하지 않고 온 몸으로 부딪히며 겪어내니 발랄하고, 남미의 음식들이 입맛을 돋구니 맛있다.

 

 여행은 그곳의 삶의 방식을 배우는 것이라고 한다. 섣부른 편견으로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지 않고 직접 그 속으로 들어가 만지고 냄새 맡고 온 몸으로 경험해 보는 삶의 체험형 여행.

 

 그 속에서 얻어낸 사람과 삶에 대한 통찰이 어여쁘다. 우물 안에 있을 땐 보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우물 밖에 나와서 알게 된다. 우물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사다리가 바로 여행이다. 자기에게 알맞은 사다리를 타고 우물 밖으로 나가 보자.

 

 그곳엔 더 넓은 하늘과 향기로운 바람 그리고 땀냄새 나는 삶의 풍경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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