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사구시 한국경제 - 통념을 허무는 10가지 진단과 해법
강신욱 외 지음, 원승연 엮음, 이건범 기획 / 생각의힘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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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사구시의 정신, 조선 중기 공리공론만을 일삼는 성리학을 배격하고 관념적인 세계에서 벗어나 현실 속의 민생문제와 사회문제를 참다운 이상과 방법으로 해결하여 다 같이 행복한 생활을 하자는 한국 실학의 이상이었다. 즉 실용적인 관점에서 사회를 개혁하자는 주장이다.

 

 조선시대에는 이론에 치우친 성리학이 사회개혁과 발전의 걸림돌이었다면 오늘 날 우리에게는 이념이라는 장애물이 있다. 본래 이념이란 인간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자신의 사유와 실천을 결정지어주는 이상적인 견해로 삶을 지탱해주는 중요한 골조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우리의 역사를 되돌이켜보건데 굴곡진 모퉁이마다 이념이라는 검은 괴물이 시커먼 아가리를 벌리고 우리의 삶을 집어삼켜 왔다. 조선 시대의 당쟁과 사화, 현대사의 사회주의와 민주주의, 보수와 진보에 이르기까지 삶의 시너지가 되어주어야할 이념이 언제나 우리를 벼랑끝으로 내모는 얼굴없는 무서운 괴물이었던 것이다.

 

 현재 한국사회 역시 보수와 진보라는 이분법적인 이념의 논리에 갖혀 모든 현실적 문제들을 재단하려고 하는 잘못된 지적 사회적 풍토가 만연되어 있다. 그동안 한국사회는 매우 빠른 발전과 변화로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사회로 변모하였는데 아직도 1980년 대의 보수와 진보의 시각으로 오늘 날의 한국사회를 진단하는 것이야 말로 크나큰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의 저자들은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이념의 한정된 틀에서 빠져나와 현재 우리의 현실을 이해하는 키워드로 바로 '실사구시의 정신'을 제안하고 있다. 1980년 대에 젊은 시절을 보냈고 경제학을 공부한 공통점을 가진 10명의 저자들이 각자의 길에서 일가를 이룬 후 다시 만나 5년 동안 매월 토론회를 개최하면 한국사회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 해결방안을 제시한 작업의 성과를 담아낸 책이다.

 

 평소 경제와 정치에 문외한이기에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책을 펴들었다. 그런데 너무나 다행스럽고 고맙게도 10명의 저자들은 친절하고 쉬운 글쓰기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무엇이 문제인지 문제의 원인은 무엇인지 또 대안은 문제인지를 세세히 짚어준다.

 

 이 책은 크게 세 개의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첫 세 글은 중국과 북한 등 한국경제를 둘러 싼 국제환경과 글로벌 사회에서 한국사회가 처한 위치를 다루었다.

두번 째 세 글은 현재 우리 사회의 가장 큰 화두가 되고있는 소득분배와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논의했다.

마지막 네 글은 우리의 생활과 가장 밀접한 교육, 부동산, 정부의 재정지출과 정책, 에너지 문제를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하였다.

 

 추상적인 이론서가 아니고 우리의 현실을 구체적으로 진단하고 개혁하는 실재적인 방안을 제시하는 내용이기에 '실사구시 정신'에 걸맞은 책이라는 생각을 했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일상에 치어 사회문제에 무관심하거나 적잖은 관심이 있더라도 올바른 지표가 부족하여 부화뇌동하곤 한다. 더욱이 요즘처럼 쓰레기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는 옥석을 가려내기가 힘들다. 제대로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판단력, 표면에 머무르지 않고 그 너머까지 바라볼 수 있는 통찰력, 그 힘을 기르고 현실에 적용시켜 다 함께 잘 사는 정의로운 사회로 역사의 바퀴를 밀고 나가는 것. 이것이 바로 한국사회의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노력해야 하는 기본의무가 아닐까.

 

새삼 실사구시의 길을 먼저 걸어간 조선시대 실학자들의 지혜로움을 떠올려 보게되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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