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희의 영감 - 포토그래퍼 조선희 사진 에세이
조선희 지음 / 민음인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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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릿속에 별똥별이 떨어져 내린다. 가슴 속에 뇌우가 쏟아진다.

영감이 찾아올 때의 기분이 이런 것일까? 창조적인 작업을 하는 데 있어서 도화선이 되어주는 영감은 특히 예술가들에 있어서는 없어서는 안 될 생명수와도 같은 것이다. 노력하는 안 되는 일이 없다지만 예술가의 태생적인 천재성과 비범함의 기준은 바로 영감이라고 생각했다.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가 명곡이 되고, 스쳐지나간 이름모를 여인의 눈동자가 시가 되고, 지하철 속에서 느낀 삶의 애환이 소설이 되고, 흔들리는 촛불은 캔버스 위에서 생명의 빛으로 다시 태어난다.

 

 비록 미천한 글솜씨지만 서평을 쓰기 시작하면서부터 영감의 존재와 중요성을 절실히 느껴왔다. 책을 읽은 후의 영감은 책이 아니라 다른 시간과 공간 속에서 느닷없이 찾아왔다. 욕실에서 거울을 마주하고 칫솔질을 하는 순간, 새벽녘 문득 깨어 어슴푸레한 의식 속에서 꿈과 현실의 경계가 분명하지 않은 순간, 가스레인지 앞에 서서 주전자에 찻물을 끓이는 순간, 영감은 불꽃처럼 폭죽처럼 소낙비처럼 다가와 전신을 훑고 지나간다. 그렇다면 사진작가는 어디에서 순간적인 영감을 얻으며 영감은 또 어떻게 작품 속에 스며들어 표현되는 것일까.

 

 본인이 이미 스타인 사진작가 조선희가 나이가 들어도 영감이 가득한 청춘처럼 살 수 있는 방법을 자신의 사진 작품들과 함께 책으로 펴냈다. 사진가로만 알고 있던 그녀가 펴낸 무려 네번 째의 책이라니 그녀의 창조적 열정은 분야를 가리지 않는 모양이다.

 

 chap.01 시각이 가져다 주는 영감

 chap.02 여행의 낯섦이 불러일으키는 영감

 chap.03 영감을 위한 도전인 행동

 chap.04 사람과의 관계가 주는 영감

 chap.05 나는 지극히 개인적인 영감상자

 chap.06 새벽 그리고 시간으로부터 얻는 영감

 chap.07 배우고 가르치며 느끼는 영감

 

 총 7개의 chap을 통하여 영감의 의미와 자신이 영감을 얻는 근원들을 소개했다. 특히 영감이 특별한 것에서만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의 일상적인 것들에게 자신의 마음을 열어놓을 때 영감은 불쑥불쑥 찾아오는 것이며, 영감은 쓰면 쓸수록 유연해져 더욱 빠르게 끌어낼 수 있다는 부분이 가슴에 와 닿았다.

 

 때로는 백마디 말이나 글보다 한 장의 사진이 크고 깊은 울림을 전할 수도 있다. 조선희의 영감이 빚어낸 사진작품들이 그녀의 또 다른 렌즈인 책을 통해서 우리에게 또 다른 영감을 선물한다.

 

 우리가 마음을 열고 그녀의 작품들로부터 신선한 영감을 얻기를 바라는 것, 그것이야 말로 조선희가 이 책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이리라는 생각이 든다.

 

 에리조나 사막의 선인장

 백내장 수술을 받고 안대를 한 어머니

 시가의 연기를 내뿜는 배우 이정재의 눈빛에서 지금도 새로운 생각이 눈을 뜬다

 그 생각에게 '영감'이라는 이름을 붙여주는 밤

 

 당신은 지금 어느 별에서 서성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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