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 삶의 의미를 찾아 떠난 300일의 마음수업
이창재 지음 / 북라이프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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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은 지금 어느 길 위에 서 있는가.

 

 그 지점이 어디일지라도 지나 온 길은 기억 속에서 아름답고 다가올 길은 상상 속에서 아름답다. 하지만 바로 현재 두 발을 딛고 있는 그 곳은 고해이기 십상이다. 누구는 질병과 죽음의 공포 때문에 고통스럽고 누구는 사랑하는 이와의 이별 때문에 처연하다. 그래서 누구나 '산다는 게 뭔지' '왜 사는가'라는 질문을 자신에게 되뇌어 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상의 테두리 속에 갇혀 답을 구하러 선뜻 걸음을 내딛기가 힘들다.

 

 인생의 의미에 대해 한창 치열하게 고민하던 이십 대에는 여러 갈래의 구도의 길을 모색해 보았다. 철학적 사유로 삶의 근원을 탐색해 들어가는 길, 문학을 통하여 삶의 희노애락에 천착하는 길, 공장이나 저잣거리에서 현실적인 삶에 온 몸을 부딪히는 길, 그리고 종교의 품에 안겨 영성을 닦는 길. 하지만 그 중 어느 길 하나 제대로 걸어보질 못하고 보통의 사람들이 가는 길을 뚜벅뚜벅 걸어왔다.

 

 여기 세속의 인연과 먼지를 다 털어내고 오직 참 나를 찾아서 순수한 구도자의 길을 가는 용기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 바로 침묵의 공간, 비구니들의 수행 도량인 백흥암에서 지혜를 구하고자 하는 스님들의 가슴 속 이야기가 담겨있는 책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이 네 번 바뀌던 삼백 일 즉 일 년여 기간 동안 비구니 스님들의 구도기를 영상으로 옮겨담아, 오 만 관객이라는 성적표와 다수의 영화제 진출과 수상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았던 다큐멘터리 <길 위에서>. 이 영화에서 미처 다 공개하지 못했던 속 깊은 이야기를 담았다.

 

 우리는 흔히 비구니들을 떠올리면 '무슨 사연이 있어서 스님이 되었을까'하고 사연 타령을 하곤 한다. 한 남자의 사랑을 받고 가정을 이루어 알토란 같은 자식들을 낳아야 할 여성이 질긴 속세와의 연을 끊고 산사로 들어간 데는 피치못할 숨겨진 사연이 있으리라는 통속적인 짐작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런 선입견이 잘못되었음을 깨우쳐 준다. 대부분의 비구니들이 존재의 중심과 인생의 고갱이를 찾아 침묵의 여백이 충만한 구도자의 길을 걸어간다. 오로지 수행에만 뜻을 두고 작지만 예쁜 사찰 백흥암에서 자연과 불법과 벗하며 깨달음의 자리를 찾아가는 모습이 사진과 함께 오롯이 담겨있다.

 

 처음 출가하여 삭발하는 과정- 속세에서의 분별심을 내려놓는 수행의 첫 걸음.

 공양을 담당하는 후원 식구들의 일과- 밥하는 것도 다 수행이다.

 승가 시험장면- 스님도 시험은 긴장된다.

 삼보일배와 삼천배- 행자들의 의지를 몸으로 증명하는 마지막 관문.

 

 이런 수행과정과 여러 스님들의 속내를 드러낸 인터뷰 내용으로 이루어진, 행자에서 스님이 되기까지의 험난하면서도 고결한 시간의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화두만을 움켜쥐고 고행의 길을 가는 비구니들의 모습만 있었다면 이 책이 어찌 우리의 가슴을 이토록 적실 수 있겠는가. 

 

 스승에게 혼도 나고 도반과의 우정에 웃기도 하고 기와 지붕에 내려앉는 달빛에 반하고 섬진강 물빛에 눈물이 나는 인간 본연의 모습이 그려져 있기에 이토록 가슴이 따스해지고 위로받고 격려받는 기분이 들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비구니들은 구도의 길 위에서

 우리는 생활의 길 위에서

 누구든 자신의 길을 간다

 

 어느 길이든 마음의 자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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