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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적인 생활
남궁문 지음 / 하우넥스트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당신은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계십시까?' 누군가 길을 가는 당신을 막아서며 느닷없이 이런 질문을 던졌을 때 뭐라고 대답할지 한 번쯤 생각해볼 만한 일이다. 선뜻 명확한 대답이 잘 떠오르지 않을 것이다.
어떤 것이 정상적인 생활인지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는 기준이 무엇인지 오히려 되묻고 싶어지는 질문이다. 정상적인 생활이란 이 사회의 평범한 구성원들이 법과 질서를 지키며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잘 수행해내는 삶인가? 그렇다면 사십 대 중반의 화가이면서 고정적인 수입도 아내도 자식도 없는 남자의 삶은 비정상적인 것일까?
요즘 책 치고는 특이하게 띠지가 없이 표지 전체가 검붉은 색으로 붓자국이 드러나게 칠해져 있고, 벽에 덩그러니 걸려있는 셔츠와 방바닥에 아무렇게나 벗어던진 양말짝, 그 속에 방바닥을 짚고 망연자실하게 앉아있는 한 남자. 자신의 삶이 정상인지 비정상인지를 고민하는 듯한 모습이 허탈하고 외로워보이면서도 강렬하게 다가왔다.
이미 우리나라 전국곳곳을 자전거로 일주한 기행문과 십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삼 년마다 한 번씩 계절을 달리해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여행한 이야기를 여러 권의 책으로 펴낸 작가의 이력이 있는 화가 남궁문의 장편소설이다.
어릴 적부터 숨을 쉬고 밥을 먹 듯이 일기를 써왔다는 작가의 말처럼, 이 책도 우리가 흔히 알고있는 소설의 전개 단계를 거쳤다기 보다는 작가의 실제 생활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일기 같고 에세이 같은 글이다.
대부분의 화가가 그러하듯 주인공인 인야도 궁핍하고 외로운 삶을 살고 있다. 그런 자신에 대해 인야는 늘 무력감과 자책과 불안감에 시달린다. 여기에 반복적인 단조로운 일상과 사회와 미술계에 대한 불만까지 겹쳐 자신이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른다. 경제적으로 힘들고 가정을 꾸리지 못했으며 그림도 잘 팔리지 않는다. 친구와 함께 스페인 여행으로 돌파구도 찾아보지만 돌아온 그를 기다리는 건 세금고지서와 텅빈 냉장고가 있는 썰렁한 아파트가 말해주 듯 차가운 현실뿐이다.
예술과 현실 사이에서 고뇌하고 방황하는 가난한 화가의 삶을 밋밋한 느낌이 들 정도로 담담하게 보여주었다. 흡인력 있는 서사구조와 기찬 반전 그리고 멋진 은유가 어우러진 잘 익은 소설은 아니다. 그러나 화가가 쓴 화가의 이야기이니 만큼 리얼리티가 진하게 느껴지고 진정성이 엿보이는 매력을 지녔다. 꾸미지 않고 물 흐르 듯 자연스럽게 그대로 내보인 말간 얼굴이 더 예뻐 보인다.
화가로서의 정상적인 삶은 과연 어떤 것일까. 아니 우리 모두의 정상적인 삶은 과연 어떤 것일까. 고뇌하는 모습에 희망이 있고 이미 그 속에 답이 있다.
자신의 삶의 방향을 화두로 끌어안고 걸어가는 자의 뒷모습은 언제나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