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글쓰기 연습법, 베껴쓰기
송숙희 지음 / 대림북스 / 2013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초겨울 산사를 찾은 적이 있다. 단풍마저 떠나버린 산사엔 솔바람 소리만 가득했고 텅빈 대웅전 마당 삼층석탑 층층이 부처가 혼자 웃고 있었다. 관음전 뜨락 배롱나무 가지 끝에 앉아있던 까치가 날아오르는 찰나, 같이 간 사랑이 너무 아름다워 돌아앉아 속울음을 울었다.

 

 적막만이 감도는 산사에서 느껴지던 그 고요하고 아득한 느낌, 어딘지 영원으로 가는 입구가 있을 것 같았던 산사의 겨울 풍경을 글로 옮겨 보려고 했지만, 여기까지가 다였다.

 

 가슴 속에는 감정이 북받쳐 오르고 머리 속에도 단어가 맴돌지만 문장으로 쓰여지지 않을 때 그것은 이미 나의 것이 아니다.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는 모래알인 것이다.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책읽기가 너무 좋았고 글쓰기는 자연히 따라오는 실과 바늘이었다. 대학시절까진 글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도 꾸어보면서 글쓰기를 사랑했다. 그후 오랫동안 글쓰기와 거리를 두고 살아오면서도 가슴 한쪽엔 늘 그리움이 켜켜이 쌓이고 있었다.

 

 하지만 좋은 글을 쓰는 데 필요한 것은 다독과 타고난 자질과 습작이라고 생각했지, 다른 글을 베껴쓰는 것이 글쓰기 실력을 향상시킨다는 사실을 요근래에 와서 알게되었다. 이것만 보더라도 자신이 글쓰는 이의 기본자세가 안 되어 있다는 자책을 하던 중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어떻게 남이 써놓은 글을 베껴쓰는 것이 나의 글쓰기에 도움이 될 수 있단 말인가? 물론 종교인들이 성경이나 불경을 필사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보았고, 사춘기 시절 마음에 드는 시나 글귀들을 예쁜 일기장에 옮겨 적어 보았다. 지인들 중에도 자신을 가다듬을 수 있는 아포리즘들을 노트에 정리에 두는 경우는 많이 보았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의미가 아니다. 다른 이의 글을 베껴 씀으로써 글에 대한 안목이 좋아지고 감각이 생겨 마침내 글을 잘 쓸 수 있게 된다고 주장한다. 위대한 성취를 이룬 작가들도 이 길을 걸었다고 한다.

 

 매일 천 자 내외의 신문 칼럼 한 편씩을 베껴 쓰는 훈련을 하는 것으로 읽고 쓰기가 능숙해 진다는 것이다. 잘 읽고 잘 쓰는 습관을 길러주는 일곱 가지 훈련법을 제시한다. 그 외에도 시 베껴쓰기를 통해 남다른 관점과 표현기법 배우기, 고사성어 베껴쓰기, 좋은 글 모아 나만의 경전 만들기 등 글을 잘 쓸 수 있는 길을 안내하는 여러 가지 표지판들을 길목마다 세워두었다.

 

 한 번 읽고 치워둘 책이 아니다. 진득하니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수없이 되풀이 하여 공부하 듯 곱씹어 읽어야할 책이다. 아니 베껴 쓰고 싶은 책이다. 요즘처럼 작가가 되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시대에, 시의적절한 내용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좋은 글을 쓰고 싶어하는 우리 모두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보자.

어휘와 문법을 공부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만큼 글을 잘 쓰고 싶은 욕심만큼

내면의 깊이와 넓이도 확장되고 있는지

이 세상과 인간의 삶에 대해 마음을 열고 있는지

순정한 열정으로 글쓰기를 사랑하는지

 

 좋은 글을 베껴쓰며 내면의 먼지도 털어내는 노력

자신과의 끝없는 싸움에도 지치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 자신 속으로 걸어들어가는 우직한 뒷모습

 

 어느새 뒤에 남겨진 발자국이 빛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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