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습니다, 아버지 - 세상의 모든 아버지에게 바치는 감사의 글
신현락 지음 / 지식의숲(넥서스) / 2013년 9월
평점 :
품절


 우리가 책을 읽을 때면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기도 하지만 책 내용과 관련있는 자신의 상황을 떠올려보기도 한다. 이 책이야 말로 독자로 하여금 각자 책 한 권을 쓸 수 있는 자신만의 아버지와 얽힌 추억들을 밤새도록 떠올릴 수 있도록 해준다.

 

 가슴 속으로 아버지 하고 불러볼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모습은 분재화분 앞에 앉아계신 모습, 낚시가방을 챙겨메고 나가시던 뒷모습, 사냥총으로 사격연습하시던 모습들이다. 모두 자신의 취미생활에 몰두하던 광경들이다. 오로지 자식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며 헌신적인 삶을 살아가는 아버지, 힘든 역경에도 삶을 검증하며 자식들을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 아버지의 모습은 솔직히 나에게는 낯선 모습이다. 교직에 계시다가 일찍이 그만두시고 여러가지 사업에 손을 댔지만 순탄치 않았기에 가정의 경제는 늘 어머니가 꾸려가시고 언제부턴가 아버지는 오직 자신만의 취미생활에만 몰두하기 시작하셨다. 어머니에게도 자식들에게도 무관심하고 무뚝뚝하게 대하셨다.

 

 어린시절 사남매중 유독 큰딸인 나를 편애하였던 아버지, 무릎 위에 앉히고 함께 티비 보기를 좋아하시고 그렇게 품에 안겨있을 때면 아버지 발가락에 난 털이 신기해서 그걸 뽑아보던 기억도 있다. 교사이셨던 어머니가 연수로 한 달간 집을 비웠을 때 밤마다 팔베개를 해주시고 내게만은 항상 웃음을 보여주셨기에 초등학교 때까지 세상에서 엄마보다 더 좋은 사람이 아버지였다. 그러나 사춘기가 찾아오고 아버지도 점점 자신만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시면서 아버지와의 거리는 멀어져 갔고 가정에 무관심한 아버지는 미움의 대상이기까지 했다. 하물며 어린시절 아버지 사랑을 듬뿍 받은 내가 이 정도인데 나머지 형제들은 아버지에게 엄청난 거리감을 느꼈지 않을까 싶다. 그 거리감은 자식들이 다 자라서 성인이 되고 각자의 가정을 가지게 될 때까지도 줄어들 줄을 몰랐다. 가끔 명절이나 생신 때 모두 모여도 아버지는 인사만 받으시고 가족들과 섞이지를 않으셨다.

 

 그러다 팔 년 전 아버지는 희귀암 판정을 받으시고 투병 생활을 시작하셨다. 그 소식을 듣고 직장에 휴가를 내고 고향으로 내려가 간병을 시작했다. 중학교 시절이후 늘 멀게만 느껴지고 많이 미워하기만 했던 아버지인데 아프시다는 얘기를 듣게되자 그런 감정은 다 사라지고 어린시절 큰딸을 끔찍이도 사랑하셨던 아버지만 보였다. 결국 완쾌되지 못하시고 세상을 떠나셨지만 아버지 곁에서 간병했던 그 시간들은 항상 내 가슴 속에 따뜻하고 아름다운 추억의 집이 되었다. 언제 들어가 봐도 훈훈하고 따스한 곳.

 

 오로지 아버지 곁에서 보냈던 두 달의 시간 동안 예전에는 몰랐던 아버지의 인간적인 면모를 새롭게 이해하게 되었다. 아버지이기 이전에 청운의 꿈을 품었던 한 인간이었던 아버지, 하고 싶은 것도 이루고 싶은 것도 많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기에 몸도 마음도 황폐해져 결국 취미생활 속에 자신만의 집을 짓고 그 속에 자신을 가두어버린 아버지. 비록 자식들을 위해 새벽부터 밤까지 땀흘려 일하고 희생하신 아버지는 아니었지만 아버지는 침묵이라는 나름의 언어로 우리를 사랑하신 게 아니었을까, 도리어 우리 자식들이 그 침묵 속에 담겨있는 수많은 아버지의 이야기들을 듣지 못한 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에 지금도 가슴이 아리다.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인 저자는 일제시대에 태어나 지난한 근현대사를 온몸으로 살아낸 아버지에게 한없는 애정과 존경의 헌사를 바친다. 비록 많이 배우진 못했어도 삶의 원칙을 지켰고 인생의 가치를 중요시 했던 아버지. '아부지'란 정겨운 호칭으로 부르며 자신 또한 아버지처럼 자식들에게 아름다운 삶의 지표가 되기를 소망한다. 서두에 썼듯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독자 모두를 저자로 만든다는 것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아버지들은 그 숫자만큼 다양한 삶을 살지만 궁극의 공통점은 단 하나 자식에 대한 사랑이라고 이야기 해주고 있다.

 

 가을이 깊어간다. 자신만의 아버지를 떠올려 보고, 아버지 가슴 속 이야기들을 가슴으로 들어봐 드리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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