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상 1 - 관상의 神 역학 시리즈
백금남 지음 / 도서출판 책방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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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 전 지인은 매년 정초만 되면 점을 보러가곤 했다. 그것도 유명한 점집이라 미리 준비해간 김밥 한 줄을 먹으며 서너 시간씩 마루에 앉아 차례를 기다려야한다는 것이다. 대학은 영문학과를 나왔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직업을 가졌고 평소 나름 합리적인 생활태도를 가진 사람이 유독 점쟁이의 말에는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었다. 그 얘기를 들을 때면 속으로 어이없어 하거나 웃어넘기기 일쑤였다. 점이나 사주팔자, 관상 등은 오로지 미신의 다른 이름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허영만 화백의 만화 '꼴'을 접한 후 관상도 나름의 체계와 원리를 가진 이론이라는 생각의 변화가 조금 왔었다. 그리고 영화 관상이 개봉되자 참 특이한 소재를 다루었다는 생각에 호기심이 일었고 먼저 책으로 읽어보게 되었다.

 

 언제부턴가 역사의 한 장면을 소재로 삼는 역사 팩션이 소설로도 드라마, 영화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아마도 역사가 던지는 묵직한 무게감과 사실감에 상상의 재미를 얹을 수 있다는 사실이 대단한 매력으로 작용하는 탓일 것이다.

 

 소설 관상은 제목 그대로 관상가라는 특이한 직업을 가진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소설의 배경은 너무나 잘 알려진 수양대군이 김종서를 제거하면서 왕권 장악에 나섰던 계유정난이다. 주인공 내경은 수양대군과 김종서가 치열하게 권력다툼을 벌이던 와중에 김종서에게 아버지를 잃고 역적의 자식으로 몰려 도망자가 되어 쫒기며 살다가 천재적인 관상가로 변신하게 된다. 내경을 관상쟁이의 길로 이끌었던 이가 바로 스승 상학이다. 제자에게 관상을 가르치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상학의 에피소드가 눈물겹기까지 하다. 스승에게서 관상을 배운 지 수십 년이 지난 후 김종서와 수양대군의 권력다툼이 극한으로 치달을 때 내경은 오히려 원수인 김종서를 위해 조정에 들어가 수양대군의 역모를 무산시키려고 한다. 수양대군이 왕의 관상을 타고났지만 내경은 오히려 그의 관상을 역적의 상으로 바꾸어 운명을 물줄기를 돌리려고 한다.

 

 일단 소설 관상은 너무나 재미있다. 우리가 익히 알고있는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있어 신선함이 떨어지리라는 선입견을 깨부술 정도로 관상이란 특이한 소재를 흥미진진하게 잘 덧입혀낸 작가의 글솜씨가 대단하다. 마치 한 편의 추리소설을 읽는 것처럼 긴장감도 있어 읽기 시작하면 손에서 놓기가 힘들다.

 

 관상이란 무었일까. 소설을 읽고나니 관상이야 말로 인간군상들의 삶의 축소판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사랑하고, 증오하고, 고통을 겪으면서도 자신의 욕망을 위해 멈출 수 없는 무한폭주 열차 같은 것.

 

 우리는 모두 자신이 좋은 관상을 타고났기를 기대한다. 그리하여 평탄하고 성공적인 삶을 살고 싶어한다. 그러나 운명은 절대 정해져 있지 않다. 늘 미소띤 표정으로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며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당신의 얼굴, 바로 최고의 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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