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적 글쓰기 - 일주일 반복 사용설명서
서미현 지음 / 대림북스 / 2013년 9월
평점 :
절판


 사십여 년이 넘도록 짝사랑을 해왔다. 초등학교에 입학해서 그런 대로 분별력이 생기는 삼 사학년부터 지금껏 일편단심 그 마음이 변하지도 않았고 놓지도 못했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콩닥거리고 온 몸에 행복감이 차오르고 얼굴에 미소가 떠오른다. 기둥 뒤에 숨어 발그레한 볼로 첫사랑 소녀를 훔쳐보는 소년의 마음처럼, 밤새 실타래 풀 듯 마음을 풀어놓은 수십 통의 편지를 썼다 구기는 사랑에 서툰 여자처럼 늘 짝사랑만 해왔다.

 

 그 대상은 바로 '글쓰기'이다. 어릴 때부터 동네에서 책벌레라는 별명을 얻었고 자연스럽게 글쓰기로 이어지면서 누가 장래희망을 물으면 '노벨문학상을 타는 작가'라고 당차게 대답하곤 했다. 그러나 으레 꿈은 꿈으로 끝나는 법, 글 잘쓰는 학생으로 주위에서 인정도 받았고 상도 많이 받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들로 대학생활을 끝으로 글쓰기를 손에서 놓고 말았다. 하지만 마음에서 마저 떠나보낼 수가 없어 지금까지도 가슴앓이를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능력은 없으나 욕심은 과하여 논리적이고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깊이가 있고, 더 나아가 가슴을 적시는 감성적이고 문학성 있는 글을 써보고 싶다. 그러다 보니 글쓰기에 대한 방법론에 관한 책이나 강의 안내에 눈길이 머물곤 한다. 무엇이든 배우고 익히면 안 될 것이 없다는데 과연 글쓰기도 그런 것일까?

 

 얼마 전 모 블로그에서 글쓰기란 다른 작가의 스킬을 배워서 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 속으로 깊이 걸어들어가는 행위이어야 한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물론 모방이 창조의 첫걸음이라고 하지만 글쓰기야 말로 오로지 내면의 우물을 직시하여 그 우물 속의 깊은 물과 돌담과 이끼는 물론이고, 우물에 비춰지는 태양과 달과 흰구름 비바람까지도 놓치지 않고 샘물 깃 듯 길어올리는 일. 그것이 아무리 고통스러울 지라도 혼자 오롯이 감당해야 하는 일인 듯 싶다. 하지만 그 방법을 잘 몰라 헤매일 때 먼 바다의 북극성처럼 방향을 알려주는 도우미가 있다면 의지가 되지 않을까란 생각으로 이 책을 선택하였다. 그것도 창조적인 글쓰기로 인도하는 방법이라니 글쓰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 만 하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다이어트와 글쓰기의 비슷한 점을 이야기 한다. 단기간보다 장기간의 꾸준함이 빛을 발하리라는 것, 따라 하고 싶어지는 것, 그리고 실패를 거듭하지만 반복할수록 느는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실력이 늘고 재미있어지는 글쓰기의 방법으로 일주일 반복하기를 제시하고 있다. 요일 마다 주제를 제시하고 연습할 수 있는 노트 여백을 만들어 매일 그날에 해당하는 분량을 읽고쓰기를 하다보면 부담없이 재미있게 실력향상을 시킬 수 있는 구성이다.

 

 의욕이 넘치지만 힘들기도 한 월요일은 지나간 시간을 돌아보는 추억의 글쓰기를 함으로써 위로를 받아보자.

 꽃이 피는 화요일엔 글재료를 찾기위해 생각의 갈래를 열고 꽃잎처럼 펼쳐 창의력의 얼굴을 만나보도록 하자.

 일주일의 중간인 수요일엔 생각의 물길을 계속 흘러가도록 하면서 본격적인 글을, 그러나 짧은 글을 자주 쓰는 연습을 하자.

 그동안의 감정이 차올라 찰랑거리는 목요일엔 이 감정에 충실하며 생각과 감정을 활활 불사르는 한 페이지의 글을 써보자.

 주말을 앞두고 마음이 여유 있어지는 금요일엔 일주일을 정리하며 그동안 끄적거린 것들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형상화 시키고 사 일 동안 쓴 글에 살을 붙여보자. 

 말랑말랑하고 폭신폭신한 감성이 돋아나는 토요일엔 포근하게 마음을 다독이며 글에도 감성을 입혀보자.

 치유와 위안의 날인 일요일엔 몸도 마음도 쉬면서 책도 읽고 멍하니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메모를 해보자.

 

 이렇게 매일매일 조금씩조금씩 글과 친해지면 글도 손에 익는 날이 오지 않을까? 물론 전문 작가들은 치열하게 삶을 살고 글을 쓴다. 그 천재성을 타고나지 못한 평범한 우리들이 반복연습을 통해 글과 친해지고, 무엇보다 진정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면 그 또한 훌륭한 성과가 아닐까 싶다. 그 순간들이 쌓이고 쌓여 언젠가는 내면으로 깊이 걸어들어가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꽃을 심고 향기를 퍼트릴 수 있는 통로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