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이베르크 프로젝트 프로젝트 3부작
다비드 카라 지음, 허지은 옮김 / 느낌이있는책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프랑스라는 나라는 미국에 비해 우리에게 좀 낯선 느낌이다. 우리 문화의 많은 부분이 미국의 영향을 받고 있는데 비해 프랑스는 제 몸을 다 드러내지 않은 신비로운 여인처럼 적어도 나에겐 아직은 비밀스럽고 예술적이고 동경의 대상인 나라이다. 그래서인지 프랑스 문학도 특별하고 어렵게 느껴진다. 심지어 엄청난 대중적인 인기를 몰고온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마저도 철학적 사유를 담고 있어 묵직하게 읽혀졌다. 그리고 스릴러 작가인 막심 샤탕의 작품은 문학성이 뛰어났다. 낙엽 한 잎 떨어지는 것, 비가 내리는 풍경 하나도 그냥 넘어가는 법 없이 섬세한 묘사로서 가슴이 젖어들게 해주었다.

 

 그렇다면 프랑스 젊은 세대들에게 괴물 작가라는 호칭을 얻은 다비드 카라의 작품 세계는 어떤 것일까? 프랑스 스릴러 장르의 대표 주자이면서도 독특하게 프랑스 스릴러의 전형에서 벗어나 범세계적인 스타일을 지향하고 쓴 글이라니 작품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가 클 수밖에 없었다.

 

 프로젝트 3부작 중 첫 편인 이 소설의 기본 전개 틀은 2차 세계대전 당시와 현재를 넘나들며 비밀을 풀어나가는 것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친위대 최고책임자 힘러에 의해 추진되었던 블레이베르크 교수의 생체 실험 프로젝트는 게르만족의 우월주의에 입각하여 아리아인의 순수혈통을 지닌 진화된 초인을 만드려는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유태인들이 생체 실험에 희생되었다. 이 계획을 배후에서 조종했던 컨소시엄이라는 단체는 종전 후에도 없어지지 않고 세계 곳곳에서 세력을 확장하며 제약회사를 설립했다. 그리고 현재 고의적으로 악성 바이러스를 퍼트려 전염병을 유행시켜 막대한 양의 백신을 판매하려고 한다. 놀라운 것은 이들의 목표가 돈이 아니라 수십 억의 인구를 죽임으로써 식량 문제나 환경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 음모를 알아 챈 공군 장교 대니얼 코빈은 사건을 파헤치다가 결국 죽음을 당하게 되고 그의 아내와 동료마저 살해 당한 후 아들인 제레미가 CIA요원 재키와 블레이베르크 프로젝트의 희생자이자 유일한 생존자인 에이탄과 함께 비밀을 풀어가며 사건을 해결한다.

 

 일단 쉽고 재미가 있어서 빠른 속도로 읽혀졌다. 과거의 사건과 현재의 연결고리를 추적해 가는 서술 방식도 좋았다. 영화화 된다고 하는데 헐리우드 식 영화로 제작하기에 알맞은 작품이다. 주인공으로 누구를 캐스팅 할까 하는 상상을 해보는 재미도 있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진부한 소재를 특별한 것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무언가를 기대했으나 결과는 없었다. 숨막히는 분위기도 상상할 수 없었던 반전도 뛰어난 문학성도 없는 그냥 가볍게 읽기에 좋은 평범한 작품이었다. 남아있는 2부작을 기대해보면서 보물찾기 하듯 찾아낸 다음의 두 문장으로 아쉬움을 달래 본다.

 

  '과거를 멀리 들여다 볼 줄 아는 사람일수록 미래 또한 멀리 내다 볼 줄 안다.' - 처칠

  '사람이 강한지 약한지는 누구를 몇 번 때릴 수 있느냐로 가늠할 수 있는 게 아냐 얼마나 많이 얻어 맞을 수 있느냐 얼마나 견디느냐로 알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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