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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나라, 인간의 땅 - 고진하의 우파니샤드 기행
고진하 글.사진 / 비채 / 2009년 2월
평점 :
책을 처음 받고 처음 나는 이 책이 인도의 여행기인가라는 생각을 잠시 했다.
그리고 작가의 말을 읽으면서 조금은 고개를 가웃뚱하며 의아해 했다.작가 고진하는 신약대학을 나온 신실한 목사였고, 작가가 소개하듯 이책은 인도여행기 형식을 뜨고 있지만 순수 여행기가 아닌 인도의 심원한 정신세계를 탐구하고자 하는 순례였다.
책의 처음 인도에 도착했을때 ‘그냥 길 떠나는 여행이 아니야, 순례야’라고 자신의 신발끈을 조여매고 배낭을 등에 지고 길을 떠나면서부터 시작된다.
책은 작가 여행를 하면서 들리는 인도의 유적지와 사원과 작고 깊은 강 그리고 작가를 명상속으로 이끌어주는 작은 숲을 볼 때마다 생각나는 인도의 흰두교를 좀더 쉽게 이해 할 수 있도록 그 곳에 얽힌 신화와 작가가 쉽게 풀이해 주고 싶었다는 ‘우파니샤드’ 책의 좋은 구절을 인용해 설명을 해주고 있다.
책을 읽다보면 작가 좋아하는 보리수나무가 즐비해있는 탐라라 숲에서 명상을 하고 나와 작은 찻집에서 예전에 만났던 오토릭샤의 운전수 카틱을 만나 이야기는 하는 구절이 나온다.
‘일행중 한 사람이 문득 카틱에게 “당신은 행복하오?”하고 물었다. 초면에 좀 무례한 질문일 수도 있었지만 그는 빙그레 웃더니 담담히 대답했다.
“집에는 닷새쯤 먹을 수 있는 쌀과 감자가 있답니다. 그리고 아내는 매일 숲에서 땔감을 구해다가 차를 끓여 줍니다. 아내가 끓여주는 차는 아주 맛있습니다. 그걸로 만족합니다.”
적어도 카틱에게서는 욕망의 갈증이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소유에 얽매이지 않는 영혼의 자유로움과 소박하고 절제된 삶의 향기가 피어나왔다.‘
나는 이구절을 읽으면서 이 질문을 한사람과 여기에 동참하였던 그 여행객들의 얼굴과 그들이 무엇을 바라고 그런 질문을 했을지가 조금 궁금했다. 어쩌면 그들은 카틱의 입에서 ‘저는 지금 너무 지쳐있고, 매우 힘이듭니다.’ 이런 대답을 원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만큼은 인도는 아직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카스트제도라든지 소를 숭배하는 조금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성행하고 있으니 말이다. 무엇보다 오토릭샤를 운전하는 카틱은 그들이 보기에 그리 행복해 보이지 않았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카틱의 답변에서 나는 내 자신이 부끄럽다는 생각을 했다.
사람은 가진것과 비례해 행복을 설명할 수가 없다는 것을 다시한번 새삼 깨달아 버렸기 때문이다. 우리가 책을 통해 읽수 있는 그 수많은 행복의 조건들은 어쩌면 책속에 박제되어 있는 문자뿐일지도 그러나 카틱은 정말 순수하게 그의 답변을 통해 행복을 무엇인가를 나에게 깨닫게 해 주었다.
책속에는 이뿐만이 아니라 작가가 여행을 하며 본 거리의 음유시인들, 기쁨으로 노래하는 바울, 그리고 거리 곳곳에서 수행을 하는 사람들, 카스트제도의 가장 밑바닥인 ‘찬달라’라 부리우는 불가촉천민들의 삶까지 많은 이야기들이 ‘우파니샤드’의 구절과 함께 잘 설명이 되어있다.
작가는 얘기했다시피 기독교의 꿀물을 받아먹고 사는 기독교인이다. 그리고 나 또한 기독교인다. 사실 책을 읽는 중반까지도 해도 작가의 생각을 조금 의심했다. 그래서 이사람 나에게 뭘 이야기는 하는 걸까, 기독교인이데 이런식으로 흰두교에 대해 설명을 해도 되나.......
기분이 불쾌하기도 했고, 빌려드는 배신감도 있었다.
그러나 책을 끝까지 읽고나서 나는 인도의 종교 흰두교에도 그들이 섬길 수 있는 신이 있고, 작가가 쉽게 풀이해 주어싶었다는 책 ‘우파니샤드’를 쉽게 받아드릴수 있었으면 인도인들이 살아가고 있는 땅에 그 수많은 축복들을 다시 볼 수 있었던 계기가 되는 책이었다.
그리고 다른 종교들을 다시한번 살펴볼 수 있는 넓은 눈도 가지게 된 것 같다.
‘신들의 나라, 인간의 땅’ 그곳은 인도가 아니라 살아 숨 쉬고 있는 우리 모두의 가슴속 이라고 작가는 말하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강물에는 꽃들과 재와 화장터에서 흘려보낸 주검의 잔해가 뒤범벅되어 떠다니고 있었다.
더러운 물을 몸에 끼얹으면서도 더럽다고 여기는 이들은 없는 것 같았다.
그렇게 몸과 마음을 씻으면 윤회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믿음이 오수를 성수로 보이게 하는 것일까‘
p. 145 신들의 나라, 인간의 땅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