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바우 나무에 새기는 사각의 시간 - 조각가 정상기의 글 이야기
정상기 지음 / 시디안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만약!  

정말로 만약에!

다시 태어나는 일이 생긴다면

그런 것들이 정해진다면

나의 바램은

나무로 태어나

다시금 땅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p.42

 



이 글귀를 읽는 순간 조각가 정상기가 얼마나 자연을 사랑하고 나무를 사랑하며 자신이 하는 조각가의 삶을 사랑하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참 이상하다 이 글귀 하나로 나는 이 책을 다 읽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나무로 태어나 다시금 땅으로 돌아가는 것이 바램이라고 자신 있게 말 할 수 있을 정도로 나무를 사랑하고 자연을 사랑할 수 있다니 나는 한번도 내가 인간이 아닌 다른 생물로 태어나기를 바란 적이 없었다. 늘 좀 더 나은 인간이 되지 못한게 안타까웠고 다음 세상이 있다면 지금의 나와 다른 삶을 살 수 있는 인간이 되고 싶었다. 그러나 정상기 작가는 자연으로 태어나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개인적으로 예술에 젬뱅이인 나는 예술 하는 사람을 동경한다. 그래서 미술이든 조각이든 공예이든 뭔가를 창조해 내는 사람들이 그렇게 부러울수가 없으면 그들이 말해주는 글을 좋아한다. 그들이 글로 말해주는 것에는 그림이나 작품으로 보여주는 말과 감성과는 또 다른 예술가의 혼과 감성이 글속에 감춰져 있기 때문이다. 사실 정상기 조각가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그러나 왠지 책을 보았을 때 나는 이 책이 참 읽고 싶었고, 정상기 조각가의 작품을 보고 싶었다.

 



개인전을 열기 위해 15년이라는 시간을 작업했으며, 글도 작업의 일부라고 말하는 사람이다. 나무를 다듬고 만지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며 나무를 보고 생각하고 손에 쥘때 생각나고 느끼는 감정을 글로 적는 것도 조각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나무를 만지고 글을 씌고 지금도 어디선가 좋은 목재를 보고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고, 책을 펼치면 나도 모르게 나무 냄새를 느끼고 조각칼로 나무를 다듬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나무에 새겨지는 시간과 그 시간을 글로 담아 책을 낸 정상기 조각가의 이 책이 나는 읽는 내내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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