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를 주세요
야마시타 하루오 지음, 해뜨네 옮김, 무라카미 쓰토무 그림 / 푸른길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책을 받았을 때 무렵 우연치 않게 작은 언니네가 집에 오게 되었다. 그래서 너무나 잘되었다 싶어 어린 조카들을 무릎에 앉혀 놓고 책을 읽어주면서 같이 읽은 책이 ‘편지를 주세요’다 어린 조카가 책을 다 읽고 나서 내게 처음 한 말은 개구리에 대한 얘기였다. 요지는 왜 개구리는 편지를 직접 주지 않고 우체통에만 넣어 놓고 기다리는지 모르겠다는 말이었다. 이 말을 들으면서 씁쓸함이 먼저 앞섰다. 물론 아직 어려서 우편함에 대한 이해가 없기도 하겠지만 요새처럼 편지을 쓰지 않는 시대에 우편함은 고작해야 세금고지서를 받거나 아니면 광고전단지를 받는 곳으로 변하였기 때문이다.

짧은 동화였지만 내 학장시절을 떠올리게 해준 책이었다. 고등학교 때에는 매일 친구들에게 편지를 썼다. 공부시간마다 친구들에게 쪽지편지를 썼고 집에서는 정식으로 예쁜 편지지가 아니면 색지를 사서 예쁜 그림과 함께 항상 정성스레 편지를 썼고 아직도 내 보물상자에는 그 시절에 친구들과 주고 받았던 편지들로 가득차 있으며 크리스마스카드 또한 넘치도록 있다. 이제는 크리스마스때도 카드 없이 문자 메세지로 축하를 하고 생일이나 중요한 일도 문자로 주고 받을 뿐 편지를 쓴 기억이 희미할 정도 오랫동안 편지를 쓰지 않았다.

“어때? 오늘은 답당이 왔겠지?”
나는 개구리에게 물었습니다.
“아니, 아직. 아무래도 이 집은 편지를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
p.19


이제는 더 이상 내 편지를 위해 열어보지 않는 우편함 그 생각에 조금은 우울해 졌다. 내가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지 않기 때문에 더 이상 내게 올 편지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 책을 읽고 난 다음부터는 불쑥 불쑥 우편함을 들춰보고 싶어졌다. 우리 집 우편함에도 예쁜 개구리가 살고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함께 내 친구들에게 정성이 가득 담긴 편지를 쓰고 싶어 졌다. 짧은 문자 메시지가 아닌 내 마음이 가득 담기 긴 편지를 쓰고 싶어졌고 동화속에 살던 작고 귀여운 개구리처럼 나도 매일 편지를 기다리고 싶다. 그리고 나도 내 친구들에게 말 할 것이다. ‘편지를 주세요’라고...

짧은 동화를 통해 내 조카들과 즐거운 시간도 보냈고, 내 즐거웠던 고등학교 시절도 생각했으며 편지를 쓰고 싶은 내 마음도 되찾았다. 동화를 얻은게 너무 많아서 좋다. 동화는 어린아이만 읽는게 아니라는 생각을 늘 한다. 긴 소설이나 역사나 우리에게 학문적으로 큰 지식을 주는 책과는 다르게 잔잔한 즐거움과 감동을 주고 그 속에서 꼭 잊고 있던 무언가를 찾아내주게 하는 책이 바로 동화이다. 그래서 난 조카들과 함께 동화를 읽는 것을 좋아한다. 이 책 또한 나에게 많을 걸 준 동화책이다. 그래서 감사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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